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감독 '맷 윌리엄스' 이름의 구장이 있다, 애리조나에 2개 지은 사연 [이상희의 MLB 스토리]

신화섭 기자 / 입력 : 2021.03.11 18:01 / 조회 : 2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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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맷 윌리엄스 필드. /피닉스(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통신원
[서프라이즈(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통신원] 한국에 ‘자원봉사’라는 단어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기 시작한 것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때라 볼 수 있다. 당시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는 1984년 미국 LA 올림픽 성공의 밑거름이 됐던 ‘자원봉사자’ 제도를 도입해 큰 성과를 거뒀다.

미국노동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25.1%, 네 명 중 한 명은 지역사회 및 단체 등을 통해 각종 자원봉사를 지속적으로 경험한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20~24세의 젊은층(18,4%)보다 35세 이상인 중장년층의 자원봉사 비율(57%)이 더 높다는 것이다.

성별로는 여자가 남자보다 더 자원봉사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종별로 나누면 ‘백인-흑인-라티노(남미인)-아시아인’ 순이었으며, 백인이 67%로 타 인종에 비해 자원봉사 참여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는 매년 미국 애리조나와 플로리다주 두 곳에서 열린다. 장소는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스프링캠프지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구단 직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자원봉사자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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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구단의 스프링캠프 구장에서 오랜 기간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버지니아(왼쪽)와 도나. /서프라이즈(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통신원
필자가 양현종(33·텍사스)을 취재하기 위해 최근 애리조나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을 방문했을 때였다. 경기 시작 약 2시간 전에 스타디움에 도착했지만 그곳에는 이미 수십 명의 노동자들이 모여 자신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있는 그들 대부분은 백발노인들이었고, 백인이었다.

올 해로 16년째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관중 안내 자원봉사를 한다는 도나(80)에게 필자가 ‘왜 그렇게 오래 자원봉사를 하는가’라는 우문을 던지자 그녀는 “남을 돕는 일이 좋고 행복하기 때문이다”라는 현답을 내놓았다.

도나 옆에 있던 버지니아(78)는 “나는 올 해로 19년째”라고 운을 뗀 뒤 “자원봉사자인 우리에게 서프라이즈 시에서 직접 급여를 주지는 않지만 우리가 일한 시간을 계산한 돈으로 지역사회 학생들을 위해 장학기금으로 조성한다”며 “좋아하는 야구도 보고 그 일을 통해 지역학생들이 장학금도 받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며 웃었다. 이야기를 듣던 도나는 “우리 나이에 돈 욕심을 부리면 보기 흉하다”고 거들었다.

도나와 버지니아 같은 자원봉사자들은 스프링캠프지에서 주차안내, 티켓판매, 관중안내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일한다. 이들은 자원봉사자 네트워크에 등록돼 있어 스프링캠프가 끝난 뒤에도 지역사회의 다른 행사나 모임 등에서 봉사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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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윌리엄스 KIA 감독. 미국 애리조나에는 그가 설립한 야구장이 2개 있다. /사진=뉴시스
메이저리그 구단 대부분은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야구장 지어주기’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이를 가장 활발하게 실천하는 구단은 맷 윌리엄스(56) KIA 감독의 전 소속팀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다. 2000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애리조나 구단은 지금껏 총 43개의 유소년 야구장을 건립했다.

이 야구장들은 구단과 선수, 그리고 기업 및 지자체 등이 현금이나 현물 또는 기술이나 인력 등을 공동으로 출자하는 방식으로 건립한다. 이렇게 지어진 구장은 ‘맷 윌리엄스’ 구장, ‘랜디 존슨’ 구장처럼 선수 이름으로 명명하고, 해당 야구장에는 건립에 동참한 기업들의 광고를 무료로 걸어준다. 윌리엄스 감독이 애리조나에 설립한 야구장은 피닉스와 쇼로에 2개 있다.

윌리엄스 감독은 과거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유소년 야구장 건립에 대해 “야구 팬들에게 받은 사랑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운을 뗀 뒤 “안타까운 일이지만 문명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점차 자연을 잃어간다. 아이들이 한 번이라도 더 푸른 잔디 위에서 뛰어 놀 수 있게 해주는 건 야구선수를 떠나 어른으로서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 뛸 수 있다는 메이저리그. 그곳은 도나와 버지니아 같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과 윌리엄스 감독 같은 전·현직 선수들의 기부가 있기에 오랜 시간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지속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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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 모여 일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서프라이즈(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통신원
이상희 스타뉴스 통신원 sang@lee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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