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 대역 논란, 그에게 성룡을 기대했던 건가 [문완식의 톡식]

문완식 기자 / 입력 : 2021.04.21 21:39 / 조회 : 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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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제훈의 대역 논란이 뜨겁다.

이제훈은 지난 9일 첫 방송한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에서 택시 기사로 위장한 채 억울한 이들을 위해 대신 복수해주는 김도기 역을 맡아 연기 중이다. '모범택시'는 현실에서는 불가능에 가깝고, 우리 법도 허용하지 않는 사적복수를 다뤄 관심을 모았다. 각종 흉악 범죄를 저지르고도 복역 후 나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조두순 같은 사회악을 이 드라마에서는 사회로의 온전한 복귀를 용납지 않고 택시로 납치해 지하 감옥에 가둬버린다(실제 첫회에서는 조두순 이야기를 그렸다). '모범택시'는 시청자 대리만족을 극대화하며 두 자릿수 시청률로 시작해 지난 17일 4회 방송은 전국 가구 시청률 15.6%(닐슨코리아 기준), 수도권 가구 시청률 16.3%를 기록하며 초반 무서운 기세를 보여줬다.

그러다 암초를 만났다. 주연배우 이제훈의 대역 논란이 불거진 것. 정확히는 '액션 연기 대역' 논란이다.

발단은 지난 2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17일 방송된 '모범택시' 4회에서 극중 김도기가 조직폭력배들과 싸우는 장면에서 대역을 썼다며 문제를 제기하면서부터다. 실제 드라마 다시보기 등을 통해 확인하면 극중 짧은 머리의 이제훈이 이 장면에서는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조직폭력배들과 싸우고 있다. 자세히 보지 않고, 그냥 봐도 이제훈이 직접 액션 연기를 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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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헤어스타일의 이제훈(왼쪽), 대역 배우(오른쪽) / 사진=드라마 캡처


'옥에티' 정도로 넘어갈 수 있었던 이 일은 그러나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의 회당 억대 출연료까지 언급하며 액션 연기 대역을 비난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과연 이제훈이라는 배우 자체를 비난할 일인지는 의문이다. 탄탄한 스토리와 훌륭한 연출력, 배우들의 명연기로 초반부터 호평 받고 있는 '모범택시' 제작진에 이런 '옥에티'에 아쉬움을 나타낼 수는 있다. 대역을 썼더라도 후반 작업에서 대역 연기자의 헤어 스타일을 이제훈과 비슷하게 보정하던가 하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이를 하지 않아 조금이라도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는 데 거슬렸다면 이는 분명 제작진의 불찰이다. 더욱이 이게 열심히 연기 중인 배우에게까지 불똥이 튀었으니 이번 건은 제작진이 분명 잘못했다. 하지만 이제훈은?

이제훈이 주연 연기자로서 태업을 하고, 촬영 전반에 걸쳐 무성의한 연기를 했다면 이번 액션 연기 대역 논란도 그에게 회초리를 들 일이겠지만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이라면 알겠지만 그는 이번 '모범택시'에서도 캐릭터에 완벽히 스며들며 드라마 인기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훈의 연기가 마냥 쉬운 것도 아니다. 그는 매회 꽃담황토색 택시와 블랙캡을 번갈아 몰며 등장하고, 에피소드마다 각종 변장을 하며 다양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액션 연기도 적지 않다. 운전해야지 위장해야지 눈물 흘려야지 때론 주먹도 휘둘러야하지 만만치 않다. 이제훈의 '모범택시' 속 연기가 액션에서 잠깐 대역이 티났나고 해서 욕 먹을 만큼 허술하지 않다는 얘기다.

배우가 극중 자신이 등장하는 모든 장면을 100% 다 커버하기는 힘들다. 특히 액션 연기라면 더욱 그렇다. 애초 그러한 것들이 가능했다면 스턴트맨이 영화나 드라마 제작에서 필요 없었을 것이다. 여러 에피소드를 소화해야하는 '모범택시' 전개상 주연배우 이제훈의 촬영 스케줄이 김도기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을 커버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이제훈의 다른 액션 장면과 비교해 이번에 문제가 된 장면의 액션이 그렇게 어렵거나 위험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여전히 중화권에서 인기 있는 재키 찬은 '홍콩배우 성룡' 시절 한국에서 액션스타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그의 영화는 꼭 마지막에 성룡이 액션 연기 중 실수하거나 부상 당하는 장면을 넣었다. 당시 그걸 보면서 "와, 성룡은 정말 대단하구나. 저 모든 액션을 진짜 다하네"라고 혀를 내둘렀던 때가 있었다. 우리가 성룡에게 거는 기대는 그의 액션 연기였다. 그에게 멜로나 깊은 내면 연기를 원하지는 않았다. 성룡은 그런 대중의 기대에 부합했고, 그 모든 액션을 스스로 다 해냈다.

우리가 배우 이제훈에게 거는 기대는 액션 연기가 아니다. 2007년 연기자 데뷔 이후 햇수로 15년, 그가 스크린과 TV 속에서 보여줬던 이제훈만의, 이제훈다운 연기에 대한 기대다. 그런 그가 '발연기'를 했다면 혼나야겠지만, 연기 잘하고 있는 배우에게 필요 이상의 질책이 쏟아지고 있는 이번 '액션 연기 대역' 논란은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다. 이제훈에 대한 화를 거둘 때다. 아직 잡아할 범인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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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연예국 가요방송부 부장 문완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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