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희도 김연경도... 상처만 준 '외부 요인'에 짙은 아쉬움

인천=한동훈 기자 / 입력 : 2021.03.31 10:07 / 조회 : 2991
  • 글자크기조절
image
김연경(왼쪽), 박미희 감독. /사진=KOVO
"외부 요인으로 인해 준비한 것을 다 펼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

"처음에는 시즌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김연경.

흥국생명 박미희(58) 감독과 김연경(33)은 이번 시즌이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코트 밖에서 이들을 덮친 악재가 팀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둘은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짙은 아쉬움을 털어놨다.

흥국생명은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V리그 여자부 GS 칼텍스와 챔피언결정전 3차전서 세트스코어 2-3(23-25, 22-25, 25-19, 25-17, 7-15)로 무릎을 꿇었다. 시리즈 3패, 준우승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패장 박미희 감독은 "정말 길었다. 과정이 쉽지 않았다. 주어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만큼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김연경 역시 "어렵게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이겨내고 챔프전까지 왔다는 자체로 잘했다"고 자평했다.

흥국생명은 4라운드까지 선두 독주했다. 흥국생명을 막을 팀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2월, 학교폭력 논란이 V리그를 강타했다. 흥국생명은 주전 공격수 이재영(25)과 세터 이다영(25)이 연루됐다. 직격탄을 맞았다. 이다영이 SNS로 팀 내 불화설까지 암시해 분위기가 어수선하던 터였다. 둘은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흥국생명은 5, 6라운드 2승 8패로 추락했다. 정규리그 1위도 GS 칼텍스에 빼앗겼다.

흥국생명은 미디어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박미희 감독은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연경은 주장으로서, 와해된 조직력과 팀 분위기를 수습해야 했다. 주전 공격수와 세터가 시즌 막판 바뀐 상황에서 어렵게 버텼다. 정규 1위는 내줬지만 플레이오프서 IBK 기업은행을 2승 1패로 누르는 저력을 선보였다.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압도적 전력 열세를 실감하며 고개를 숙였다.

박미희 감독은 "스트레스가 많았다. 강행군이었다. 눈도 많이 충혈됐다. 외부적인 요인으로 우리가 준비했던 것을 하지 못했다. 그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페넌트레이스 막판 주전 2명이 빠지면서 흥국생명이 비시즌 내내 다진 플레이를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써먹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박 감독 개인적으로도 상처가 컸다.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는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오늘은 이제 과거다. 새로운 시즌이 기다리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글로나 말로나 상처를 받았다. 그 상처를 치유하겠다"고 털어놨다.

김연경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김연경은 "배구 인생에서 마음이 무겁고 책임감을 가지게 됐던 시즌이다. 마무리는 나름 잘 됐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시즌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어느 시점이 되니까 날짜를 기다리기보다 조금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떠올렸다.

김연경은 "동료들에게는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 잘했다고 했다. 실력 면에서도 GS가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챔프전까지 오다 보니 욕심이 생긴 것 같다. 욕심을 내서 잘 안됐는데 그래도 잘했다. 다들 끝까지 열심히 했다"며 동료들을 독려했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