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문' 처키 못 보는 이홍내, '악귀'로 전율시키다[★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 입력 : 2021.01.31 09:00 / 조회 : 1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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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홍내 /사진=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기괴하고 소름끼치는데 궁금하다."

배우 이홍내(31)식 악귀 '지청신'이 수많은 빌런 중 가장 공포스런 존재로 시청자를 전율케 했다. OCN 토일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이하 '경소문')에서 네 명의 히어로 '카운터즈'를 단번에 제압한 포스의 낯선 배우에 시청자들의 호기심이 쏠렸다. 데뷔 8년 차 이홍내의 발견이다.

이홍내가 조명 받은 것은 당연한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스무 살 때부터 독립영화 다수 출연, 건축일 잡부 등 수많은 아르바이트 경험, 헝그리 정신이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또 그만의 색다른 취미가 눈길을 끄는데 "배우들의 인터뷰를 검색해서 가장 오래된 순의 인터뷰를 본다"는 것. 이홍내는 인터뷰에서도 줄곧 반전의 매력으로 궁금증을 유발했다.

'경소문'은 악귀 사냥꾼 '카운터'들이 국숫집 직원으로 위장해 지상의 악귀들을 물리치는 통쾌하고 땀내 나는 악귀타파 히어로물. 소문(조병규 분), 가모탁(유준상 분), 도하나(김세정 분), 추매옥(염혜란 분)이 융의 땅 컨트롤, 염력, 괴력, 기억 읽기, 힐링, 악귀 감지 등의 능력으로 지구에 내려온 사후세계의 악귀들과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그렸다.

'경소문'은 히어로 '카운터'를 맡은 배우들의 시원한 케미스트리와 영(靈)의 세계관, 판타지 요소의 실감 나는 구현 등으로 마니아를 형성하고 지난 24일 16회에서 11%의 최고시청률을 기록하고 시즌1로 종영했다. '경소문'의 기록은 OCN 개국 이래 처음 두 자릿수 시청률이자 최고 수치다.

이홍내는 극 중 악귀의 숙주 지청신 역을 맡았다. 지청신은 고아원에서 자라며 부모의 사랑에 갈증을 느끼고 악귀가 됐다. 최후에 지청신은 신명휘(최광일 분)의 몸 속에 들어갔다가 카운터즈에게 퇴치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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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홍내 /사진=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경소문'에 따른 인지도를 실감하나.

▶오프라인에서 인지도를 느꼈다. 헬스장에 갔는데 20여 명의 사진을 찍어주느라 운동을 못했다. 최근엔 인터넷 기사님이 오셨는데 머뭇머뭇 하시더니 '지청신 아니냐'고 조심스레 묻고 '잘 보고 있다'고 해주셨다. 그때 내가 집에서 검은 후드를 입고 있었는데 기사님께서 왠지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았다.(웃음) 많은 작품을 했지만 이렇게 사랑받고 관심받은 건 처음이었다.

-지청신을 연기하면서 체력 단련도 필요했을 텐데.

▶전작 '더 킹 : 영원의 군주'에서 석호필 역을 하면서 10kg를 뺐다. 복싱을 하며 살을 많이 뺐고 키는 182cm인데 59kg까지 빠졌다. 지청신은 강력하게 보여야 해서 체중을 69kg까지 찌우고 운동을 했다. 오디션을 보고 두 달 정도 액션스쿨을 다니면서 오전에 웨이트 운동을 하고 저녁에 치킨, 피자를 먹고 잤더니 살이 금방 붙었다.

-지청신 연기에 호평이 많았다. 자신의 연기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가.

▶점수로 따지면 100점 중 20점 정도 한 것 같다. 그만큼 많이 아쉽다. 나는 찍을 때 몰랐는데, 찍고 나니 '저 때 무언가에 타협했을까' 등 생각이 들었다. 화면을 부수고 싶을 정도로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연기했다. 카운터가 지청신을 잡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 내가 시시하게 하면 드라마 결 자체가 없어질 거라 생각했다. 목숨을 걸고 하려고 했다.

-액션이 워낙 많았다. 부상은 없었나.

▶늘 조금씩 부상이 있었다. 집에 가면 아파도 그게 기분이 좋았다. 온전히 몰입해서 연기했다고 생각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부상은 조금씩 있었던 것 같다.

-부정(父情)에 목마른 전사도 보여줘야 했다. 양극단의 연기를 하면서 톤 조절은 어떻게 했나.

▶톤 조절 등 오히려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 카운터들을 상대하면서 공격적이고 으스스한 모습이 보인다면 그 반대 장면에서는 어떤 연기를 해도 무조건 반대로 보일 거라 생각했다. 순애보적인 모습도 보여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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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CN


-나도 내 모습이 무섭다고 느낀 장면이 있다면?

▶지청신이 도하나를 옆으로 보는 시퀀스는 기괴하게 나왔다. 원래 나는 호러, 처키, 슬래셔 무비 등 무서운 걸 못 본다. 예전에 영화 '곡성' 시사회를 갔다가 잠을 못 잤을 정도다.(웃음) 또 다른 장면은 전회장(이도경 분)을 의자에 결박하고 칼로 찌르는 장면이 무서웠다. 선배님이 소리를 지르는데 나는 노래를 들으며 평온하게 촬영했다. 노래를 부르면서도 촬영해보고 웃으면서도 촬영해봤는데, 선배님께서 워낙 실감 나는 연기를 해주셔서 더 잔인하게 나온 것 같다.

-SNS 등을 통해 '경소문'의 해외 인기를 실감하진 않았나?

▶한 번도 해외팬 인기를 실감하지 못했다. SNS를 안 하기 때문이다. 어릴 때 내 취미이자 추억이 좋아하는 배우를 영화에서 보면 인터뷰를 검색해서 가장 오래된 순의 인터뷰를 보는 것이다. 그러면 그 배우의 데뷔 때 인터뷰를 볼 수 있다. 그렇게 영화를 사랑하게 됐다. 나를 좋아하는 팬분들도 이 인터뷰를 소중하게 볼 것 같다. 옛날에 메신저는 잘했는데 SNS를 하진 않을 것 같다.

-어느 배우들의 인터뷰를 찾아봤나.

▶하정우, 조승우, 최민식, 한석규, 김갑수 선배님 등 많다. 보면서 느낀 건, 태어날 때부터 특별한 사람이 특별하게 하는 게 '연기'인 줄 알았는데 연기는 보통의 사람들이 보통의 삶을 연기하는 것이라고 느꼈다. 나도 배우가 되면 연기하는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2014년 영화 '지옥화'로 데뷔해 데뷔 6년 만에 대중에 눈도장을 찍었다. 영화 '나를 기억해', '상류사회', '타짜: 원 아이드 잭', '신의 한 수: 귀수 편', '국제수사', 드라마 '구해줘', '독고 리와인드', '트랩', '유령을 잡아라', '더 킹 : 영원의 군주' 등에서 주로 단역을 맡으며 빨리 주목받지 못한 것에 대한 슬럼프는 없었나.

▶슬럼프는 없었다. 단역을 해서 주, 조연을 해보고 싶단 생각보다 지금까지 기능적으로 쓰인 적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역할에서 서사가 보이면 한도 끝도 없지 않나. 단역들을 할 때는 그 역할들이 보여줘야 하는 기능이 있다. 갈증은 있었던 것 같다. 등장과 퇴장이 보이면서 내 감정선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지청신은 내 욕구와 갈증을 충분히 해결한 캐릭터가 됐다.

-'경소문' 이후 부모님의 반응은?

▶친구들도 취업하고 결혼을 하던 상황이라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다. '경소문'을 하면서 어머니가 '이 일을 네가 계속 해도 되겠다'고 문자를 보내셨는데 그때 많이 뿌듯하고 행복했다. 아버지는 친구분과 술을 드시면 내 자랑을 한다고 하더라. 그게 감동이었다. 요즘엔 가족들도 내 이름보다 지청신의 이름을 부른다. 아침마다 '지청신 일어났냐'고 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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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홍내 /사진=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지청신의 모습과 달리 실제론 밝고 긍정적인 것 같다.

▶지금 32살인데, 스무 살 때부터 독립영화를 했다. 단편영화도 찍으면서 10년 이상 연기를 해왔다.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힘들지 않았냐고들 묻는데 그때의 맛이 있는 것 같다. 나는 경남 양산 출신인데 서울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더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것들을 보고 싶었다. 마냥 서울에서 뭔가 부딪혀보고 싶어서 휘경동 고시원에서부터 모델 일을 했다. 나에게는 '모델 출신'이란 표현이 맞지 않은 것 같다. 모델로는 잡지, 화보 몇 번만 찍어봤고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인력소에서 잡부로도 일했다. 나는 낯가림도 있고 숫기도 없다.

-연기를 하게 된 계기는? 사투리는 어떻게 고쳤나.

▶군대에 있을 때 연기를 생각했다. 직업 군인도 생각하고 입대했다. 내가 생각한 직업군인은 능동적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수동적인 것을 알고 고민하다가 연기를 해봐야겠다 생각했다. 군대에 갔을 때 표준어로서만 군생활을 해보자고 생각해서 맞선임한테 내가 사투리를 쓰면 혼내달라고 했다. 선임 덕에 사투리를 고칠 수 있었고, 아직도 그 선임과는 종종 연락한다.

-현재 배우로서의 직업 만족도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하다.

-카운터와 지청신 중 골라 연기해 본다면?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동안 잘나고 멋있는 사람들이 히어로가 된 건 많이 봤는데, '경소문'에선 평범한 사람들이 악과 싸우는 내용에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추여사 역도 해보고 싶다.

-악역으로 알려졌다 보니 실생활에선 더 착하게 행동해야겠다는 의식이 생기진 않는지?

▶예전보다는 내 지인들에게 친절해야겠다고 느꼈다. 지청신 역 이후로 나는 가만히 있는데 사람들이 공포스럽게 느끼는 것 같더라.(웃음) 요즘엔 편의점에 가더라도 전보다 친절하고 서글서글하게 하려고 한다. 내 성격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숫기도 없고 낯가림도 심한데 친구들을 만나면 웃음 담당이 되려고 한다. 고향 친구들을 만나면 또 와일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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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홍내 /사진=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평소 취미는 무엇인가.

▶커피 마시고 책 보고 영화를 본다. 술을 잘 하지도 않는다. 사람들이 넌 뭐하고 사냐고 하는데 촬영이 재미있다. 집에서 퍼져있기도 하고 뒹굴거리기도 한다.(웃음)

-이홍내의 향후 활동 계획은?

▶'뜨거운 피', '유체이탈자', '카운트' 등 찍어둔 영화들이 있다. 그 영화들로 관객분들을 만났으면 좋겠다. 아직 개봉 확정은 안 났는데 나도 그 영화들의 팬이다. 드라마도 만날 수 있게끔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 나는 작품을 하면서 더 휴식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악역을 했다고 해서 다음 작품 선택 기준이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것이 되진 않을 것 같다. 이야기와 인물이 재미있다면 망설이지 않고 할 것 같다. 하고 싶은 역할이 정말 많지만 하정우 선배님이 한 영화 '더 테러 라이브' 속 앵커 역할을 해보고 싶다.

-대중에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같은 소속사의 진선규 선배님을 정말 존경한다. (진)선규 형이 '우주의 별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나도 속도는 상관없이 천천히 다가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끝으로 이홍내의 데뷔 인터뷰를 찾아볼 연기 후배들에게 한 말씀.

▶후배들아, 보고 있니? 나도 너희처럼 인터뷰를 찾아보는 시골의 한 소년이었어. 우리집에 컴퓨터가 처음 생겼을 때는 논밖에 없었단다. 나의 인터뷰를 찾아봐줘서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이 인터뷰가 너희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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