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드 도중 화내면 자기만 손해 [김수인의 쏙쏙골프]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 입력 : 2021.04.19 07:00 / 조회 : 3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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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홧김에 퍼터를 망가뜨려 우승권에서 일찌감치 탈락한 김시우(26)의 실패담. 언론 보도로 다들 아시겠지만 교훈을 삼기 위해 복기를 해봅니다.

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이자 골프의 '명인 열전'으로 통하는 마스터스가 열린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단단하고 빠른 '유리알 그린'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그린 경사도 워낙 심해 거리 조절을 잘못하면 처음 퍼팅 거리보다 훨씬 더 멀리 굴러가기 일쑤죠.

이런 곳에서 김시우는 지난 10일(한국시각) 열린 대회 2라운드 15~18번홀에서 네 홀 연속 3번 우드로 퍼팅하는 '진기명기'를 펼쳤습니다. 네 홀 모두 투 퍼트로 파를 잡았지만, 두 차례는 퍼터를 썼다면 버디를 잡을 수도 있는 4m 안팎 거리였습니다. 홧김에 퍼터를 망가뜨리는 바람에 원치 않는 '마스터스 진기명기'의 주인공이 됐고요.

왜 그랬을까요? 김시우는 15번홀(파5)에서 퍼팅 차례를 기다리다 퍼터를 바닥에 내리쳤는데 샤프트가 심하게 휘어지면서 못쓰게 됐습니다. 14번홀에서 3퍼트로 보기를 한 데 이어, 전날 칩샷을 하다 공을 물에 빠트렸던 15번홀에서 칩샷이 홀을 한참 지나가 프린지까지 굴러가자 분을 참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김시우는 곧바로 망가진 퍼터를 멀쩡한 퍼터로 교체해서 플레이하지 않았을까요.

골프 규칙은 라운드하는 동안 클럽이 손상된 경우 원칙적으로 다른 클럽으로 교체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외부 영향이나 자연의 힘, 다른 누군가(플레이어와 플레이어의 캐디는 제외)에 의해 손상된 경우는 교체할 수 있지만, 자신이 손상시켰을 땐 여기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하여간 김시우는 화를 참지 못해 마스터스 우승권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 버렸습니다. 김시우는 2라운드에서 선두 저스틴 로즈(41·미국)에게 3타 뒤진 4언더파(공동 6위)를 기록해 남은 3, 4라운드 결과에 따라 마쓰야마 히데키(29·일본) 대신 아시아 선수 최초로 그린 재킷을 입을 수도 있었죠. 15~18홀 4개 홀에서 우드 아닌 퍼터로 정상적인 퍼트를 했다면 2타를 줄여 6언더파로 당당히 우승 경쟁에 합류할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김시우는 3라운드에서 오히려 2타를 잃어 2언더파로 공동 10위로 떨어졌고 4라운드에서는 한 타도 줄이지 못해 공동 11위(2언더파)로 대회를 마감했습니다.

여기서 얻을 큰 교훈은, 프로뿐 아니라 아마추어도 라운드 도중 화를 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심리학자에 따르면, 사람이 한 번 화를 내면 15초 후 피크에 달하는데 약 15분이 지나야 화가 진정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드라이버샷이 안되든 퍼트가 안되든 화를 벌컥 내면 2개홀 정도까지 악영향을 끼쳐 그날 라운드는 망치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골프는 대표적인 멘탈 스포츠라고 부르며 18홀 내내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골프 잘 치는 비결이라고 합니다. 또 나쁜 매너와 결례는 자신의 골프를 망칠뿐 아니라 동반자들로부터 지탄을 받을 수도 있으므로, 늘 밝고 환한 모습을 간직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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