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시청률도 이겼던 V리그, 여태 동네배구? FIVB와 다른 로컬룰 논란 [★이슈]

상암=한동훈 기자 / 입력 : 2021.01.27 05:57 / 조회 :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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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장충 우리카드 한국전력전서 포지션폴트 오심이 발생했다. /사진=KOVO
"FIVB(국제배구연맹) 규정에 따르면 오심이 아닌데 KOVO(한국배구연맹) 로컬룰을 적용하면 오심이 맞습니다." -김건태 경기운영위원장.

"로컬룰을 몰랐습니다. 아직도 잘 이해가 안 됩니다." -김연경.

지난 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2020~2021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 한국전력 경기서 '포지션 폴트' 오심 논란이 발생했다. 한국전력의 포지션 폴트를 심판이 놓쳤다고 우리카드가 주장했다. 김건태(56) KOVO 경기운영위원장은 V리그만의 로컬룰을 적용하면 오심이 맞다고 인정했다.

2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부 흥국생명과 GS 칼텍스전에도 로컬룰이 해프닝을 유발했다. 김연경(33·흥국생명)이 로컬룰을 숙지하지 못해 거세게 항의하다가 경고를 받았다. 경기 후 김연경은 "다른 리그나 국제대회에서는 공격자 득점으로 인정되는 상황이다. 로컬룰을 몰랐다"고 돌아봤다. 김연경의 득점이 비디오판독 후 터치아웃으로 번복된 상황이다.

그동안 V리그 선수들이 국제대회 규정과 동떨어진 룰에 따라 경기를 펼쳤다는 이야기다. 국내 프로스포츠에서는 이미 농구와 축구 인기를 추월했을 정도로 성장한 V리그가 그들만의 규칙을 적용했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배구는 서브와 함께 랠리가 시작되며 심판의 휘슬로 랠리가 종료된다. 코트 안에 6명은 각자 자리가 있다. 서브 전까지는 포지션을 지켜야 한다. 랠리 시작과 함께 자유롭게 이동 가능하다. 배구규칙 7.4에서는 포지션에 대해 '서버가 볼을 타구하는 순간에 각 팀은 로테이션 순서에 따라 자기 팀 코트에 위치 해있어야 한다'고 정했다. FIVB 규칙과 일치한다.

하지만 V리그는 2018~2109시즌부터 이를 느슨하게 적용했다. 타구 순간이 아니라 토스 시점으로 풀어줬다. KOVO는 "세터가 조금 더 빨리 나올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세터가 세팅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자는 취지로 도입했다. 하지만 각 팀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연구를 해서 변형을 시켜왔다"고 설명했다. 즉, 세터가 준비를 단 몇 초라도 미리 할 수 있다면 더 정확한 세트가 나오고 이에 따라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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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이 26일 인천 GS칼텍스전서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KOVO
로컬룰과 FIVB룰의 빈틈이 24일 경기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2차례 상황에서 한국전력 선수들이 토스 시점에 틀린 위치를 잡았다가 타구 시점에 올바른 포지션에 돌아왔다. 해당 경기 심판진은 반칙을 선언하지 않았다. 우리카드가 강력하게 항의했다. KOVO는 결국 26일 한국배구연맹 대회의실에서 규칙설명회를 열었다.

김건태 경기운영위원장은 "로컬룰에 따르면 포지션 폴트다. FIVB 규칙을 적용하면 포지션 폴트가 아니다"라고 바로잡았다.

심판진이 갑자기 로컬룰이 아닌 FIVB 규칙대로 판정한 이유는 단순 실수로 보인다. 김건태 위원장은 "미세한 포지션 폴트는 잡아내지 말라는 FIVB 불문율도 있다. 아주 난해하고 어렵다. 심판들도 스트레스를 상당히 많이 받고 있다. 매주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번 오심 사태는 이렇게 일단락되는 모양새지만 무려 3시즌이나 FIVB와 다른 규정을 가지고 리그를 치러왔다는 점은 큰 문제다. 2020~2021시즌 V리그 여자부 전반기 평균 시청률은 1.17%를 기록했다. 0.8% 수준을 유지하는 프로야구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팬들은 물론 배구 꿈나무들도 V리그를 본다. 국제대회 경쟁력 저하도 우려된다.

김건태 위원장은 "초중고 선수들은 물론 지도자들도 프로배구를 본다. V리그가 그렇게 하니까 규칙이 그런 줄 착각할 수 있다. 선수들은 자기도 모르게 습관이 들 수 있다. 나중에 국제대회에서 엄청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로컬룰을 도입할 때)조금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곱씹었다.

시즌 도중 갑자기 규칙을 바꿀 수는 없다. 일단 올 시즌까지는 로컬룰대로 간다. 김건태 위원장은 "다음 시즌부터는 반드시 원상복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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