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허성태, 살인자의 반전 얼굴 '샤이한 고양이 집사'[★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 입력 : 2021.04.18 07:00 / 조회 : 3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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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허성태 /사진=김창현 기자 chmt@


"Моя любовь 지화, Ты по-прежнему милый."(내 사랑 지화, 여전히 귀엽네)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어둠의 살인자. '러꺼비', '쓰랑꾼'.

'악역 전문 배우' 허성태(43)가 이번엔 팔색조 매력의 빌런으로 시청자를 잡았다. JTBC 금토드라마 '괴물'(연출 심나연, 극본 김수진)에는 사이코패스 살인마, 죽음을 부추긴 이, 뺑소니범 등 갖은 악역이 있었다. 그 중 허성태가 분한 이창진은 '행동파 빌런'. 외모부터 웅장해서 그가 등장하기만 해도 머리털이 쭈뼛 서는 아우라를 풍겼다. 허성태가 극 말미 체포된 이후에도 전 아내인 오지화 형사(김신록 분)에게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부르며 너스레가 극에 달한 모습은 시청자들의 박수마저 유발했다.

'괴물'은 만양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괴물 같은 두 남자 이동식 경사(신하균 분)와 한주원 경위(여진구 분)가 파헤치는 심리 추적 스릴러. 이동식과 한주원은 공조 끝에 이동식의 동생 '이유연(문주연 분) 살인사건'의 진범이 한주원의 아버지인 경찰청장 한기환(최진호 분)이었단 사실을 밝혀냈다. 한주원은 한기환의 음주 뺑소니 과거를 언론에 폭로하고 무기징역의 단죄를 받게 했다.

이유연 사건과 얽힌 연쇄살인마 강진묵(이규회 분)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도해원(길해연 분)과 아들 박정제(최대훈 분)는 각각 징역 9년, 3년을 선고받았다. '괴물'은 '진짜 괴물'을 추적하는 밀도 높은 전개와 사회적 메시지, 배우들의 열연으로 최고 시청률 6.0%를 기록하고 종영했다.

허성태는 극 중 한기환과 도해원의 수하 이창진 역을 맡았다. 이창진은 로비로 전국 신도시 개발을 추진하며 JL건설 대표가 됐고 문주 드림타운 개발 대책위원회 위원장이 됐지만, 이유연 사건에 연루돼 살인을 저지르고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이창진은 20년 전 강력계 형사 오지화(김신록 분)와 결혼해 1년 만에 이혼한 후 다시 만난 전 부인에게 '쓰랑꾼'(쓰레기 사랑꾼)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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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허성태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괴물'이 웰메이드로 호평 받고 종영했다.

▶작품과 사람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작가님이 너무 대사를 재미있게 써주시고 감독님이 현장에서 배우들을 진짜 배려하는 마음이 컸다. 나도 다른 배우들도 편하게 연기했다. 자유롭고 행복했다.

-팔색조 빌런 이창진 역은 어떻게 준비했나.

▶이번 작품은 특이한 게, 작가님이 써주신 대사 안에 설명이 다 있어서 내가 따로 준비할 게 없었다. 작가님이 대사를 너무 맛깔나게 표현해주셔서 나는 러시아어만 준비했다.

-러시아어 전공도 하고 러시아에서 영업일도 했는데, 러시아어 대사 준비는 어떻게 했는가.

▶러시아 욕이나 슬랭들이 많아서 서울에서 가이드일 하면서 통역하는 '파리다'란 러시아 친구가 직접 검수해줬다. 이번에 실제로 러시아팬들이 생겼는데, 파리다란 친구가 가르쳐 준 표현이 진짜 러시아어 표현이어서 러시아 분들이 '확 와닿았다', '진짜 표현을 썼다', '친근하고 진해서 좋았다'고 했다. 이전 작품들에서 일본어, 만주어, 러시아, 연변어 등 다양한 언어의 연기를 했다. 이제 영어랑 중국어 대사만 하면 된다.(웃음)

-'괴물'의 악역이 빠짐없이 모두 처벌 받는 사필귀정의 엔딩을 보여줬다. 개인적으로 엔딩을 어떻게 봤는지.

▶한기환, 이창진이 처벌받는 게 당연했는데,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부분에서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하는 서사를 식상하지 않게 표현한 것 같아서 좋았다. 동식이는 언젠가 자기가 처벌 받을 걸 알면서도 이 사건을 진행하지 않았나. 드라마적으로 인간적으로 잘 그려졌다. 정제도 자수보다는 체포를 선택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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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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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괴물'에서 박정제(최대훈 분), 한기환(최진호 분), 도해원(길해연 분), 강진묵(이규회 분)은 각각 어떤 결의 악역이었을까. 그 중 이창진은 몇 번째로 나쁜 인물이었다고 생각하는가.

▶모두 다른 색깔의 빌런들이다. 모두 각기 다른 욕망을 감춘 채 살아온 것이다. 이 드라마는 악역들이 또 다른 종류의 메시지를 준 것 같다. 빌런 순위로 보면 이창진의 악함은 3등 정도 된 것 같다. 강진묵은 변태적으로 사람을 죽였고, 한기환은 찝찝하게 남의 죽음을 종용했고, 이창진은 자기 손으로 직접 사람을 죽였다. 연기로 사람을 찔러 죽이면서도 '이전 작품에서 많이 해왔던 거긴 한데 이렇게 또 죽이는 구나. 이창진 나쁜 놈'이라고 생각했다.

-'괴물'이 어떤 사회적 메시지를 줬다고 생각하나.

▶사람들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연들이 많다는 걸 느꼈다. 사회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 고발성을 보여주고 사이코패스, 고위 관계자의 민낯을 보여줬다. 섬뜩하다. 얼마 전에 있었던 살인사건도 강진묵이 생각났다. 나도 조심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을 잘 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최근 그런 뉴스가 많으니까 '괴물'이 더 실질적으로 다가왔다. 동식이와 주원이가 얘기한 '시체를 못 찾으면 살인죄를 적용하지 못한다'는 부분도 법 제도를 잘 투영해서 보여준 것 같다. 마지막에 실종자 제보를 구하는 장면도 굉장히 좋았다.

-이번 작품에서 '두꺼비', '러꺼비'(러시아 두꺼비)란 별명을 얻었다. 마음에 드는가.

▶너무 좋았다. 작가님이 제 외모를 잘 활용하셨다. 개성을 각인시킨 대사이고 너무 재미있었다. 후반부에 이동식 대사 중에 이창진에게 '그 좋은 머리로 뭐하시는 거냐. 대갈통도 크더만' 이라고 했는데 애드리브였다. 그 장면에서 빵 터졌고 단톡에 지인들이 'ㅋㅋㅋㅋㅋㅋ'라고 도배했다. 그런 게 있어서 연기할 맛이 더 났다. 작가님이 이창진 캐릭터에 애정이 있었다. 이창진이 팔색조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래는 내가 최후에 죽는 것이었는데 나중에 작가님이 '창진이가 너무 좋아서 살렸다'고 했다.

-이창진이 오지화에게는 '쓰랑꾼'이었다. 두 사람이 1년 결혼생활을 하고 이혼한 지 20년 지난 상황에서 이창진만 외사랑을 드러냈다. 이창진이 진짜 사랑의 감정을 다시 느꼈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이창진이 오지화를 이용하려 한 것인지.

▶젊을 때 결혼해서 이혼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들이 있을 줄은 몰랐다.(웃음) 사랑이란 감정이 한 순간에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창진이가 옛 추억을 순수한 마음으로 표현한 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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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허성태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오지화에게 했던 애정표현 중에 가장 기억나는 대사는?

▶'나도 보고싶었어'를 '나도 보고싶었졍'이라 말했다. 러시아어로 '내 사랑 지화'라고 한 것도 지화 배우님이 잘 받아주셨다.

-마지막회에서 이창진이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노래를 꽤나 길게 부르는 모습이 압권이었다.

▶처음에 이걸 왜 부르는 거냐고 물었다. 감독님이 불러보라고 해서 불렀는데, 멋쩍어서 동식이를 보면서 불렀다. 이 작품은 신기한 게, 글로 보면 와닿지 않는 부분도 있는데 찍어보면 작가님의 개그를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이 많았다.

-가장 연기하기 어려웠던 장면은?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건, 정철문에게 내가 뛰어가서 뒤통수를 치는 장면에서 25번 정도 뛰었다. 이건 작가님의 공이 큰 작품이다. 대사에 설명이 잘 녹아있어서 교본처럼 준비하면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는 되게 재미있는 대본이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무심코 한 대사인데 시청자들이 기억하는 장면도 많았다.

-그동안 영화 '범죄도시', '꾼', '신의 한 수: 귀수편', 드라마 '터널', '마녀의 법정', '크로스', '이몽' 등 수많은 작품에서 악역으로 활약했다. '괴물'에서 보여준 악역은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못생겨도 귀여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웃음) 신기한 경험을 했다. 대사에 힘이 있었다. 신이 길고 대사가 긴 편인데도 지루하지 않게 대사를 쓰신다는 게 신기했다. 대사에서 관객들이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이해가 되는 대사이고 명확한 대사여서 대사 길이는 길지만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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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허성태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악역 외에 갈망하는 캐릭터는?

▶한주원과 이동식의 연기에서 울림이 느껴졌다. 나도 정의로운 역을 해보고 싶다.

-과거 JTBC '아는형님'에 출연해 실제론 순하고 소심하고 코믹한 성격을 보여줬다. SNS에 고양이 사진으로 도배돼 있는 것도 의외다.

▶'남한이'랑 '나주' 두 고양이를 키운다. 남한이는 영화 '남한산성'을 찍을 때 데려온 길고양이이고, 나주는 나주에서 독립영화를 찍었을 때 나주곰탕 집 사장님이 데려온 새끼 고양이를 내가 키우게 됐다. 2살씩 됐는데 남한이가 말을 진짜 안 듣는다.(웃음) 예전에 고양이를 쭉 키워왔고 이번 아이들은 배우를 한 이후에 처음 키우는 아이들이다. 나주는 아홉 번째 고양이인데, 내가 고양이는 완전 전문가다.

-다작 배우다. 쉴 때는 어떤 모습인가.

▶그냥 집에서 쉬는 편이다. 뒷산에 등산가는 걸 좋아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런닝머신을 사서 집에서 운동한다. 요즘엔 넷플릭스 '종이의 집'을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심리 자극하는 걸 좋아한다. 또 최근에 친구랑 스타크래프트를 하고 있다. 배우한다고 PC를 없앴다가 중학교 친구가 조립PC를 선물해줘서 같이 게임한다.

-앞으로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은가.

▶대단한 사람이 연기한다는 것보다 사람 냄새나는 배우로 인식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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