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그 창설 계획은 '챔스리그 개편' 협박 카드였나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1.04.22 12:53 / 조회 : 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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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시티 유니폼을 입은 한 팬이 슈퍼리그 창설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AFPBBNews=뉴스1
유럽 슈퍼리그(ESL) 창설 계획이 발표된 후 이를 주도했던 이탈리아 유벤투스의 주가는 18%나 상승했다. 슈퍼리그의 투자자 JP모건과 특수관계에 있으며 부채가 적지 않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가도 한때 9% 올랐다.


이처럼 유럽 최고 수준의 경기를 집중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제공해 상업적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슈퍼리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찬반 양론도 뜨거웠다. 이에 참가를 번복하는 구단들이 속출해 출범도 하기 전에 좌초 위기에 놓였다.

슈퍼리그가 현실화하려면 넘어야 할 장애물이 여전히 많다. 우선적으로 유럽 축구 전통에서 탈피해 마치 미국 프로스포츠처럼 승강제 없이 폐쇄적인 형태로 리그를 출범해 상업적인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빅 클럽들에 대한 팬들의 반발이 심하다.

여기에 UEFA(유럽축구연맹)와 슈퍼리그 참가 클럽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기본적으로 주중에 펼쳐지는 슈퍼리그와 UEFA가 주관하는 챔피언스리그는 공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슈퍼리그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참여 클럽의 확보 문제도 걸림돌이다. 계획상 20개 유럽 명문 축구 클럽이 격돌하는 슈퍼리그는 고정적으로 15개 클럽이 참여하고 나머지 5개 클럽은 유럽 국내 리그에서 성적이 좋은 팀들이 매 시즌 참가하는 구조다.


슈퍼리그의 고정 회원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처음에 12개 클럽이었지만 팬들의 반발, 영국 정부의 반대 입장은 물론 UEFA와의 마찰에 부담을 느끼고 21일(한국시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 6개 구단이 이를 철회했다. 22일에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라리가)와 AC밀란, 인터밀란(이상 이탈리아 세리에A)도 불참을 선언했다. 이에 슈퍼리그 창설을 주도한 안드레아 아넬리 유벤투스 회장은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며 사실상 중단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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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그 창설을 주도한 안드레아 아넬리 유밴투스 회장. /AFPBBNews=뉴스1
제안을 받은 구단으로는 바이에른 뮌헨,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이상 독일 분데스리가)와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 리그앙)도 있다.

이 가운데 분데스리가의 맹주인 바이에른 뮌헨은 팬들이 원하지 않는 슈퍼리그 참가를 거부했다. 바이에른 뮌헨의 CEO인 칼 하인츠 루메니게는 "뮌헨에 최고의 대회는 챔피언스리그다"라고 일축했다. 바이에른 뮌헨과 같은 분데스리가 소속 클럽 도르트문트도 슈퍼리그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피력했다.

독일 명문 축구 클럽이 슈퍼리그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은 클럽 운영에 있어 팬들의 영향력 행사가 제도적으로 갖춰졌기 때문이다. 이른바 50+1 규정이다. 이는 적어도 축구 클럽 회원들이 구단 주식의 51%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슈퍼리그 창설을 비난했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분데스리가의 50+1 규정에 최근 관심을 보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뿐 아니라 중동과 러시아 자본이 좌지우지하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어느 순간 영업이익 극대화를 위해 팬들의 의견을 묵살하는 등 '선을 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파리 생제르맹도 슈퍼리그 참가에는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리 생제르맹은 카타르 스포츠 인베스트먼트(QSI)가 소유하고 있는 클럽이다. QSI는 프랑스에서 챔피언스리그 등 중계권을 확보하고 있으며 카타르에 본사가 있는 비인(beIn) 미디어 그룹과 특수관계라 슈퍼리그에 참여할 경우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 있다.

더욱이 QSI가 소유하고 있는 PSG가 슈퍼리그에 참여할 경우 국제축구연맹(FIFA)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카타르가 2022년 월드컵을 개최해야 하고 여기에 QSI가 사업적으로 깊게 연루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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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생제르맹 선수들. /AFPBBNews=뉴스1
참가 팀 확보 문제로 이번 슈퍼리그는 해프닝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오히려 슈퍼리그 창설 계획은 향후 빅 클럽에 유리한 방향으로 챔피언스리그의 규정 변화를 이끌기 위한 협박 카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UEFA는 2024년부터 챔피언스리그 제도를 바꿀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기존 32개 팀이 참여하는 그룹 스테이지 대신에 36개 팀이 참가하는 형태로의 변화다. 이 계획에 따르면 기존 챔피언스리그보다 100경기가 더 늘어나고 우승 팀은 적어도 17경기를 치르게 된다. 지금까지의 규정에 비해 4경기가 많아져 빅 클럽의 수입이 늘어나게 된다.

이미 유럽 축구 빅 클럽들은 2016년 슈퍼리그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고 UEFA를 향해 으름장을 놓았던 적이 있다. 이 위협의 결과로 챔피언스리그는 유럽 축구 빅 리그와 빅 클럽에 유리한 방향으로 제도가 바뀐 바 있다.

2018년 개정된 챔피언스리그 규정은 적어도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리그의 각 4개 클럽이 32강에 자동적으로 참여하도록 했으며 프랑스와 포르투갈은 각 2개 클럽,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각 1개 클럽이 자동출전권을 얻게 됐다.

이 때문에 스몰 리그인 네덜란드와 터키 리그 챔피언도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했다. 이후 각 유럽 프로축구 리그의 챔피언들이 모여서 경기를 치른다고 해서 붙여진 '챔피언스리그'라는 명칭은 그 의미가 퇴색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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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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