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팬 "야구장에서 보고 반했다", KBO 리그가 '새겨야' 할 말

잠실=김동영 기자 / 입력 : 2021.05.06 05:11 / 조회 : 3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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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잠실 LG-두산전에 앞서 박건우의 팬인 정동건 군이 시구를 하는 모습. 박건우가 공을 받았다. /사진=뉴스1
1982년 KBO 리그 출범 당시 슬로건은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이었다. 현재도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다. 특히나 선수들에게 가장 크게 와닿아야 하는 날이 어린이날이다. 이날은 모든 것을 잘해야 하는 날이다. 그리고 다른 날에도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5일 잠실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가 격돌했다. 경기 전 시구자로 정동건(11) 군이 나섰다. 서울 장평초등학교 재학중이며 중랑구 리틀야구단에서 야구를 하며 프로선수를 꿈꾸고 있다. 두산 박건우(31)의 팬이기도 하다. 정동건 군의 시구를 박건우가 받았고, 박건우는 등에 자기 이름 대신 '정동건'을 새기고 뛰었다.

경기 전 박건우는 "(정)동건이를 위해 더 열심히 뛰겠다. 동건이가 프로선수가 됐을 때 내가 어디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치지 말고, 열심히 했으면 한다.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꼭 야구장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인성도 바른 선수가 됐으면 한다"고 덕담을 전했다.

정동건 군은 시구를 앞두고 "박건우 선수가 홈런도 치고, 안타도 쳤으면 좋겠다. 나도 열심히 해서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며 웃었다. 이어 "야구장에 처음 왔을 때 박건우 선수 플레이를 보고 반했다. 이후 팬이 됐다"고 했다.

이 말을 모든 KBO 리그 구성원들이 가슴에 담아야 한다. 많은 팬들에게 첫 야구장의 기억은 강렬하다. 꾸준히 야구장을 찾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된다. 어린이들은 더하다. 만약 야구장에서 선수들이 느슨한 플레이를 하거나, 눈을 찌푸리게 만드는 행동을 한다면 다시 야구장에 오지 않을 확률이 높다. 혹은 야구를 보지 않을 수도 있다.

선수들은 공격과 수비, 주루 등 모든 플레이에 최선을 다해야 하고, 벤치 또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팬 서비스까지 챙겨야 한다. 예전부터 잊을 만하면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 선수들의 팬 서비스다.

양현종(텍사스, 전 KIA), 김상수(삼성) 등 팬 서비스 관련 미담이 많다 못해 넘치는 선수들도 있지만, 비판의 대상이 되는 선수도 많다. 지금이야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해 선수와 팬의 접촉이 원천 차단되고 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팬들과 거리는 자연히 가까워진다.

결국 야구장 안팎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팬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야구를 좋아하게 만들 수도, 싫어하게 만들 수도 있다. 정동건 군도 단 한 번의 기억이 많은 것을 바꿨다. 프로 선수를 꿈꾸며 운동까지 하고 있다. 선수가 어린이 팬의 인생 진로를 결정지었다는 뜻이다.

올 시즌 KBO 리그는 131경기를 치렀다. 589경기가 남았다. 10개 구단별로 117~118경기씩 남은 상황. 어린이날은 당연히 특별한 날이고, 특별한 경기다. 그렇다고 다른 경기를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선수들이야 매일 출근해서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겠으나 누군가는 야구장에 처음 오는 날일 수 있고, 평생의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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