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의 회고 "죽기살기로 뛰는 게 한일전"... 벤투호 팬심이 더욱 싸늘한 이유

김명석 기자 / 입력 : 2021.03.27 05:46 / 조회 : 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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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전 당시 일본 수비수와 볼 경합 중인 안정환(왼쪽). /AFPBBNews=뉴스1
“죽기살기로 뛰었다. 그게 한일전이었다.”

안정환(45) MBC 해설위원은 지난 25일 한일전 중계에서 선수 시절을 이렇게 회고했다. 한일전의 의미가 선수들에게는 그만큼 남달랐다는 뜻이다. 한국의 참패는 그래서 더욱 씁쓸했다. 팬심이 더욱 싸늘한 이유는 스코어뿐 아니라, 경기 내내 찾아볼 수 없었던 선수들의 투지 때문이었다.

파울루 벤투(52·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날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평가전에서 0-3으로 졌다. A매치 친선경기로 치러진 한일전은 2011년 ‘삿포로 참사’ 이후 10년 만이었는데, 그때와 마찬가지로 역대 2번째 0-3 참패를 당했다.

시작 전부터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유럽파가 9명이나 소집된 일본에 비해 한국은 손흥민(29·토트넘) 황의조(29·보르도) 황희찬(25·라이프치히) 등 주축 유럽파들이 부상이나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제외됐다. 소집된 유럽파는 이강인(20·발렌시아)과 정우영(22·프라이부르크) 둘 뿐이었다. 이마저도 이강인은 아직 대표팀의 주축이 아니었고, 정우영은 첫 소집이었다.

반면 일본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는 미나미노 다쿠미(26·사우스햄튼) 외에도 요시다 마야(33·삼프도리아), 도미야스 다케히로(23·볼로냐), 엔도 와타루(28·슈투트가르트), 카마다 다이치(25·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빅리그 소속 주전들이 많았다. 이날 선발라인업 11명 중 8명이 유럽파로 채워진 것 역시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를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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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지난 25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0-3으로 패배하자 아쉬워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한축구협회
그래도 ‘한일전’이었다. 선배 안정환 해설위원이 그랬듯, 그동안의 한일전들이 그랬듯 투지와 투혼이 반드시 깔려야 하는 경기였다. 일본의 주장인 요시다도 경기 전날 인터뷰에서 “지금 시대와는 맞지 않을 수 있지만, 다리가 부러져도, 몸이 망가져도 부딪혀야 한다는 점을 선수들에게 얘기했다”고 했을 정도다.

그러나 90분 내내 대표팀이 보여준 경기력에서 투지나 투혼, 집중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세 차례의 실점 장면 모두 마찬가지였다. 전반 17분 실점 때는 수비수들끼리 공을 미루다 뒷공간이 뚫렸고, 27분 추가실점 장면에서도 수비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공간을 내줬다. 후반 38분 코너킥 실점 땐 엔도가 무방비 상태로 헤더로 연결했다. 상대는 너무나 쉽게 기회를 만들었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압박도 마찬가지였다. 전반 중반 ‘막내’ 이강인이 전방 압박을 선보였던 장면 외에는 경기 내내 압박 강도가 느슨했다. 과감한 몸싸움이나 거친 압박도 없었다. 이를 과감하게 시도하는 선수들는 거의 없었다. 상대팀 주장인 요시다가 강조했던 정신력을 한국 선수들에게는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 후 김영권(31·감바 오사카)이 참석한 온라인 인터뷰 중에서도 '투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김영권은 “선수들도 경기 전 투지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플레이를 통해 압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경기장에 나섰다”면서도 “경기장 안에서는 여러 면에서 힘들고 부족했다. 더 유동적으로 투지 있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팬들뿐 아니라 그라운드에서 뛴 선수들조차 사라진 투지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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