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강림'→'결사곡' 전혜원, 善惡 소화율 100%[★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 입력 : 2021.04.11 11:00 / 조회 : 6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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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혜원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부모의 불륜을 마주한 딸의 심경은 어떨까. 상상조차 하기 버거운 상황을 배우 전혜원(22)이 연기하고 있다. 전혜원은 아빠의 불륜 장면을 목격하고 아빠의 불륜 인정과 이해를 바라는 목소리에 기가 차지만, 소신껏 윤리를 얘기한다. 대한민국 자식들의 심경을 대변하는 그는 TV조선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이하 '결사곡')에서 유일하게 '정상'인 인물이다.

'결사곡'은 잘나가는 30대, 40대, 50대 매력적인 세 명의 여주인공 사피영(박주미 분), 부혜령(이가령 분), 이시은(전수경 분)에게 닥친 상상도 못 했던 불행에 관한 이야기. 진실한 사랑을 찾는 부부들의 불협화음을 다룬 드라마.

전혜원은 극중 대학교 연영과 학과장 박해륜(전노민 분)과 라디오 메인작가 이시은 사이의 맏딸 박향기 역을 맡았다. 향기는 연극영화과에 가기 위해 재수를 준비 중. 향기는 활발한 성격으로 동생 우람(임한빈 분)을 잘 챙기고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다가, 아빠가 뒤늦게 불륜 사실을 밝히며 엄마에게 이혼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고 속상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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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혜원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결사곡' 시즌1을 마친 소감은?

▶'결사곡' 시즌1을 시작하면서 부담이 많이 됐다. 감사하기도 했는데 대본을 받자마자 그 대사의 길이와 작가님의 필력에 적지 않게 놀랐다. 현장에서 신을 찍으면서 모두가 저를 도와주신다고 느꼈고 적당한 긴장감이 있어서 집중을 잘 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진짜 딸처럼 대해주셔서 정말 엄마, 아빠를 대하는 것 같다. 시즌1에서는 많이 단단해질 수 있었고 시즌2도 무사히 촬영할 수 있을 것 같단 확신이 들었다. 시즌1은 나에게 배우생활을 하면서 정말 못 잊을 것 같다. 처음 하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그런 기라성 같은 선배님을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싶다.

-임성한 작가의 작품이라 기대를 많이 하고 출연했겠다.

▶처음 오디션을 보러 갔을 때 임성한 작가님 작품이라고 긴장을 하지는 않았다. 너무 대단하신 분이어서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될까 싶어서 편하게 오디션을 봤다. 대본이 나오고서 오히려 긴장이 확 됐다. 향기가 많이 나오는 7부는 A4 꽉 채워서 6장, 짧은 게 4장이었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불안했다. 임성한 작가님은 내가 어릴 때부터 봤던 작품의 작가님이어서 너무 신기했는데 대사 외우는 게 가장 힘들었다. 평소에 우리가 쓰는 말투도 아니어서 그랬다. 시즌1에서는 말투에 적응하는 게 필요했다. 시즌1은 나에게 적응기였고 전수경, 전노민 선배님이 나의 연기를 많이 도와주시고 적응할 수 있게 해주셨다. 시즌2에서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향기 역할은 어떻게 준비했는가.

▶내가 전노민 선배님을 많이 괴롭혔다. 전노민 선배님 계신 곳에 찾아가서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전수경 선배님께도 많이 물어봤다. 계속 선배님들과 리딩하면서 나도 모르게 정말 엄마가 됐고, 아빠가 돼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엔 톤, 스타일링, 발음, 딕션을 준비했고 시즌2로 가면서 향기가 엄마, 아빠를 감정적으로 우러나게 했다.

-'결사곡'에서 흔치 않은 '사이다' 역할을 했다. 시청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로 책임감이 컸겠다.

▶책임감을 가져야겠단 생각까진 못했는데, 나에게 DM 보내는 분들이 몇 분 계시다. 그걸 읽어보면서 향기와 비슷한 일을 겪었고 위로가 됐다고 하시더라. 그걸 보면서 책임감을 가졌다. 내 연기를 보면서 시원해하는 사람도 있고 위로가 되는 사람도 있구나 싶어서 대본을 볼 때 더 집중하고 힘내서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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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혜원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실제 전혜원은 향기와 어느 정도 비슷한가.

▶나는 향기 정도까지 착한 딸은 아닌 것 같다.(웃음) 여느 딸들과 같다. 엄마랑 싸우기도 하다가 친구처럼 잘 지낸다. 향기는 아빠가 불륜을 저질렀을 때 바른말을 하는데, 나라면 향기처럼 감정을 잘 누르고 말할 지 모르겠다. 부모님한테 나는 아직도 철없는 딸인 것 같고, 향기는 가장 역할을 잘 하는 것 같다.

-전노민, 전수경을 극중 아빠와 엄마로 만난 소감은?

▶너무 좋다. 전노민, 전수경 선배님은 얼굴만 봐도 정말 아빠 같고 엄마 같다. 내가 후배인데도 현장에서 장난도 많이 쳐주시고 많이 챙겨주신다. 7부를 촬영할 때에는 내 감정이 잡히도록 연기를 너무 잘 받아주셨다. 선배님이 눈물까지 흘려주셔서 나도 울컥하고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기억에 많이 남는다.

-우람 역의 임한빈 군과 '남매 케미'의 비중도 컸다.

▶우람이도 처음 봤을 때 편했는데, 실제 내 동생의 어릴적 모습과 90% 비슷했다. 우람이랑 찍은 사진을 엄마 아빠에게 보여드리니 깜짝 놀랐다.(웃음) 우람이도 이제 내가 편해져서 거의 남매 같다. 실제 내 동생은 나보다 한 살 어린데 친구처럼 정말 사이가 좋다.

-향기를 연기하면서 가장 분노한 장면은?

▶7화에서는 촬영이 진행됐을 때라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 세트장에 들어가면 선배님들이 정말 엄마, 아빠로 보인다. 신이 돌았을 때 아빠가 불륜을 인정하는 대사를 했을 때 손이 저리고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 들었다. 원래 그렇게 연기할 생각이 아니었는데 눈이 돌게 되더라. 그런 것도 처음하는 경험이었다. 전노민 선배님한테 '아빠가 욕 엄청 먹었다'고 전하니 선배님 본인도 속상하다고 하더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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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혜원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결사곡' 중 가장 인상깊게 본 장면은?

▶김보연 선배님의 영화관 신은 명장면이었다. 보면서 등골이 오싹하고 소름이 돋으면서 몇 번을 돌려봤다. 불안, 환희 등 모든 감정이 하나의 표정에 담겨 있었는데 어떻게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싶었다. '결사곡'을 하면서 내가 이 작품과 캐릭터에 동화되는 법을 배우는 것 같다. 향기만큼 애정이 갔던 경우는 처음이다. 갈등이 많은 친구여서 그런지 더 애정이 간다.

-성훈-이가령, 이태곤-박주미, 전노민-전수경 커플 중 어느 커플의 사연이 제일 와 닿았나.

▶다 이해를 못했다. 바람을 전혀 겪은 적이 없었다. 결혼 자체도 아직 머나먼 일인 것 같다. 결혼에 대해 향기는 진절머리가 났을 것 같다. 결혼과 비혼에 대해 아직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결혼이 빠르진 않았으면 좋겠다.

-미혼의 입장에서 '결사곡'이 전하는 메시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미 사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드라마에는 속담이 많이 나온다. 댓글 중 임성한 작가님의 메신저는 향기라고 하더라. 작가님이 굳이 어떤 큰 스토리가 아니더라도 일상적인 곳에서 메시지를 전하신다. '결사곡'은 정말 현실적인 드라마인 것 같다.

-'결사곡' 시즌2는 기대할 만한가.

▶엄청 기대하셔도 된다. 시즌1이 전개가 다소 느린 게 이유가 있었다. 추측을 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다. 어떤 상상을 하셔도 그 이상일 것 같다. 시즌1은 다져가는 느낌이고 시즌2에선 화려한 이야기다.

-향기에게 개인적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힘내 향기야. 향기가 정말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껴서 힘을 받고 있다. 메시지를 보면서 관심을 가져주신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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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혜원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결사곡'이 넷플릭스 방영작이어서인지 외국팬들의 반응이 보인다.

▶이전 작품과 지금 작품의 영향이 다 있어서 외국팬 분들이 계시다. 외국인 반응은 '향기 예쁘다', '지금 찍고 있는 드라마가 어떤 거냐'고 묻더라. '결사곡'이 외국인들이 보시기에도 재미있나 보다.

-2015년 영화 '0000'으로 데뷔해 7년 차 배우다. 지난해 '여신강림'부터 주목도가 높아졌다.

▶내가 원래 7살부터 8년 동안 발레와 한국무용을 하다가 부상이 있어서 쉬다가 슬럼프를 겪고 17살 때 엄마의 권유로 연기학원을 가게 됐다. 연기가 목적이 아니었고 슬럼프를 이겨내기 위해서 다녔는데, 그때 찍은 게 영화 '0000'이다. 부산 임권택 예술대학에서 졸업작품을 찍는다고 오셔서 덜컥 내가 처음으로 단편을 찍게 됐다. 처음 모니터링을 하면서 너무 신기했는데 동시에 내 모습이 너무 별로더라.(웃음) 나의 안 좋은 습관을 고치고 싶어서 연기를 배우게 됐고, 그게 꿈이 됐다.

-전작 '여신강림'에서는 용파고 여신 박새미 역으로 임주경(문가영 분)을 괴롭히며 존재감이 돋보였다. 악한 역 바로 다음에 선한 역을 준비하면서 이질감은 없었나.

▶'여신강림'이 내 처음 악역이었다. 치마 주머니에 손을 꽂으니 새미의 느낌이 나더라. '결사곡'에선 내가 눈부터 착하게 떴는데, 새미는 스타일 자체도 달라서 감정이 올라오는 게 달랐다. 새미가 싫다는 반응을 봤을 때 너무 기분이 좋았다. 새미에 대해 화를 내주시면 시청자에게 잘 전달됐구나 싶었다.

-다양한 얼굴을 가진 것 같다. 스타일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원래는 세상 편하게 하는 스타일이다. 선역과 악역 모두 나에게 있는 모습인 것 같다. 나는 캐릭터의 모습에서 나의 일부 모습을 찾는 거다. 새미, 향기 모두 감정적으로 이해가 안 되진 않았다. 이 사람도 저 사람도 나인 것이다.

-앞으로 어떤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은가.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애청자였다. 그런 독특하고 사랑스럽고 일상적이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드라마를 해보고 싶다. 드라마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 완전히 그 사람에 동화되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 몸 쓰는 연기 액션, 무용수, 사극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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