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맛'과 함소원, 과유불급의 쓴맛 [윤성열의 참각막][★FOCUS]

'아내의 맛' 함소원 방송 조작 파문 속 시즌 종료..폐지 목소리도

윤성열 기자 / 입력 : 2021.04.14 18:12 / 조회 : 3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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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타뉴스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이하 '아내의 맛')이 3년 만에 막을 내렸다. 방송인 함소원을 둘러싼 방송 조작 파문 끝에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불명예스럽게 퇴장했다. '아내의 맛' 측은 '시즌 종영'이라는 표현을 쓰며 여지를 남겨뒀지만, 사실상 폐지를 해야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아내의 맛'은 지난 13일 144회 방송을 마지막으로 시즌1 종영을 알렸다. 마지막 방송은 MC들과 고정 패널들의 아쉬운 종영 소감을 담아 훈훈한 마무리로 포장했다. 갑작스러운 종영의 발단이 된 방송 조작 논란에 대해선 일언반구 언급도 하지 않아 또 한 번 "책임을 통감한다"는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 받았다. 게다가 출연이 예고됐던 봉중근, 최희라 부부의 촬영분은 서둘러 방송을 접는 바람에 통편집을 당했다.

2018년 6월 5일 첫 방송한 '아내의 맛'은 셀러브리티 부부들의 리얼 관찰 예능 프로그램을 표방했다.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을 연출했던 서혜진PD가 TV조선 이적 후 포맷으로 그대로 가져와 제작한 프로그램으로, '자가 복제' 논란에 자유롭지 못했다. 화제성에만 집중한 나머지 프로그램 콘셉트와 맞지 않게 어린 트로트 스타들을 무리하게 출연시켰다는 비판도 일었다. (이때는 방송 화면 좌측 상단 '아내의 맛' 타이틀을 '트롯의 맛'으로 바꾸는 꼼수를 동원했다.) 프로그램 명이 다소 선정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럼에도 제작진의 남다른 섭외렵과 자극적 연출에 힘입어 동시간대 화요일 예능프로그램 시청률 부동의 1위를 지켜왔다.

승리의 오만함에 도취됐던 탓일까. '아내의 맛'은 방영 내내 시청자와의 소통과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특히 함소원과 18세 연하 중국인 남편과의 부부 싸움, 시어머니의 고부 갈등 등을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담아냈다는 비판이 나올 때면, '해명할 가치가 없다'는 식의 대응을 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했다. 인위적인 전개와 자극적 연출로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시청률과 화제성을 끌어오는 함소원은 제작진에게도 득(得)과 독(毒)이 될 수 있는 '양날의 검'이었다. '아내의 맛'이 온갖 리스크를 감내하면서도 3년이라는 기간 동안 함소원과 아슬아슬한 동행을 한 것 만봐도 알 수 있다. 결국 함소원의 날은 '아내의 맛'에게 독으로 돌아왔다. 방송 조작 의혹이 '결정타'였다. 최근 함소원 시부모의 별장 렌탈, 신혼집, 전화 목소리 대역 등 함소원의 방송 내용과 관련한 온갖 조작 논란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번졌다.

함소원은 하차를 결정했지만, '아내의 맛' 측은 또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 가운데 '아내의 맛' 제작진과 함소원은 어떠한 해명이나 사과도 없이 함소원의 하차로 사태를 무마하려 한다는 비판을 샀다. 결국 '아내의 맛' 측은 여론이 더 악화되자 공식입장을 내고 "과장된 연출이 있었음을 뒤늦게 파악했다"며 "방송 프로그램의 가장 큰 덕목인 신뢰를 훼손한 점에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한다"며 시즌1 종료를 결정했다.

SNS를 통해 '마이 웨이' 소통을 이어가던 함소원도 "과장된 연출 하에 촬영했다"며 "변명하지 않겠다. 친정과도 같은 '아내의 맛'에 누가 되고 싶지 않았기에 자진 하차 의사를 밝혔고, 그럼에도 오늘과 같은 결과에 이른 것에 대해 진심으로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함소원과 '아내의 맛' 모두 일련의 불거진 방송 조작 의혹들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물론 시청자들도 TV에 나오는 '관찰 예능'이 모두 '진짜'라고 믿진 않는다. 오히려 예능 콘텐츠의 근본적 가치인 '재미'를 위해선 PD의 절묘한 편집과 연출의 기술은 필수다. 하지만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 했다. 허위, 조작, 과장으로 선을 넘어선 방송은 결국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아내의 맛'은 '리얼 관찰 예능'으로서 담아내야 할 최소한의 진정성도 의심받으며 쓸쓸한 막을 내렸다. '재밌으면 그만'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만들어낸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낳은 참담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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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열 | bogo109@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연예국 가요방송뉴미디어 유닛에서 방송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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