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수베로 격분, '10점차 스리 볼서 쳐?' 불문율 논란

김우종 기자 / 입력 : 2021.04.18 05:00 / 조회 : 1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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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베로 한화 감독. /사진=뉴스1
한화와 NC 벤치 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10점 차 3볼 노스트라이크 상황서 NC 나성범(32)이 타격한 것에 대해 수베로(49) 한화 감독이 반응했다.

17일 NC와 한화의 경기가 펼쳐진 창원 NC파크. 한화 선발 김범수(26)가 2⅔이닝 2피안타(1피홈런) 5볼넷 5탈삼진 3실점(3자책)으로 조기에 무너졌다. 이어 나온 신정락(34)도 1⅓이닝 3피안타 1볼넷 4실점(4자책)으로 흔들렸다.

한화가 4-12로 크게 뒤진 8회말. 한화 투수 윤호솔이 2사 박준영에게 솔로포를 얻어맞은 뒤 김준완에게 우중간 적시 3루타를 허용했다. 점수는 4-14, 10점 차까지 벌어졌다.

여기서 한화가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또 야수 정진호(33)를 마운드에 올린 것이다. 정진호의 두 번째 투수 출격. 이미 지난 10일 대전 두산전에서 수베로 감독은 팀이 1-14로 크게 뒤진 9회 야수 강경학과 정진호를 투수로 연속 기용했다. 점수 차가 벌어진 상황서 불펜 소모를 최대한 아끼려는 용병술이었다.

정진호는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배팅볼을 던지는 식으로 투구했다. 초구는 볼(107km/h). 2구째 볼(108km/h). 3구째도 볼(108km/h). 모두 속구로 기록됐다. 3-0의 볼카운트. 그리고 제 4구째. 108km/h 속구가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향했다. 나성범이 힘차게 배트를 휘둘렀으나, 빗맞으며 크게 뜨는 파울 볼이 됐다.

이때 TV 중계화면에 수베로 감독이 손가락 3개를 펴 보인 채 무언가 소리치며 격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대럴 케네디(52) 한화 수석 코치도 손가락 3개를 펼치며 감정을 드러냈다. 반면 외국인 코칭스태프와는 달리 조성환 수비코치 및 다른 한국 코치들과 선수들은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NC 이동욱 감독이 반대편 더그아웃에서 맞대응하는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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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베로(오른쪽) 한화 감독이 손가락 3개를 펴 보이며 자신의 강한 뜻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KBS N스포츠 중계화면 갈무리


결국 정황상 '3볼-노스트라이크' 상황서 타격한 것을 두고 양 팀 벤치의 생각이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불문율 논란'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서는 점수 차가 크게 벌어졌을 경우, 3볼 노스트라이크에서 타격을 하는 건 금기시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도 메이저리그서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당시 샌디에이고가 텍사스를 상대로 10-3 리드를 잡고 있던 8회 1사 만루 기회.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2·샌디에이고)가 텍사스 투수 후안 니카시오를 상대로 3-0의 볼 카운트에서 4구째를 공략, 우월 만루포로 연결했다.

이를 두고 크리스 우드워드 텍사스 감독은 경기 후 "8회 7점 차로 앞서고 있는데, 볼카운트 3-0에서 스윙한 게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들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타티스 주니어 역시 "많은 불문율을 알고 있는데 잠시 잊었던 것 같다. 다음에는 이런 상황서 스윙하지 않겠다"며 홈런을 치고도 고개를 숙였다. 반면 제이스 팅글러 샌디에이고 감독은 "타티스 주니어가 공을 그냥 보내라는 사인을 놓쳤다. 다만 더 많은 점수를 내 승부에 쐐기를 박고 싶었을 뿐"이라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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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티스 주니어(오른쪽)가 2020년 8월 18일(한국시간) 텍사스전에서 8회 만루 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AFPBBNews=뉴스1


미국서는 불문율일 지 몰라도 한국에서는 아닐 수 있다. 이미 지난해 10월 17일 맷 윌리엄스(56) KIA 감독이 류중일(58) 전 LG 감독을 찾아가 KBO 리그 불문율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전날인 16일 LG가 7-0으로 앞선 7회말. 1사 1,3루에서 1루 주자 김민성이 양석환(현 두산)의 풀카운트 이후 타격 때 2루로 뛰었다. KIA는 1루수를 뒤로 빼며 주자를 안 묶는 수비를 펼쳤는데, 뛴 것을 두고 KIA를 자극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류 전 감독은 "윌리엄스 감독이 7점 차 상황서 뛴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더라. 메이저리그는 그런 게 굉장히 심하다. 윌리엄스 감독에게 '메이저리그 불문율이 뭡니까'라고 물으니 '상대를 자극하지 말자'는 답이 돌아왔다. 7회 7점 이상의 점수 차가 나면 3볼-노스트라이크 볼카운트에서 치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런 류 전 감독과 윌리엄스 감독의 대화를 통해 볼 때, 수베로 감독과 한화 외국인 코치진이 격분하는 건 충분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메이저리그서는 점수 차가 벌어진 상황서 3볼서 타격을 하지 않는 게 불문율로 당연히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류 전 감독은 "결국 생각 차이다. 이기고 있는 팀이 지고 있는 팀을 배려한다면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윌리엄스 감독한테 메이저리그만 생각하지 말고 한국에는 이런 문화가 있다는 걸 이해해달라고 했다. 이해를 못하니 화가 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류 전 감독과 윌리엄스 감독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건 "불문율에 정답은 없다"였다. 당시 윌리엄스 감독은 "야구는 늘 진화한다. 제가 일단 한국의 문화와 규칙들을 정확히 이해하는 게 가장 먼저라 생각한다"며 열린 자세를 보여줬다.

이날 한화는 점수 차가 크게 난 상황서 야수까지 투수로 올리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하지만 수베로 감독은 3볼서 타격한 것을 두고 수건까지 던진 팀을 배려하지 않은 것으로 느꼈을 수 있다. 반면 NC 나성범은 점수 차와 관계 없이 공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자, 끝까지 최선을 다한 프로의 아름다운 자세였다. 결국 이번 건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국내와 해외 지도자 간 생각 차이에서 벌어진 현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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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전 LG 감독(오른쪽)이 지난해 8월 13일 잠실구장에서 윌리엄스 KIA 감독에게 선물한 기념 배트를 함께 들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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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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