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서복' 삶과 죽음에 대한 영화적인 질문 ①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1.04.13 15:00 / 조회 : 2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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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다. 두렵다. 그런데 영원히 사는 건 두렵지 않을까? 이용주 감독이 '서복'으로 던진 질문이다.

기헌은 죽는다. 뇌종양으로 매시간 고통스럽다. 살 날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두렵다. 그런 기헌은 거부하지 못할 제안을 받는다. 줄기세포 복제와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실험체 서복을 은밀하게 옮겨달라는 것. 전직 국정원 요원이었던 기헌은, 임무를 맡으면 불사인 서복의 만병치료 실험을 받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거절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만난 서복은 기이하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실험실 안에 갇혀만 있던 탓인지, 하루 종일 주사 맞고 실험만 받는 게 일과였던 탓인지, 좀처럼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다. 왜라는 질문이 항상 먼저다. 왜 당신은 나를 구하려고 하나요? 왜 죽는 게 두렵죠, 어차피 다 죽는데?

기헌은 그런 서복이 답답하면서도 조금씩 안쓰럽다. 둘은 이동 중 테러리스트들에게 공격을 받는다. 둘은 몰랐지만, 서복의 이동 또한 국정원의 음모였다. 강대국과 국가권력, 재벌의 이해가 얽히고 설킨 가운데 기헌과 서복은 바다로 동행하게 된다.

추적하는 세력들은 바짝 뒤를 쫓고 있지만, 기헌은 서복과 동행하면서 비겁했던 과거와 마주한다. 서복은 그런 기헌에게서 그럼에도 살아야 하는 이유가 뭔지를 본다.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게 될 때쯤 정해진 순간이 다가온다. 운명이란 게 늘 그렇듯 단숨에 다가온다.

'서복'은 '불신지옥'과 '건축학개론'을 연출했던 이용주 감독의 신작이다. '건축학개론'보다는 '불신지옥'에 훨씬 가깝다. 웃음기 없는 서늘한 질문이 영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이용주 감독은 삶과 죽음이란 테제를, '서복'을 통해 영화적으로 던지고 싶었던 듯하다. 이 질문은 어느 정도 유효하다.

'서복'은 전설적인 일본 애니메이션 '아키라'를, 킴벌리 피어스의 '캐리'에 실어 나른 것 같다. SF를 표방하고 로드 무비 형식을 차용하지만 스릴러적인 서스펜스를 담으려 했다. 이런 서사 방식은 '서복'의 짐짓 어려울법한 주제를, 보다 쉽게 받아들여지도록 한다.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정해진 종착지에 당도한다. 초능력을 가진 복제인간에 주인공의 과거와 거대 조직의 음모, 각각의 이해들이 충돌하는 복잡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이 서사 방식으로 사뭇 간결하게 이야기가 전달된다. '서복의 미덕이다. 기헌과 서복을 맡은 공유와 박보검의 잘생긴 얼굴만이 '서복'의 미덕은 아니다.

다만 '서복'은 로드 무비의 결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극적인 카체이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유대의 감정이 강렬하거나, 액션의 쾌감이 크지는 않다. 유대의 감정이 강렬하지 않는 건, 이 두 주인공을 바라보는 이용주 감독의 시선 때문인 것 같다. 이용주 감독은 기헌을 부끄러워도 어떻게든 살고 싶어하는 욕망을 가진 사람, 그리고 서복은 그 욕망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질문과 답으로 규정한 것 같다. 그리하여 유대는 "형"이란 단어로 갈무리하고, 건조하게 둘의 관계를 풀어간다. 영화의 마지막 기헌의 선택에 신파가 없는 것도, 오열이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용주 감독은 욕망의 저열함은 계급과는 상관없다고 그렸다. 권력을 쥐고 흔드는 국정원 부장 역의 조우진, 서복으로 사람의 생명을 좌우하려는 회장 역의 김재건, 연구의 윤리보다는 결과가 중요한 과학자 역의 박병은 등등 이 영화에 출연하는 각 권력자들은 저열하다.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내니 저열하다. 멋있게 포장하지도, 카리스마가 넘치지도, 철학이 있지도 않다. 감독이 바라보는 세계관인 것 같다.

날것의 욕망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세상 속에서 삶과 죽음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이용주 감독은 영생을 추구하는 임무를 맡았던 서복으로 풀어내려 했다. 이 방식은 비록 거칠지만 유효한 질문이다.

기헌 역을 맡은 공유는 연기가 높고 낮다. 아주 좋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종잡을 수 없이 이어진다. 캐릭터의 요구가 그렇게 된 듯하다. 서복 역의 박보검은 초능력을 갖고 있는 복제인간, 그 이미자와 적합하다. 두 사람이, 두 사람만이 등장하는 장면이 적지 않으니 팬들로서는 반가울 것 같다.

'서복'은 질문이다. 어차피 누구나 다 죽는 데 왜 두려워하나요? 어차피 다 죽는 데 왜 그렇게 저열한 욕망을 이루지 못해서 안달인가요? 그렇다고 죽지 않는다면 두려움은 사라질까요? 결국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어떻게 죽어야 할지를, 되묻게 한다.

4월15일 극장과 티빙 동시 공개.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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