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 '이십세기 힛-트쏭' 참으로 영리한 프로그램!

이수연 방송작가 / 입력 : 2021.03.12 13:54 / 조회 :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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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십세기 힛트쏭'


무엇이든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다는 것,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하긴 없던 걸 새로 만든다니, 완전 기적에 가까운 일 아닌가! 실제로 이런 기적 같은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참으로 놀랍다. 세상의 모든 일들이 다 그렇지 않은가!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무에서 유가 창조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니까.


이런 가운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방송 프로그램이다. 방송 프로그램이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의 결정체 아니냐 이 말이다. 그래서 방송 제작진들에게 언제 가장 힘든가, 물어보면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순간은 프로그램을 새로 기획할 때이다. 일단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기 때문에 너무나 막막한데,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만들 수도 없다. 그랬다간 시청자들에게 단번에 외면 받게 되니까. 게다가 TV 매체는 공공재인데, 함부로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러니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제작진들은 심사숙고하며, 고민의 또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방송 프로그램이 장고 끝에 탄생하지만, 그렇다고 모두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시청자에게 사랑 받거나 외면 받거나, 둘 중의 하나를 거치게 되니까.

그런 면에서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프로그램, KBS joy의 ‘이십세기 힛-트쏭(이하 힛트쏭)’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힛트쏭’은 대한민국 가요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한국 가요프로그램을 재소환하고, 재해석하여 대중이 원하는 뉴트로 가요의 갈증을 해소하고자 만들어진 음악 차트쇼 프로그램이다. 주로 아이돌이 장악하는 현 케이팝과 달리 과거 80년, 90년대 가요는 발라드, 댄스, 힙합, 솔로, 듀엣, 혼성 등 음악 색깔부터 활동하는 가수들의 형태까지 다양하다보니 신선한 느낌마저 든다. 이런 상황에서 ‘힛트쏭’의 기획은 시대적으로 딱 맞아떨어졌다.

‘힛트쏭’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영리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기획력도 돋보이고, 매회 제작되는 내용도 알차기 때문인데, 이것들에 대해 한 발 더 들어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프로그램의 콘셉트가 확실하다. 8090의 한국 가요계를 휩쓸었던 올드 케이팝을 다시 재소환하여 순위를 매기고 소개하는 프로그램. 이 한 문장만으로 다 이해된다. 좋은 프로그램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누군가 ‘그게 어떤 프로그램이야?’라고 물었을 때 한 마디로 설명하고, 바로 이해되는 것! 성공하는 프로그램일수록 콘셉트가 심플하다. 명확하고 간결해야 시청자들이 편하게 볼 수 있으니까. 때문에 어떤 프로그램인지 부연 설명이 길고 복잡할수록 프로그램 정체성이 애매모호해지면서 바다로 가야할 배가 산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둘째, 내용을 담아낼 자료가 풍부하다. 기획과 콘셉트가 아무리 좋아도 매회 담아낼 내용이 부족하면 프로그램의 한계가 금방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힛트쏭’은 과거 KBS에서 방송 된 가요 프로그램을 순위로 재구성하고 있다.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오랜 역사를 지닌 곳이어서 숱하게 많은 가요 프로그램들을 제작했고, 모든 가수들이 다 거쳐갔다. 특히 저작권 문제가 민감한 요즘 시대에 이렇게 많은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큰 자산이 아닐 수 없다.

셋째, 차트 구성이 무궁무진하다. 차트쇼라는 형식에 맞추다보니 매회 신선한 주제를 엮을 수 있다. 단순히 댄스, 발라드, 트로트, 그룹 등 이런 식의 분류가 아니라 매주 재미있는 주제로 히트송을 엮는다. 가령 이런 식이다. '세기말 텐션 갑! 힛-트쏭', '리어카 완판 레전드! 길보드 힛-트쏭', '첫사랑 자동소환 힛-트쏭', '노래방 대리만족 방구석에서 즐기는 힛-트쏭'으로 말이다. 그러다보니 이십세기 히트송의 숫자는 한정적이어도 주제를 이리저리 엮다보면 무한대로 재창조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삼박자가 딱 맞아떨어졌으니 ‘힛트쏭’의 기획은 가히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힛트쏭’은 평생 방송 되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만큼 명확한 기획력과 풍부한 내용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무에서 유를 제대로 잘 창조’해 낸 영리한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아마도 시청자들이 외면하지 않는 한 ‘힛트쏭’은 앞으로도 쭉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 ‘히트송’, 오늘은 어떤 가요가 소환될까? 기대하게 되는 프로그램! 그래서, 제 별점은요~ ★★★★☆(4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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