'영웅'도 없고, '블랙위도우'는 오고..올여름 韓텐트폴 비상 [★FOCUS]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1.05.07 09:39 / 조회 : 3649
  • 글자크기조절
image
올여름 극장가에 '영웅'을 비롯한 한국영화 텐트폴들은 아직 개봉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반면 마블영화 '블랙위도우'는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졌다.
올여름 텐트폴 영화 개봉을 놓고 한국영화계가 고민에 빠졌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텐트폴 개봉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반도'가 개봉을 확정하고, 6월 '#살아있다'가 개봉했으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강철비2: 정상회담' '오케이 마담' 등이 여름 극장가에서 관객과 차례로 만났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테넷'도 개봉했다.

반면 올여름에는 아직까지 4대 메이저 투자배급사들 중 개봉을 확정한 텐트폴이 없다시피 하다.

CJ ENM은 당초 올여름 윤제균 감독의 '영웅' 개봉을 고려했으나 여의치 않자 고민에 빠졌다. 지난 4월 '서복'을 극장과 자사 OTT서비스인 티빙으로 동시 공개했던 CJ ENM은 올여름 자사 및 계열사 투자 영화들을 이 같은 방식으로 개봉할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칸국제영화제가 예정대로 7월6일 정상 개최되면, 초청 여부에 따라 상영작들이 결정될 수도 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등이 유력한 초청 후보로 꼽히는 만큼 그에 따라 여름 개봉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롯데 컬처웍스는 올여름 개봉을 목표로 했던 김한민 감독의 '한산: 용의 출현' 개봉이 불투명해지면서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가 후보로 떠올랐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쉽사리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5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개봉을 검토하다가 하반기로 미룬 쇼박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여름도 텐트폴 영화를 내놓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김지훈 감독의 '싱크홀'이 물망에 오르긴 했으나 추석 시즌 또는 이후로 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이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다고 하더라도, '비상선언' 제작비가 워낙 높기에 올여름 개봉은 쉽지 않을 것 같다.

NEW는 황정민 주연 '인질'을 7월 개봉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역시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변수가 클 전망이다.

이처럼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이 올여름 텐트폴 영화 개봉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지난해 여름 개봉한 텐트폴들의 흥행결과를 학습했기 때문이다. 당시는 손해를 보더라도 극장이 살아야 한국영화계가 산다는 명분에 동의를 하는 제작자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예년 여름이었다면 천만 영화가 등장했을 여름 시즌에 최고 흥행작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435만명에 그친 것을 본 터라 올여름에는 선뜻 개봉 결정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흥행에 성공하더라도 정상적인 상황에 비해 3분의 1 토막이 나는 흥행 결과가 예상되는 탓이다.

올해 일찌감치 여름 개봉을 결정한 영화는 디즈니 계열 작품들 뿐이다.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루카'가 6월, 마블영화 '블랙 위도우'가 7월 초 개봉한다. 디즈니는 북미 개봉 여부를 자사 OTT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와 연계해 계획하는 만큼, 현재로선 이 같은 개봉 계획은 그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자칫 올여름 극장은 디즈니 천하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국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이 고민하는 지점은 텐트폴들을 올여름 개봉을 미룬다 하더라도 올 겨울에 코로나 상황이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겨울 기대작들을 개봉하려다가 코로나19 2차 유행으로 대거 연기하기도 한 터. 더군다나 내년 여름에는 코로나 상황이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경쟁이 올해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치열해질 게 불 보듯 뻔한 것도 고민하는 이유다. 개봉을 연기한 한국영화 대작들 뿐 아니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도 내년 여름에는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통상 여름 텐트폴 마케팅은 3달 전부터 시작된다. 개봉 시기를 잠정적으로 정하고 홍보 계획을 세우고 일정을 정리한다. 올해는 아직 이런 움직임이 없다. 물밑으로 논의는 한창이지만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결과를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라 논의가 진전이 되지 않고 있기도 하다. 그나마 5월27일 칸국제영화제 공식 부분 초청작 발표가 나면 결과에 따라 윤곽이 조금씩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희망이 있다면, 5월5일 박스오피스 성적이다. 극장을 찾은 총관객이 32만명에 달해 올해 최고 기록을 세웠다. 기대작이 있고, 명분이 있다면, 극장을 찾을 준비가 된 관객들이 많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기 때문이다.

과연 올여름 극장에서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관객과 행복하고 안전하게 만날 수 있게 될지, 이래저래 한국영화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