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추락' TEX 리빌딩, 33살 양현종 기다림엔 기약이 없다

신화섭 기자 / 입력 : 2021.04.24 20:05 / 조회 : 4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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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양현종. /사진=이상희 통신원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통신원]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기 위해 한국에서의 꽃길을 마다하고 도전을 선택했던 양현종(33·텍사스)의 기다림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양현종은 지난 2월 중순 텍사스와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초청장이 포함된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현지에서 '메이저 경험이 전무한, 30대 중반을 향해 가는 무명의 투수'라는 냉정한 평가를 받은 그는 스프링캠프에서 빼어난 성적을 올려야만 했다. 그래야 메이저리그 무대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현종은 스프링캠프 총 5경기에 등판해 10이닝을 던지는 동안 6실점하며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했다. 결국 개막전 26인 로스터에 탈락하며 그토록 바랐던 메이저리그 무대는 기약 없이 멀어졌다.

예년 같으면 마이너리그에서 심기일전하며 빅리그 콜업을 기대할 수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마이너리그는 5월이나 돼야 시작한다. 본의 아니게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 실전 등판이 없는 운동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90마일대 후반의 강속구를 던지는 영건이 아닌 30대 중반의 투수에게 장기간 실전투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커다란 마이너스 요인이다.

소속팀 텍사스 구단이 추구하는 노선도 양현종에게는 불리하다. 텍사스는 24일(한국시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7-9로 져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로 떨어졌다. 시즌 9승 11패 승률 0.450로 지구 1위 오클랜드(13승 7패)와는 4경기 차이다. 텍사스는 이미 '리빌딩(Rebuilding)'을 선언한 팀이다. 팀 성적에 그리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바라보는 '컨텐더(Contender·경쟁자)' 위치라면 매 경기 승패에 집중해야 한다. 1승을 더하기 위해 다양한 선수들을 기용해 보거나 트레이드 등을 통해 외부에서 영입할 수도 있다. 그러나 리빌딩 중인 텍사스는 그럴 필요가 없다. 이는 양현종의 마이너리그 생활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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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양현종. /사진=이상희 통신원
텍사스 구단 40인 명단에는 24일 기준 총 24명의 투수가 있다. 이 중 30대는 조던 라일스(30), 이안 케네디(36), 카일 깁슨(33), 맷 부시(35) 뿐이다. 이들은 모두 팀 26인 로스터에 등재된 투수들이자 메이저리그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이다. 이들 4명을 제외한 20명의 투수는 모두 어깨가 싱싱한 20대 영건들이다.

텍사스가 양현종을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세우기 위해서는 이 20명의 영건들 중 한 명을 방출하고 40인 명단에 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컨텐더도 아닌 이미 리빌딩을 천명하고 훗날을 기약 중인 텍사스가 이를 고려할 만한 이유나 명분은 작아 보인다. 양현종이 텍사스가 아닌, 오히려 1승에 목마른 컨텐더 팀과 계약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메이저리그는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팀마다 '택시 스쿼드'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빅리그 26인 로스터에 부상과 부진 등으로 충원이 필요할 때 선수를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한 대비책이다. 여기에 포함된 양현종은 오는 26일까지 이어지는 텍사스의 원정 6연전(LA 에인절스-시카고 화이트삭스전)을 위해 메이저리그 선수단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얼핏 빅리그 마운드가 근거리에 있는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택시 스쿼드는 선수 충원을 위한 장치이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리빌딩 중인 텍사스가 양현종을 쓰기 위해 20대 영건을 포기할 가능성이 낮다. 그럼에도 양현종을 택시 스쿼드에 포함시키는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에 감염돼 다수의 선수가 한꺼번에 이탈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게 설득력 있는 해석이다.

결국 텍사스 구단에 부상자가 대거 발생하거나 또는 팀이 상승세를 타며 컨텐더가 되지 않는 이상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무대에 서는 모습은 당분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아쉽지만 냉정한 현실이다.

이상희 스타뉴스 통신원 sang@lee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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