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로컬영화제? 골든글로브 '미나리' 외국어영화상 수상 파문 확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1.03.02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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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미나리'는 영화 국적이 USA인데도 불구하고 비영어 사용이 50% 이상이면 외국어영화에 해당한다는 골든글로브 규칙에 따라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사진제공=판씨네마


한국계 미국감독 정이삭이 연출한 '미나리'가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면서 안팎으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열린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을 거머쥐었다.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의 한인 이민자 가족이 겪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미국인 감독이 만든 미국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자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주최하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에 대한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나리'가 미국영화인데도 불구하고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건, 대사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니면 외국어영화로 규정한다는 골든글로브 방침 때문. 앞서 '미나리'가 골든글로브에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노미네이트된다는 소식이 알려질 때부터 이 같은 규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됐다.

뉴욕타임스는 '미나리'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 "'미나리'를 연출한 정이삭 감독은 미국 감독이고, 미국에서 영화가 촬영됐고, 미국 업체 투자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미나리는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만 올라 작품상 부문에서 경쟁할 수 없었다"고 골든글로브를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미나리' 출연 배우들도 연기상 후보에 오를 자격이 있었지만 상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CNN도 "할리우드의 인종차별에 대해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게 됐다"며 "미국은 인구의 20% 이상이 집에서 영어 이외의 언어를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EPA)가 "비영어권 대사 때문에 미나리의 작품상 수상 자격을 박탈해 비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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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글로브에서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자 정이삭 감독이 딸을 안고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제공=판씨네마


미국 언론들은 골든글로브 시상식 개최에 앞서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의 폐쇄성에 대해 비판 보도를 이어갔다. LA타임스는 현재 87명으로 구성된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는 흑인 멤버가 한 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LA타임스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 멤버들이 더이상 영화기자로서 전문성도 없으면서 영화사에서 제공하는 로비로 살고 있다면서 세금 문제도 적지 않지만 워낙 폐쇄적이라 내부에서 자정 목소리가 나오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에밀리 인 파리'가 프랑스 촬영지로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 멤버 30명을 초청해 1박에 1400달러 호텔을 잡아줬으며, 2015년에는 후보지명을 놓고 돈을 요구받은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버라이어티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에 2002년 이후 흑인 멤버가 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추가 보도하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골든글로브는 다른 미국 주요 시상식에 비해 흑인 배우들이 주연인 영화들을 푸대접한다는 비판이 줄곧 제기됐다. 보수적인 색채를 띄고 있다고만 알려졌던 골든글로브 실체가 '미나리' 외국어영화상 후보 지명 및 수상으로 폭로된 것이다.

이 같은 비판으로 미국에선 골든글로브의 변화를 촉구하는 '타임즈업골든글로브' 캠페인도 일고 있다. 버라이어티는 타임즈업골든글로브 캠페인에 많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동참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비판을 의식한 탓인지 골든글로브는 올해 작품상과 감독상을 중국계 미국 감독인 클로이 자오의 '노매드랜드'에 안겼다. 아시아계 여성 감독이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나리' 정이삭 감독은 이날 수상 소감으로 "(미나리는) 그들만의 언어로 말하려 노력하는 가족의 이야기라"라며 "영어나 어떤 외국어보다 깊은 진심의 언어다. 서로가 이 사랑의 언어로 말하는 법을 배우길 바란다. 특히 올해는"이라고 말했다.

백인 남성 중심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변화를 모색했고,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한국영화인 '기생충'에게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개 트로피를 안기면서 변화를 이뤘다.

과연 골든글로브가 '미나리'로 촉발된 다양성에 대한 바람을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한편 아카데미 시상식은 외국어 사용 여부가 주요 부문 수상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에 '미나리'가 어떤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수상하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아카데미 후보 발표는 오는 15일, 시상식은 4월 2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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