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터', 탈북 여성과 복싱이 만났다..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 [종합]

건대입구=강민경 기자 / 입력 : 2021.03.04 19:13 / 조회 :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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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chmt@


탈북 여성과 복싱이 만났다. 바로 '파이터'의 이야기다. 어두운 화면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과 싸우는 모습을 큰 스크린을 통해 전달한다.

4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파이터'(감독 윤재호)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시사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는 배우 임성미, 백서빈, 오광록, 윤재호 감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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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터'는 복싱을 통해 자신의 삶과 처음 직면해 비로소 삶의 동력을 얻게 된 여성, 진아(임성미 분)의 성장 시간을 담은 이야기다. '파이터'는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과 올해의 배우상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경쟁부문 14플러스 섹션에 공식 초청 받았다.

이날 윤재호 감독은 "'파이터'는 제가 칸영화제에서 레지던트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 함께 했던 작품이다. '뷰티풀 데이즈'는 스토리가 복잡하고, 과거로 갔다 현재로 돌아오는 복잡한 구조, '파이터'는 심플한 구조다. 주인공을 항상 따라다니는 느낌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연출한 계기를 밝혔다. 이어 "인물 위주, 눈빛에 신경을 썼다. 클로즈업이 많다. 인물을 살리기 위해 표정을 캡처하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까 배우들의 표정에 의지하게 됐다. 편집하면서도 놀라운 표정들을 봤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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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chmt@


윤재호 감독은 "주인공을 통해서 이야기를 알게 되고, 가족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영화다. '뷰티풀데이즈' 보다 무게감은 덜하다. 아무래도 주인공을 젊은 층을 택하다 보니 약간의 가벼우면서도 진지한 이야기 그리고 러브스토리를 잘 표현하고 싶었다. 가볍지 않고, 더 무겁지 않게 적절한 무게감을 느낄 수 있도록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파이터'의 주인공은 임성미가 연기한 진아다. 진아는 탈북민으로 한국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렇다면 윤재호 감독은 왜 탈북민을 주인공으로 설정했을까. 그는 "제가 아는 탈북하신 분들은 대부분 우리가 살아가는 한국 사회 편견 속에서 살아가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매체에서 긍정적으로 보이기 위해 많이 표현하긴 하지만, 결국엔 보이지 않는 벽, 흔히 소외 계층으로 보통 이야기 한다. 관심을 많이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을 겪고 살아가고 있는지 대해서는 우리가 크게 다루고 싶은 문제는 아니다. 그런 분들과 제가 이야기를 하고, 듣다 보면 진아라는 캐릭터가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벽, 편견과 맞서는 한 인물이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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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chmt@


임성미는 봉준호 감독의 '마더', 구교환 감독의 단편 '연애다큐' 등 영화와 연극 무대를 넘나들며 연기 내공을 쌓았다. 최근에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스타트업'에서 신스틸러로 활약했다. 임성미는 '파이터'를 통해 첫 장편영화 타이틀롤을 맡았다. 그는 극중 진아 역을 맡았다. 특히 그에게 있어서 '파이터'는 첫 장편영화 타이틀롤이다.

임성미는 "출연하는 횟수와 분량이 많았다. 건강 관리라든지 컨디션 조절 등 그런 부분을 신경 써야만 했던 프로덕션이었다. 할 때는 몰랐지만, 촬영하고 나서 깨달은 점이 있다면, 호흡이 더 길어졌다고 해야하나. 배우로서 큰 배울 점이 됐다. 혼자서만 하는 게 절대 아니라는 걸 정말 많이 깨달은 작업이었다. 감독님께 너무 너무 감사하다. 저를 선택해준 믿음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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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chmt@


탈북민을 연기했기에 임성미는 러닝 타임 내내 북한말을 사용한다. 그는 '파이터'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의 도움을 받았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임성미는 "모국어가 아닌 이상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시나리오 안에 있는 대사만큼은 물 흐르듯이 연습하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복서를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했다고. 임성미는 "(복싱에)시간을 투자했다. 기술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으나 시간 관계상 할 수 있었던 건 줄넘기, 원투, 잽이었다. 매일 매일 체육관에 갔고, 촬영하면서도 훈련을 하면서 찍었다"고 전했다.

백서빈은 극중 태수를 연기했다. 진아(임성미 분)가 청소부로 일하는 복싱 체육관의 직원이자 코디다. 백서빈 역시 임성미와 마찬가지로 눈빛에 대해 이야기 했다. 백서빈은 극중 임성미와 함께 눈빛으로 감정을 전달한다. 그는 "감독님께서 연출하시는 방향에 그러한 부분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배우가 연기하고, 그걸 끌어내주는 게 감독님이었다. 촬영을 하다 보니까 감독님께서 눈빛 연기라든지 캐릭터가 보여주는 표정, 보여줄 수 있는 부분들 등 담백하게 담아내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부분이 연출 의도와 맞아 떨어져서 그렇게 보인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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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chmt@


오광록은 진아가 청소부로 일하고 있는 복싱 체육관의 관장이다. 새벽에 체육관으로 출근한 진아가 원투 잽을 날리는 모습을 보고 복싱을 권유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오광록 역시 많은 대사는 없다. 그는 "(촬영한 지) 오래되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현장에서 감독님이 배우들 연기하는 거 보면서 가만히 지켜보는 시선이 있었다. 감독님의 말 없는 눈빛을 집중해서 보다보면 원하는 바를 집중력이 더 강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오광록은 극중 대사인 '살다보면 울어줘야 할 때가 있어'라는 대사에 대해 "적절한 표현이 될지는 모르겠다. 관장이 느끼고 있는 진아의 분노라는 건 어찌보면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절처럼 끝없이 일어나는 반항, 저항, 분노가 있다. 분노의 끝에는 저마다 어둡고 깊은 응어리의 꾹꾹 눌러놓은 눈물, 설움이 있다고 이해하고 있다. 그게 각자 어떤 내용이든 줄거리든 사연을 갖고 있던 간에 설움을 누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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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chmt@


극중 진아는 '나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라는 말을 한다. 이와 관련해 윤재호 감독은 "탈북 여성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어떻게 보면 우리 모두 다 같이 자신과의 싸움, 목표와 싸우는 개개인이다. 결정적으로 우리는 끊임없이 싸워 나간다. 목표를 향해 기도하고, 자신의 불합리함 때문에 싸우기도 하는 등 결국 모든 인간은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이 세상과 맞서 싸우고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탈북민 여성과 복싱이라는 스포츠가 만난 '파이터'. 관객들은 '파이터'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파이터'는 오는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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