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낙원의 밤' 엄태구X전여빈의 아름다운 느와르 멜로

김미화 기자 / 입력 : 2021.04.0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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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낙원의 밤' 포스터
박훈정 감독의 신작 '낙원의 밤'이 제주도에서 펼쳐지는 갱스터 무비에 멜로를 녹여냈다.

'낙원의 밤'은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태구(엄태구 분)는 경쟁 조직의 스카우트 제안을 거절했고 이로 인해 누나와 조카를 잃게 된다. 태구는 잔혹한 복수를 결심, 경쟁 조직의 보스를 급습한 뒤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조직의 보스 양사장(박호산 분)의 도움으로 해외 도피를 준비한다. 해외로 가기 전 제주도에서 일주일만 기다리라는 말에 제주도로 간 태구. 무기상 쿠토(이기영 분)의 도움을 받기로 한 태구는 쿠토 대신 공항에 나온 그의 조카 재연(전여빈 분)을 만나게 된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모든 걸 버린 채 해외 도피를 준비하던 태구와 시한부를 선고 받고 삶에 대한 애착을 놓은 재연. 두 사람은 서로에게 무관심한듯 하지만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이 끌리듯 관심을 갖고 다가간다. 일주일의 시간, 강렬한 사건들을 통해 서로에게 문을 연 두 사람은 끝이 보이는 아슬아슬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중 경쟁 조직의 마 이사(차승원 분)가 태구를 죽이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양사장은 태구를 배신하고 그를 넘긴다.


영화는 태구와 재연, 그리고 마이사와 양사장이 만나는 그 마지막 15분을 향해 천천히 도움닫기를 하고, 영화 말미 폭발한다.

'신세계'로 한국 느와르의 새 장르를 열고 '마녀'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박훈정 감독은 '낙원의 밤'을 통해 제주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느와르 멜로를 그려냈다. 조직에 몸 담고 있는 남자와 그가 사랑하는 여자라는 뻔한 공식이 아니라, 삶에 미련 없는 두 남녀가 만나 서로에게 미련을 갖는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낙원의 밤'에는 조폭 영화의 공식 같은 클리셰들이 이어진다. 가족의 죽음, 조직의 배신, 피가 튀는 처형과 살육 현장. 여기에 시한부 여주인공까지 등장한다. 다만 '낙원의 밤'이 기존의 느와르와 다른 점은 캐릭터에 있다. 엄태구는 쇳소리 나는 특유의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과 똑같은 캐릭터 태구를 연기한다. 문신을 하고, 사람을 죽이는 모습은 똑같은데 눈빛과 목소리에 기존의 조폭 캐릭터와 다른 엄태구 특유의 분위기가 묻어있다. 선해보이는 얼굴이 복수심에 불타 칼을 휘두를 때 더 무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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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낙원의 밤'


전여빈은 이 영화를 통해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 시한부 여주인공이라는 전형적인 캐릭터는 전여빈을 통해 새롭게 태어났다. 아무렇게나 입은 면바지에 후드티를 둘러쓴 외형적 특징부터 눈빛과, 그녀의 거친 피부, 목소리를 통해 색다른 캐릭터로 빚어졌다. 특히 마지막 클라이막스에서는 기존 한국 느와르 영화에서 본 그 어떤 여성 캐릭터와도 다른 새로운 캐릭터 탄생을 알린다.

제주에서 펼쳐지는 두 남녀의 느와르와 멜로는 뻔한듯 보여주다가 강렬한 한방을 날린다. 박훈정 감독과 엄태구, 전여빈이라는 배우 그리고 제주도라는 장소가 주는 케미가 특별한 느와르를 완성시켰다. 칼을 휘두르고, 총을 쏘고, 사람을 때리는 피가 낭자한 장면은 보기 힘들수도 있다. 하지만 마지막 10분은, 잔인함을 잊을만큼 놀라움 강렬함을 남긴다.

4월 9일 넷플릭스 공개.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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