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박재범 빨 아니냐' 편견 깬 18살 고등래퍼 [★FULL인터뷰]

Mnet 힙합 경연 프로그램 '고등래퍼4' 우승자 이승훈(트레이드 엘)

윤성열 기자 / 입력 : 2021.05.08 10:30 / 조회 :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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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힙합 경연 프로그램 '고등래퍼4' 우승자 이승훈(트레이드 엘) /사진제공=CJ ENM
이승훈(18)은 Mnet 힙합 경연 프로그램 '고등래퍼4' 우승 이후 곧바로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못했다. 학교에서 중간고사를 치렀기 때문이다. 2004년생인 그는 수원 권선고등학교를 다니는 2학년 학생이다. 무대 위에선 마이크를 쥐고 객석을 휘어잡는 래퍼지만, 학교에선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간다. 중간고사를 마친 그는 잠시 미뤄둔 인터뷰를 위해 서울 상암동의 한 카페를 찾았다. "시험을 잘 봤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노코멘트하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산 넘어 산이라더니, 시험('고등래퍼4')을 치르고 나니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이승훈에게 '고등래퍼4'는 래퍼로서 실력을 평가받는 무대였다. 성적은 전국 1등, 쟁쟁한 실력자들을 제치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파이널까지 가야겠다는 목표는 있었지만 우승은 전혀 예상 못했다"며 "아직도 꿈 같다. '이런 일이 나한테도 일어나는 구나', '꿈이 있으면 이루어지는구나' 느껴 되게 신기했다"고 말했다.

우승 상금은 1000만원이다. 이승훈은 상금을 받는 대로 모두 부모님에게 드릴 예정이다. "상금은 5월 셋째주 쯤 들어온다네요. 원래 상금으로 마이크를 바꾸려고 계획하고 있었는데, 부모님이 우승을 했다고 마이크를 벌써 바꿔주셨어요. 딱히 쓸때가 없다 보니 부모님에게 상금을 다 드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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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하이어뮤직 레코즈 인스타그램
이승훈은 가수 박재범이 이끄는 힙합 레이블 하이어뮤직 레코즈 소속으로 힙합 팬들 사이에서 주목 받는 뮤지션이다. 힙합 신에선 '트레이드 엘'이란 예명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하이어뮤직 레코즈에 합류한 최연소 아티스트였지만, 실력보다는 소위 '소속사 빨', '박재범 빨'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들어야했다. 이는 이승훈이 '고등래퍼4'에 지원한 중요한 계기가 됐다.

"방송을 통해 그런 부정적인 의견을 뒤집어야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고등래퍼'는 회사 없이 저의 랩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죠. 나가서 실력으로 증명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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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힙합 경연 프로그램 '고등래퍼4' 우승자 이승훈(트레이드 엘) /사진제공=CJ ENM


결과적으로 그는 우승으로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경연 초반 유력한 우승 후보로서 받은 높은 기대와 관심은 그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특히 2차 미션인 '학년 대항 싸이퍼'에서 그는 멘토들로부터 '랩보다 욕심이 드러났다'(박재범), '증명하려 하지 말고 즐겨라'(더콰이엇), '잘했는데 즐기지 못했다'(사이먼 도미닉)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는 "처음엔 부담감을 잘 이겨내지 못했다"며 "며칠 전까지 장난을 치고 친절하게 대해주던 사장님(박재범)에게 좋지 않은 평을 직접 들으니까 눈물이 났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신의 롤모델인 더콰이엇의 조언처럼 실력을 증명하기 위한 '시험대'가 아닌 즐기기 위한 '쇼'를 만들면서 심리적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즐기려고 시작한 음악인데, '내가 왜 증명을 해야하지', '내가 뭘하고 있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더콰이엇, 염따 등 멘토 형들의 얘기를 듣고 난 뒤 '고등래퍼'를 대하는 태도가 180도 바뀌게 됐어요. 모든 걸 내려놓고 다른 참가자들처럼 힙합을 좋아하는 10대 아이로 무대를 즐기니까, 랩도 더 잘 나오고 표정도 달라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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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net 힙합 경연 프로그램 '고등래퍼4' 방송 화면
이승훈은 '고등래퍼4'에서 매 경연 다채로운 빛깔과 음악적 성장을 보여주며 힙합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로 '팀 대항:단체전'에서 강서빈, 김우림, 박강백과 함께 꾸민 '백팩'(BACKPACK)과 '세미 파이널'에서 창모, 지소울, DUT2과 함께 선보인 '슈퍼노바'(SUPERNOVA)를 꼽았다. 그는 "'백팩' 때는 팀워크가 너무 좋아서 행복하게 작업한 기억이 난다"며 "무대에서 한 번도 내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본 적이 없는데, 창모 형이 '슈퍼노바'를 통해 좋은 이야기로 잘 풀어줘서 영광스러웠다"고 전했다.

'슈퍼노바'는 멘토 창모가 음악에 대한 열정과 간절함으로 래퍼의 길을 걸어온 이승훈의 이야기를 듣고 만든 노래다. 이승훈은 초등학생 시절 Mnet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를 처음 보고 힙합에 빠졌다고 했다. 그때부터 국내 가요보단 해외 팝송이 주를 이루던 그의 플레이리스트에 힙합 곡이 조금씩 채워지기 시작했다.

"노래방에서 랩하면 곧잘 한다는 소리는 들었죠. 중학교 2학년 때는 (김)우림이가 '쇼미더머니 777'에 출연한 모습을 보고 쇼크를 받았어요. 나랑 동갑인데 방송에서 랩을 하고 있더라고요. 우림이 무대를 볼 때마다 내가 랩을 하는 모습을 떠올리곤 했어요. 물론 그때까지만 해도 생각 뿐이었는데, 저랑 비슷하게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가 마이크를 샀더라고요. 그 친구는 실행에 옮긴거죠. 그 친구와 같이 녹음을 하고 저도 장비를 구매하게 되면서 제가 만든 음악의 세계에 빠졌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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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힙합 경연 프로그램 '고등래퍼4' 우승자 이승훈(트레이드 엘) /사진제공=CJ ENM
학업보다 음악에 몰두하는 모습에 걱정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던 어머니도 이제는 아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이승훈의 부모는 '고등래퍼4' 파이널 현장에 참석해 아들의 무대를 응원하기도 했다.

"부모님이 제가 집에서 연습하는 모습은 봤는데, 무대에서 멋있는 옷을 입고 직접 꾸미는 공연을 본 건 처음이었어요. 결승 결과 발표할 때는 부모님이 앞에 계시니까 너무 떨렸어요. 다 끝나고 내려가서 부모님을 안아드렸어요. 어머니가 '어떻게 우승을 했냐. 대단하다. 고생했다'고 해주셨어요. (노)윤하 형, (이)상재 부모님에게도 축하를 받았어요. 훈훈했어요."

이승훈이 우승하기까지 창모와 웨이체드의 공도 컸다. 두 사람은 진심 어린 조언과 노하우를 이승훈에게 전하며 멘토로 활약했다. 이승훈은 "형들에게 배울점이 정말 많았다"며 "창모 형은 처음엔 무서울 줄 알았는데 너무 친절하고 동네 형 같더라. 힙합 신에서 위치가 엄청난 분인데, 나에게 장난을 치면서 편하게 대해 주셔서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소속사 수장인 박재범에 대해선 "음악적인 것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며 "본받을 게 되게 많다. '제2의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치켜올렸다.

10대 후반을 지나고 있는 이승훈에게 '고등래퍼4'는 여러모로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고등래퍼4'를 통해 많이 인간적으로도 많이 성장할 수 있었어요. 성인이 돼서 10대를 돌아보면 가장 먼저 생각 날 것 같아요. 5~6개월의 짧은 기간 동안 정말 좋은 추억을 많이 남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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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힙합 경연 프로그램 '고등래퍼4' 포스터 /사진=CJ ENM
이승훈은 조만간 멘토 창모, 웨이체드와 함께 스페셜 음원을 발매한다. '고등래퍼4'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혜택 중 하나다. 그는 정식 데뷔 음반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서두르고 싶지 않다고 했다.

"8월에 앨범을 내려고 했는데 당장 '고등래퍼'로 관심을 받았다고 성급하게 앨범을 내고 싶진 않아요. 앞으로 더 많은 음악 장르의 음악을 들어보고, 더 퀄리티 있는 앨범으로 돌아오고 싶습니다. 팬들이 믿고 기다려 주시면 좋은 앨범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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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열|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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