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한국축구!" 한일전 잊게 한 女대표팀, 박수 아깝지 않다

김명석 기자 / 입력 : 2021.04.14 09:06 / 조회 : 2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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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중국 쑤저우에서 열린 중국과의 도쿄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헤딩 경합을 펼치고 있는 임선주(왼쪽). /AFPBBNews=뉴스1
얼굴이 퉁퉁 부어올라도 참고 뛰었다. 넘어져도 곧장 일어나 다시 상대와 부딪혔다. 여자축구대표팀이 중국전에서 보여준 투지와 투혼은, 결과를 떠나 박수가 아깝지 않았다.

콜린 벨(60·영국)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13일 중국 쑤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연장접전 끝에 중국과 2-2로 비겼다. 지난 8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홈 1차전에서 1-2로 패배했던 한국은 1, 2차전 합계 3-4로 중국에 졌다. 마지막 남은 도쿄올림픽 출전권은 중국의 몫이 됐다. 사상 첫 올림픽 출전에 도전하던 여자대표팀의 발걸음에도 마침표가 찍혔다.

쓰라린 결과였다. ‘잘 싸우고도’ 올림픽 진출에 실패했기에 그 아쉬움은 더욱 진했다. 실제 전반전만 하더라도 대역전 드라마를 눈앞에 뒀다. 2골 차 이상 승리가 필요했던 가운데 강채림(인천현대제철)의 득점과 상대 자책골에 힘입어 내리 2골을 넣고 2-0으로 앞서갔다.

그러나 후반전에 만회골을 내주는 바람에 결국 승부는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연장 전반 13분 왕슈왕에게 통한의 실점을 내줬다. 한국은 마지막까지 1골을 넣기 위해 애썼지만, 끝내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정규시간과 90분과 연장전 30분의 사투 끝에는 올림픽 진출 실패라는 결과만 남았다.

그런데도 여자대표팀을 향한 박수가 쏟아지고 있다. 경기 내내 보여준 선수들의 투지와 투혼 때문이다. 1만여 중국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 그리고 시종일관 거칠었던 중국의 경기 운영에도 한국은 좀처럼 밀리지 않고 치열하게 맞섰다.

이금민(27·브라이튼&호브알비온 위민)은 상대의 고의적인 충돌에 오른쪽 눈가가 심하게 부어 올랐다. 시간이 흐를수록 붓기가 오르는데도 그는 끝까지 그라운드를 누볐다. 정규시간을 넘어 연장전에 접어든 상황에서도 선수들은 뛰고, 또 뛰었다. 상대와 충돌해 데굴데굴 구른 뒤에도, 곧장 일어나 다시 몸싸움을 펼쳤다. 한국축구 특유의 투지와 투혼을 여자대표팀 선수들이 보여준 것이다.

지난달 15일 남자축구대표팀이 한일전 직후 축구팬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당시 0-3 완패라는 결과뿐만 아니라 경기 내내 투지를 찾아볼 수 없었던 무기력한 경기력에 팬심이 더욱 들끓었다. 경기에 나섰던 김영권(31·감바 오사카)조차 "투지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경기장 안에서의 상황이나 여러 면들 때문에 힘들고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여자대표팀이 대신 사라졌던 한국축구의 투지와 투혼을 되살렸다. 2골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 경기, 올림픽 출전 실패라는 뼈아픈 결과에도 여자대표팀을 향해 팬들의 박수가 쏟아지는 이유다. 비록 올림픽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팬들이 보고 싶은 한국축구를 유감없이 보여준 것만으로도 여자대표팀은 팬들의 박수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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