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희 감독이 밝힌 #'승리호' A to Z #송중기 #김태리외전 #차기작 [★FULL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1.02.24 12:30 / 조회 : 1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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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호'를 연출한 조성희 감독/사진제공=넷플릭스


조성희 감독이 '승리호'로 돌아왔다. 한국영화 장르 개척자답게 이번에는 SF우주 영화를 관객에 선보였다. 비록 넷플릭스로 공개돼 큰 스크린에선 볼 수 없지만, '승리호'는 여러 가지 이야깃거리를 낳고 있다. 조성희 감독을 만나 '승리호'에 대한 긴 이야기를 나눴다.

-'승리호'는 설정을 엄청나게 쌓은 대신 이야기는 최대한 단순하게 갔다. 이렇게 많은 설정을 쌓은 작품을 하게 되면, 창작자들이 레이어가 두터운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기 마련인데. 반면 '승리호'는 단순하고 간결하게 이야기를 끌고 갔는데.

▶'승리호'를 준비하면서 가장 궁금하면서도 조심스러워했던 부분이 이 영화를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까였다. 할리우드에선 우주SF영화가 많지만 한국영화에선 처음이라 낯선 걸 어떻게 받아들일지 조심스러웠다. 한국어로 대화하는 우주SF영화를 위화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려면 이야기가 더 보편적이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설정은 풍부하게 가되 어린이부터 어른 관객까지 볼 수 있는 가족오락영화로 이야기를 편하고 단순하게 가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승리호'는 송중기가 맡은 태호의 서사와 도로시 이야기, 크게 두 축으로 진행되다가 하나로 합쳐지는데. 기획부터 큰 줄기는 그대로였나.

▶(12년 전 영화아카데미 시절 장편 제작 연구 과정 중에 썼던) 처음 트리트먼트부터 주인공 남자는 잃어버린 딸이 있었고, 아빠를 잃어버린 여자아이를 발견하고, 같이 아빠를 찾아주다가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큰 줄기는 바뀌지 않았다.

-우주쓰레기를 줍는 선원의 이야기는 '플라네테스'에서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던데. '문라이트 마일'의 우주노동자도 연상되고. 물론 '플라네테스'가 우주쓰레기 수거라는 이야기에 오리지널리티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처음 우주쓰레기를 줍는 우주청소부 이야기는 '메모리즈'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접했다. 우주선에서 '난닝구'를 입고 일하는 노동자의 모습이랄까. '스타워즈'나 '스타트랙'처럼 특별한 누군가가 우주선을 타는 게 아니라 평범한 노동자가 탄다는 게 놀라웠다. 그 뒤 그런 작품을 찾아보면서 '문라이트 마일'도 접했다. 과연 이런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런 작품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용기를 얻었다.

-조성희 감독의 작품들에는 아이들이 빠지지 않는다. 그 아이들에게 꼭 가족을 만들어주고. '승리호'도 마찬가지고.

▶작품마다 그렇게 하겠다는 원칙이 있었던 건 아니다. 공교롭게 그렇게 됐다. 쓰다 보니 그런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 돌이켜보면 아이들이 등장하는 게 근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이가 있으면 영화 전체에 도덕적 균형을 맞춰주는 것 같고.

-'늑대소년'은 판타지 로맨스, '탐정 홍길동'은 '씬시티' 같은 펄프 느와르, '승리호'는 우주SF영화다. 다 한국영화에서 처음 시도하는 장르물이었다. 조성희 감독은 한국영화에 새로운 장르 개척자인 건 분명하다. 반면 하나의 장르에 정복자는 아직 아니다. 잘하는 한 장르에 머물지 않고 계속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까닭은.

▶장르의 개척자지만, 정복자는 아니다? 그르게요. 계획을 세우고 뭘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작품을 했던 게 아니라 그때그때마다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다보니 그렇게 작품들을 만들어왔던 것 같다.

많은 감독님들이 그렇듯 나도 어떤 한 장면, 어떤 한 대사에 꽂혀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그게 논리적이라기보다 그걸 영화로 정말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야 하게 되는 것 같다. 계속 하다보면 능숙해 지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그럼 '승리호'는 어떤 장면, 대사에 꽂혀서 하게 됐나.

▶장면이라기보다는 설정이다. 우주 노동자가 우주 공간에서 일하는 모습. 흔히 우주라는 단어가 엘리트만 갈 수 있는 느낌이 있지 않나. '스타워즈'나 '스타트렉'은 그보다 더 특별한 사람이 하는 느낌이고. '승리호'는 지금 이 땅에서 볼 수 있는 비슷한 사람들이 우주공간에서 일하는 걸 보고 싶었다.

-첫 한국 우주SF영화에 등장하는 우주선에 '승리'라는 이름을 넣은 이유는.

▶처음에는 언젠가 바꿀 제목으로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 만화영화 같은 느낌을 주는 제목.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만화영화. 왠지 '승리호'라는 이름을 어린이들이 좋아할 것 같았고, 살짝 유치한 것도 좋았다.

그러다가 시나리오를 쓰면서 저 안에서 스스로 승리라는 단어의 뜻을 찾았다. 내가 생각한 승리는 화합, 화해, 공생이었다. 이기는 게 좋은 건 줄 알았지만, 이라는 업동이 대사 뒤에는 더불어 사는 게 진짜 승리라는 게 숨겨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승리호'라는 제목을 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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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 '승리호' 스틸


-원래는 주인공들의 나이가 많았는데 송중기가 캐스팅되면서 연령대를 낮춘 것인가.

▶그렇진 않다. 원래 예전 시나리오는 전부 나이가 많았다. 타이거 박은 60대였고, 장선장도 노년이었고, 태호는 그냥 아저씨였다. 그러다가 이 이야기를 영(young)하고 활기 넘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고치면서 주인공들 연령대를 낮췄다.

송중기 때문에 바뀐 설정은 있다. 송중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의 질문 덕에 생각한 설정이다. 원래 순이는 태호의 친딸이었다. 그런데 송중기가 자기가 아버지를 연기한다는 걸 관객이 위화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 들일까,란 질문을 하더라. 그 질문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자기 잘못 때문에 거둬들인 딸이란 설정을 넣는 게 이야기를 더 두터워지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특별한 사랑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설정을 지금처럼 바꿨다.

-김태리가 연기한 장선장은 그 캐릭터의 서사로 '승리호2'가 만들어진다거나, 과거 이야기를 외전으로 만들면 또 다른 재미를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던데. 일단 장선장의 이름은 뭔가.

▶현숙. 장현숙이다. 일단 승리호에 타는 선원들은 어떤 의미로는 쓰레기처럼 갈 곳이 없는, 버려진, 도망자들이길 바랐다. 장선장은 UTS에 저항하려다 실패한 인물이고, 타이거 박은 우주에선 불법체류자고 지상에선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이다. 업동이도 어딘가로부터 버려진 로봇이고.

장선장 외전은 우리끼리는 돌려본 전사가 있다. 장선장도 우여곡절이 많은 인물이고. 장선장의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든 어떤 형태로든 만들어져서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승리호2'나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진 않나. 직접 장선장 이야기를 만들 생각은 없나.

▶인연이 닿는다면 할 수 있겠지만 '승리호' 시리즈가 계속 만들어질지 잘 몰라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업동이는 주워 온 아이를 뜻하는 우리말인데. 로봇에 그런 이름을 붙인 까닭은. 또 업동이는 우주SF영화에 하나씩 등장하기 마련인 자의식이 있는 로봇인데 여성성을 추구하는 성격으로 만든 이유가 뭔가.

▶말그대로 주워와서 업동이라고 이름을 붙었다. 구수한 단어이기도 하고. 최첨단 자의식이 있는 로봇에 업동이란 이름을 붙이면 재밌을 것 같았다. 업동이는 처음부터 변화가 가장 없었던 캐릭터다. 처음에는 폭력로봇이었는데 버려졌고 그러다가 사람처럼 피부이식을 하는 게 꿈인 그런 로봇이란 설정이었다. 여성성도 마찬가지였다. 그게 재밌을 것이라 생각했다.

-업동이는 우주쓰레기를 수거하는 데 작살을 쓰는데. 작살을 쓰는 설정이란 게 신선한데.

▶이 작품을 쓰면서 '백경'을 읽었는데 거기에서 등장하는 작살잡이가 매력적이더라. 그걸 읽고 우주쓰레기를 작살을 던져서 수거하면 되게 근사하겠다란 생각을 갖게 됐다. 한국항공우주원 김해동 박사님에게 우주쓰레기 수거 방법에 대한 자문을 구했는데, 정말 다양한 방식이 있더라. 냉동가스를 분사해서 우주쓰레기를 얼린 뒤 대기권에 떨어뜨리는 방법도 있고, 레이저 그물도 있고. 우주쓰레기라는 게 옆에서 보면 고요하고 멈춰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것이다. 이걸 영화적으로 어떻게 구현해야 속도감 있게 보일지 고민을 많이 했다.

-영화 초반 우주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몰려드는 쓰레기 수거선의 모습은 한국 고속도로 렉카와 닮은 것 같던데.

▶맞다. 그 시퀀스는 박력 있는 장면이 목적이었다. CG 슈퍼바이저가 시나리오를 보고 렉카들이 질주하는 것처럼 하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걸 모티브로 했다.

-UTS 시민 거주지를 비롯해 '승리호' 속 스페이스 콜로니는 몇 개고 어떤 설정으로 구상했나.

▶우선 지구에서 우주궤도로 올라가는 궤도 엘리베이터가 전 세계에 100개가 있다. 그중에 하나가 서울에 있는 것이고. 그리고 궤도 엘리베이터에서 각 콜로니로 떠날 수 있게 하는 공항이 지구로부터 120km 떨어져 있는 곳에 있다. 지구에서 120km 떨어진 곳부터 우주라고 하더라. 그리고 비시민 거주단지가 13개로 지구로부터 2000km 떨어진 곳에 있다. UTS 시민거주단지가 16개로 10000km 떨어진 곳에 있다. UTS 시민거주단지가 가장 먼 궤도에 있는 건, 지구궤도를 도는 우주쓰레기가 가장 적은 곳이라 상대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 물방울처럼 보여지는 게 UTS 시민거주단지들이다. 그리고 우주쓰레기 수거위성이 있다.

비시민 거주단지는 사실은 불법건축물이란 설정이다. 우주노동자들이 판자촌처럼 뚝딱뚝딱 만들었다는 설정. 그래서 UTS 시민거주단지는 에너지쉴드로 우주쓰레기를 막을 수 있는 반면 비시민 거주단지는 자세히 보면 주요 부위에 거대한 쿠션이 있다. 쉴드가 없기에 쿠션으로 막아놨다는 설정이다.

-승리호 오프닝은 광화문에서 시작해 위로 위로 계속 올라가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서울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에서 궤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시작해서 우주선, 그리고 UTS시민거주단지, 그리고 그곳에서도 꼭대기로 올라가 설리반이 있는 장소까지 계속 상승하는 식으로 만들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우주SF영화이기에 그렇게 들어가야 이 세계로 관객이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승리호' 속 세계관에는 국가는 사라진 것인가.

▶지구에는 지금처럼 국가가 있고, 국제기구도 있다는 설정이다. 다만 우주는 좀 다르다. 제작진이 만들어놓은 설정에는 2070년에 지구 밖에 우주단지를 만든 UTS가 국가라고 선포한다. 설리반이 엄청난 로비를 통해 국가 지위를 쟁취하고. 그래서 UTS라는 국가는 민족이나 지역을 기반으로 한 국가가 아니라 다국적 기업으로 출발했기에 인종이나 언어 등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국가가 됐다는 설정이다.

-보통 우주SF영화는 미국에서 만들면 전부 영어를 쓰고, 중국에서 만들면 전부 중국어를 쓰기 마련인데. '승리호'는 한국어가 주된 언어이긴 하지만 각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서로 통역기를 쓴다는 설정이 기발한데. 몇 개 언어가 쓰였나.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나이지리아어(피진어), 중국어, 이집트어, 네덜란드어, 필리핀어 등이 쓰였다. 통역기 사용으로 다국적이고 무국적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승리호는 최첨단 우주선일 텐데 메카닉인 타이거박이 우주선이 가동할 때마다 손으로 무언가를 당기는 등 마치 증기선 같은 모습으로 연출됐는데.

▶승리호의 엔진은 차세대 우주엔진인 제논엔진이라는 설정이다. 그리고 우주에서 비행물체가 방향을 바꾸는 건, 대기가 없으니 날개를 통해서 하는 게 아니라 주엔진이 아닌 우주선 곳곳에 있는 조그만 엔진들을 통해서 바꾼다는 설정이다.

그래서 타이거박이 수동으로 노즐을 열고닫으면 승리호가 방향을 바꿀 수 있게 되고 그렇게 해서 태호가 곡예비행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설정이다.

사실 최첨단 우주선이 그런 식으로 방향 전환을 한다는 게 이상할 수 있지만 난 승리호가 육체노동의 향기가 느껴졌으면 했다. 그래서 우주선을 움직일 때 선원들이 몸을 크게 움직이는 방향성이 있었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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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동이를 연기한 유해진과 조성희 감독/사진출처=승리호 스틸


-우주를 영화로 구현할 때는 리얼리티와 영화적인 허구를 섞어서 그럴듯하게 구현하는 게 중요했을 텐데. VFX와 와이어 등으로 표현해야 하는 것도 구분해야 했을테고. 그 경계와 시행착오는 어땠나. 빛설계도 중요했을 테고.

▶최대한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보일까를 고민했다. 우주를 다룬 영화들을 놓고 보면 '그래비티' 같은 영화부터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까지 극과 극으로 스펙트럼이 넓다. '히치하이커' 경계에 '스타워즈' '스타트렉' 등이 있고.

'승리호'는 그 중간 어디쯤이길 바랐다. 처음에는 빛을 어떻게 구현할까를 놓고 야심차게 지구와 태양의 위치, 우주선의 위치 등을 고려해서 빛을 구현하도록 고민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니깐 너무 멋이 없더라. 어둡고. 그래서 빛의 각도는 포기했다. 대신 샷마다 가장 근사하게 보이는 빛의 방향을 설정했다. 그게 더 효과적이고 이 영화에 알맞더라. 우주를 다룬 작품들을 보면 굉장히 하드한 광을 받는다. '승리호'를 하면서 그걸 찾는데 고생했다. 명부와 암부가 칼 같이 나눠져야 더 멋있더라. 풀CG에서도 그런 빛의 각도와 양을 계산했다. 그게 우리 영화의 포지션에도 맞았다.

-무중력은 어떻게 구현했나.

▶정말 많은 메이킹을 찾아봤다. 아주 원시적인 방법으로 무중력을 구현한 것도 있고, 배우의 얼굴까지 다 CG로 만든 것도 있더라. 우리는 역시나 와이어였다. 되게 정교한 와이어가 필요했다. 장면마다 다른데 배우의 몸에 와이어를 크레인으로 단 적도 있고, 장면에 따라 허리와 어깨, 무릎에 각각 와이어를 달기도 했다. 그걸 무술감독이 실에 매단 꼭두각시를 조종하듯 조종했다. 그 상황에서 배우들은 연기를 해야 했고.

그래서 배우와 특수효과팀, CG팀, 무술팀들이 훈련을 계속 같이 했다.

-오프닝에서 궤도 엘리베이터가 우주에 도착했을 때 무중력으로 바뀌는 장면이 인상 깊은데. 커다란 스크린으로 봤다면 훨씬 인상적이었을 것 같던데.

▶그 장면을 찍을 때 정말 고생 많이 했다. 볼펜은 CG인데 의자에 앉아있는 배우들은 와이어를 달았다. 그리고 송중기 옆자리에 있는 두 분은 마임 전문가들이다. 와이어도 사용했지만 중력이 있다가 무중력으로 바뀌는 걸 마임처럼 표현해달라고 부탁했다.

-고속 촬영 때문에 어떤 장면들에선 배우들이 대사를 2배로 빨리 했다고도 하던데.

▶실제 우주에서 유영하거나 작업하는 우주인들의 영상을 보면 지구에서처럼 동작은 빠르다. 우주복이 두꺼우니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고.

그런데 영화를 실제처럼 찍으면 우주에서 유영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프레임 레이트를 변환했다. 고속촬영으로 찍고 변환해서 느려지는 것처럼 묘사했다. 그런데 그렇게 고속촬영으로 찍은 걸 프레임 레이트를 변환하면 배우의 입모양도 변한다. 그렇기에 촬영할 때는 배우가 대사를 2배로 빨리 해야 했다. 그걸 프레임을 바꾸면 비로소 입모양이 보통처럼 바뀐다. 그냥 우주에서 유영할 때와 우주에서 유영하다가 감정연기를 할 때는 프레임 레이트가 또 다르게 가야 했다. 계속 테스트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찾아낸 방식이다.

-도로시는 '오즈의 마법사'에서 가져왔나? 한국이름은 왜 꽃님인가.

▶도로시란 이름에는 신의 선물이란 의미가 있다더라. 그래서 가져왔다. 꽃님이는 발음이 예뻐서 그렇게 썼다.

-'승리호'에선 라그랑주 포인트가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 라그랑주 포인트 설명이 없어서 잘 모르는 관객들도 적잖을 것 같은데. 거기에 나노머신이 가득 들어있다는 것도 그렇고.

▶라그랑주 포인트는 중력 대치점이다. 행성과 행성, 행성과 위성의 중력이 중첩되는 지점이라 물체들이 모여서 정체되는 곳이다. '승리호'에선 빠져나갈 수 없는 늪처럼 묘사됐는데 영화적인 과장이 있다. 실제 라그랑주 포인트는 훨씬 멀리 있지만 영화 속에선 가까운 곳에 있는 것으로 설정했다.

그 라그랑주 포인트에 우주쓰레기들이 도달하면 벗어날 수 없으니 모여있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우주쓰레기들이 가득 차서 넘치면 안되니 UTS에서 그 우주쓰레기들을 분해할 수 있는 나노머신을 거기에 잔뜩 살포했다는 설정이다. 그렇기에 라그랑주 포인트에 가면 우주쓰레기와 그것들을 분해하는 나노머신이 가득 있으니 절대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설정이다.

-설리반은 어떻게 152살인데도 젊은 모습으로 정정한 것인가. 그리고 분노할 때 모습이 달라지는 이유는.

▶설리반이란 이름은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따왔다. 그는 원래 의사로 유전자 연구를 했던 사람이란 설정이다. 그래서 유전자에 그 사람의 성격, 능력 등이 담겨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설리반은 노화와 수명의 키를 갖고있는 텔로미어 길이를 조정하는 방법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전사를 갖고 있다. 그래서 불노인 것이고. 그렇지만 그 부작용으로 흥분해서 아드레날린이 과다 분비되면 그렇게 모습이 허물어지는 것이란 설정이다. 영화 속에서 몸을 스캔하는 장면에서 잠깐 나오지만 설리반의 주요 장기들은 모두 인공이다.

-'승리호' 음악은 최근 할리우드 우주SF영화 음악들과는 달리 과거 영화들과 더 비슷한데.

▶'백 투 더 퓨처'처럼 내가 어린 시절 보고 재밌고 신 났던 영화들 같은 음악이었으면 했다. 고전 할리우드 영화들처럼 브라스가 많고 관악기를 많이 사용하는. 음악 감독님에게 그런 음악을 부탁드렸다. 그리고 동작이나 신이 넘어갈 때 음악이 배경이 아닌 깊숙이 개입하길 바랐다. 감정과 장면이 이어지도록 도움을 주는.

-우주에서 액션을 하는 건, 지상에서 액션을 하는 것과 설계부터 달랐을 텐데. 구현이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 관객이 가짜라고 여기지 않을만한 적정선을 찾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정말 많은 수정이 있었다. 글이랑, 그걸 장면으로 구현하려 했을 때는 차이가 많이 났다. 액션을 설계할 때도 그 안에서 가능할지 논리가 있어야 했고. 그걸 스토리보드와 프리비전, 그리고 러닝타임까지 고민하면서 계속 수정하고 보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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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에게 디랙션을 주는 조성희 감독/사진출처=승리호 스틸


-타이거박과 맞붙는 카밀라는 로봇인가, 사이보그인가, 사람인가. 팔이 잘렸을 때 피가 나오지 않던데.

▶사람이다. 원래 피가 나오는 장면도 찍었는데 어린 관객들을 고려해서 뺐다. 카밀라는 태호의 후임으로 설리반이 임명한 사람이다. 태호가 자신의 명령을 어겨서 그 자리에서 잘랐으니 자신의 말에 완전 복종하도록 유전자 조작을 했다는 설정이다. 유전자 조작을 했기에 괴력이 있고, 감정이 없는 인물.

-'승리호'가 공개되자 신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우선 딸을 잃어버린 남자가 딸의 시체라도 찾으려고 하다가 새로운 가족을 맞게 된다는 이 서사가 신파인지에 대한 정의부터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신파는 상업영화에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 장치라고 생각한다. 두 시간 안에 사람을 울린다는 게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쥐어짜서 울리는 게 문제고, 그 장면의 목적이 울리는 것인데 울리지 못했다는 게 문제일 뿐인지. 그런 점에서 '승리호'는 그 장면에서 울리는 동시에 방향을 전환해야 하는데 제대로 울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신의 목표가 실패한 건 아닌지. 그게 배우의 연기 탓일 수도 있지만 그 장면이 원래보다 짧게 편집돼 그런 것일 수도 있을텐데.

▶이 서사를 신파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보신 분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와 별개로 그 장면은 원래는 더 길었던 게 맞다. 태호가 노래를 불러주면 순이가 답가를 또랑또랑하게 불러주는 것이었다. 연습도 굉장히 많이 했고, 실제도 다 찍었다. 그때는 순이가 답가를 불러야 이 이야기가 완결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편집을 하다보니 과한 느낌이 들더라. 태호가 불러주는 것 자체로 의미가 전달됐을 뿐더러 답가까지 들어가면 영화가 무거워질 것 같았다. 그래서 회의 끝에 그 장면을 삭제했다.

순이가 부른 답가는 그래서 원래 안 들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편집실에서 최종 작업을 하는데 음악감독님이 엔딩크레딧 마지막에 슬쩍 그 노래를 넣었더라. 그래서 안 넣기로 했는데 왜 그러셨냐고 했더니 엔딩크레딧 끝까지 본 관객들에게 작은 선물이 될 것 같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동의해 지금 버전이 완성됐다.

-설리반이 최후에 "어디에서부터 잘못됐지?"라는 내레이션을 하는데. 그런 신념을 갖고 있는 인물이 마지막에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개심할 것 같진 않은데 왜 그 내레이션을 넣었나.

▶설리반은 악의가 있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신념을 갖고 사는 인물이다. 그래서 자기가 옳고 남이 틀렸다는 걸 그 사람의 눈앞에서 입증시켜야 하는 괴팍한 사람이다. 그렇기에 태호 등을 바로 죽일 수도 있었는데 그들의 눈앞에서 그들이 틀렸다는 걸 보여주려고 한 것이고. 그런 인물이기에 자신이 실패했다는 건 자신이 틀렸다는 것이니 의문을 갖도록 할 필요가 있었다. 설리반이 '어'하고 죽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설리반은 리처드 아미타지가 맡아 훌륭히 역할을 수행했다. 반면 이 영화는 재연 프로그램인 '서프라이즈'에 출연하는 외국인 배우들도 많이 등장하고 그들의 연기에 대해서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기도 하는데.

▶실제로 '서프라이즈'에 출연하는 외국인 배우들이 많이 출연했다. 만일 그분들의 연기가 서툴러 보였다면 그건 전적으로 감독의 탓이다. '서프라이즈' 배우이기에 연기를 못한다는 건 잘못된 말이다. 감독이 제대로 못했고, 내가 서툰 탓이다.

-장선장과 피에르는 그래서 '썸'을 탄 것인가.

▶삭제된 장면이 있는데 마지막에 피에르가 캐셔 역할을 맡게 됐다. 그런 피에르에게 장선장이 돈 받으러 왔다가 나가면서 뒤돌아 알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짖는 장면이 있었다. 둘의 관계를 관객들이 상상하는 재미가 있는데 너무 많이 간 것 같아서 편집했다.

-'승리호'는 조성희 감독이 '탐정 홍길동' 흥행이 잘 안된 뒤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초창기에는 제작비가 290억원으로 책정됐었고. 제작 자체가 결코 쉽지 않은 프로젝트였는데. 그러다가 '태양의 후예'로 한류스타로 인기가 최절정이던 송중기가 합류했다. 송중기가 합류해서 비로소 '승리호'가 궤도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물론 그런 송중기가 합류했는데도 투자가 쉽지 않아서 결국은 신생 투자배급사인 메리크리스마스에서 하기로 하면서 제작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송중기가 개인사로 힘들었던 시기와 '승리호' 촬영 시작 시점이 비슷했다. 감독 입장에선 그렇게 중요한 배우의 심적인 부분에 대한 염려, 배려 등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법한데.

▶'승리호'는 제작에 걱정도 많이 되고 비관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송중기가 합류한다고 했을 때 용기를 얻었다.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실제로도 송중기가 많은 용기를 주기도 했다. 송중기의 개인사는 영화에 전혀 영향이 없었다. 오롯이 영화에 대해서 논의하고 일을 했다. 배우 자체가 워낙 프로페셔널이라 일에서 그런 영향을 전혀 주지 않았다.

-장선장 캐릭터 설정은 여전사에 가깝다. 우주 해적단 두목이기도 했고. 그런데 김태리가 맡으면서 일반적인 여전사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완성됐다. 왜 김태리였나.

▶처음 장선장을 생각하면서 제임스 카메론 영화에 나오는 팔근육 있는 여전사를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애초에 어떤 그만의 특기가 있어서 조각에 맞아떨어지는 구성원이라고도 생각하지도 않았다.

장선장은 처음부터 대장님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과거 무기도 개발하고 그런 전사가 있긴 하지만 어떤 뾰족한 특기가 있어서 선장이 아니라 정의감과 리더십으로 선장이길 바랐다. 그런 점에서 김태리는 눈빛 하나로 모든 게 끝난다고 생각했다. 눈빛이 너무 총명하고 깊고 야성적이면서 지적이다. 김태리를 캐스팅한 것만으로 영화 속에서 굳이 장선장을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타이거박을 맡은 진선규는 영화 속에서 그가 갖고 있는 상반된 이미지를 적절히 사용했는데. 타이거박 몸에 있는 문신은 어떤 것들인가.

▶타이거박은 '승리호'에서 제일 따뜻하고 온기 넘치는 인물이길 바랐다. 실제로 진선규를 만나보니 내가 이제껏 만난 사람들 중 가장 다정한 사람이었다. 문신은 타이거박의 과거 사연이 담겨있다. 보육원 출신으로 그래서 아이들을 좋아하고 보육원 수녀님을 여전히 좋아하는. 그래서 타이거박의 문신에는 보육원 원장님 얼굴이 그려져있다. 그의 무기 등 과거 사연들도 그려져 있고.

영화에는 삭제됐는데 승리호 선원들 중 타이거박이 가장 빚이 많다. 돈을 버는 족족 지구에 있는 고아원에 보낸다는 장면이었다.

-업동이를 연기하는 유해진은 대부분을 실제로 연기했나. CG를 입혀야 하기에 각 컷마다 여러번 찍고, 상대들도 똑같이 연기해야 했을테고, 풀CG니 다시 같은 장면을 유해진이 없는 상황에서 다른 배우들이 다시 똑같이 연기해야 했을텐데.

▶유해진은 배우들과 같이 하는 드라마 분량 대부분을 같이 연기했다. 앙상블이 필요한 연기는 모두 같이 연기했다. 같은 장면을 두 배 이상 다시 찍는데도 서로가 불평 한 마디 없이 너무 사이 좋게 잘 해줬다.

-업동이가 화투를 칠 때 밑장을 빼는 데 어떤 능력이 있기에 가능했나.

▶로롯이니깐 손에 모터가 있고 그래서 빠른. 특별한 OA가 탑재돼 있다고 해야할까 싶다.

-차기작은 '도쿄 매그니튜드' 실사 버전이라던데. 왜 그 작품을 선택했나.

▶지금 이 시대에 이 공간, 현재 서울의 모습을 담으면서 재앙이 일어나서 현실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은 묘한 세계를 그리고 싶었다. 원작처럼 지진도 아니고 설정만 가져올 것이다. 내 영화 중 가장 잔인한 액션이 들어갈 것 같다. 내년 봄 크랭크인이 목표다.

-새로운 장르에 계속 도전하는 이유가 있나.

▶왜 영화를 하는지, 어떨 때 가장 흥분이 되는지 생각을 해보면, 장면화일 때인 것 같다. 머릿속 그림을 영화로 만들고, 동선을 짜고 화면 사이즈를 생각하고 카메라로 담아서 장면화 할 때 가장 기쁘다.

그리고 무언가 다른 세상을 보여줄 때 신이 나는 것 같다. 현실 같은데 조금 다른. 어딘가 어긋나 있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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