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 불가' 이관희-이정현, 충돌 없어도 불안한 '시한폭탄'

잠실=김동영 기자 / 입력 : 2021.01.22 06:02 / 조회 : 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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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5일 경기 중 충돌한 이정현(맨 왼쪽)과 이관희(오른쪽 두 번째). /사진=KBL 제공
프로농구 대표적인 '앙숙' 이정현(34·전주 KCC)과 이관희(33·서울 삼성)가 정규시즌 네 번째로 맞대결을 펼쳤다. 만나면 으르렁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두 선수이지만, 일단 이번엔 별다른 충돌 없이 경기가 마무리됐다. 그래도 냉랭한 분위기는 있었다.

KCC와 삼성은 21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시즌 4라운드 경기를 치렀다. 팽팽한 접전이었고, KCC가 74-70 승리를 거뒀다.

KCC는 파죽의 12연승을 달렸다. 구단 역대 최다 타이 기록이다. 한 번 더 이기면 새 역사를 쓴다. 삼성은 '템포 바스켓(상황에 따라 속공과 지공을 병행하는 것)' 카드를 들고 나와 KCC를 흔들었지만, 4쿼터 흔들리면서 대어 사냥에 실패했다.

경기 결과와 별개로 이정현과 이관희의 만남에 관심이 갔다. 연세대 1년 선후배 사이에 상무 복무 시기도 비슷하다. 이렇게 보면 절친한 사이일 것 같지만, 정반대다. 지독한 라이벌이자 앙숙이다. 코트 위 신경전을 넘어 몸싸움까지 벌어진다.

가장 팬들의 기억에 강하게 남은 장면은 지난 2017년 4월이다. 2016~2017시즌 챔피언 결정 2차전에서 거세게 충돌했다. 우선 이정현이 공격 과정에서 수비하던 이관희를 팔로 밀었다.

쓰러졌던 이관희는 곧바로 일어나 그대로 이정현을 왼쪽 팔꿈치로 밀어 넘어뜨렸다. 이 일로 이관희는 1경기 출장정지에 제재금 200만원, 이정현은 제재금 150만원 징계를 받았다.

사실 이 둘의 사이는 이전부터 좋지 않았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연세대 시절부터 좋지 않았다는 루머도 있고, 상무 시절이 문제였다는 소문도 있다. 시원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당사자들만 알뿐이다.

올 시즌에도 둘이 강하게 붙은 경기가 있다. 지난해 12월 5일 삼성과 KCC의 2라운드 맞대결에서 3쿼터 도중 두 선수의 팔이 엉켰고, 서로 세게 뿌리쳤다. 동시에 흥분했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양 팀 선수들이 말리면서 추가적인 충돌은 없었다. 심판은 이정현에게 테크니컬 파울을, 이관희에게 파울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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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KCC 이정현을 밀쳐 넘어뜨리고 있는 삼성 이관희(왼쪽). /사진=뉴스1
이관희나 이정현 모두 서로 언급되는 것을 꺼린다. 이관희의 경우 대놓고 "하고 싶지 않다. 불쾌하다"고 한다. 심지어 선배인 이정현을 '그 선수'라고 칭한다. 방송 카메라 앞에서도 그렇다. 그러면서 KCC와 경기할 때는 더 전투적이 된다.

이정현은 이정현대로 기분이 좋지 않다. "신경 쓰지 않는다. 괜히 얽히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달가울 리가 없다. 자신이 1년 선배이기도 하거니와 프로농구판에서 위상도 더 높다. 후배 이관희가 너무 '들이대는' 것처럼 느껴질 법하다.

KCC와 삼성 구단도 이 둘의 관계를 알고 있다. 이정현-이관희 모두 슈팅가드로 포지션이 같지만, 경기 때 매치업도 잘 안 붙이는 모습이다. 21일 경기에서도 이관희와 이정현의 매치업은 로테이션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마주치는 정도였다.

삼성 관계자는 "솔직한 심정으로는, 이제 이관희와 이정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그만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KCC 쪽도 다르지 않다. 팀 최다 타이인 12연승을 달리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일단 이날은 별다른 충돌 없이 끝났다. 그러나 냉랭한 분위기는 그대로였다. 언제 터질지 누구도 알 수 없다. KCC와 삼성은 아직 세 번 더 경기를 치러야 한다. 플레이오프까지 갈 경우 다시 붙는다. 농구계에서는 둘의 화해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둘의 다음 맞대결은 오는 2월 8일이다.

한 관계자는 "선의의 라이벌 경쟁은 서로를 발전시키고 리그 흥행에도 반가운 일"이라며 "그러나 정도가 지나치거나 감정을 앞세운다면 팀, 리그, 팬들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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