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인 "신인 때 현장에서 '바보' 소리 들었지만..주위 덕에 버텼다" [★FULL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1.01.24 09:00 / 조회 :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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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인/사진제공=프레인TPC


어느 날 갑자기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다. 열심히 공부해서 취직했고, 열심히 일했지만, 이유도 모른 채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다. 버텼다. 벽을 바라보는 의자에 앉아 버텼다. 회사인 채 하는 상사가 하청업체에서 1년간 보내면 다시 복귀시켜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렇게 아무도 반가지 않는 곳에서, 송전탑을 올라야 하는 일을 시작하게 됐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감독 이태겸)에서 유다인이 맡은 역할이다. 유다인이라 적합한 역할이다. 스스로도 자신이 이 영화에 잘 쓰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유다인은,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에 잘 쓰였다.

유다인은 KTX승무원 전원 복직 기사와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다. 무엇이 유다인을 이 영화로 이끌었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권고사직을 거절하고 버티다가 하청업체로 파견 나온 역할인 데다 송전탑에 오르는 장면들이 있어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었을 것 같은데.

▶일단 한 달 정도 짧고 굵게 촬영했다. 심적으로 힘든 것보다는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무거운 장비를 매달고 촬영을 해야 해서 매번 마사지를 받고 병원도 많이 갔다. 촬영하면서 제일 병원에 많이 간 영화다. 마지막 촬영이 장례식장 장면이었는데 식중독에 걸려서 촬영장에 있는 스태프 몇 분과 배우들이랑 응급실에 실려갔다. 군산에서 촬영을 모두 마치고 서울로 올라갔어야 했는데 너무 아파서 못 갔던 기억이 있다.

-왜 이 작품을 선택했나.

▶시나리오를 읽기 전, KTX승무원 전원 복직 기사와 관련 다큐멘터리를 봤다. 그 때 본 감동이 이 영화를 선택하는데 영향을 많이 줬다. 그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받은 감동과 절박함을 느끼며 계속 연기했다.

매 작품마다 (내 연기에) 아쉬운 점이 큰 것 같다. 이번 작품도 저 때 조그만 집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육체적으로 힘들어서 집중을 좀 못했던 게 아쉽다. 하지만 이 작품을 한 건 후회 없고, 되게 잘했다고 생각한다. 가장 해야겠다 생각했던 이유 중 하나가 이 작품에 제가 잘 쓰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이 작품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어떤 점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나.

▶10년 넘게 연기를 하면서 내가 어떤 배우라는 걸 조금은 알게 됐다. 어떤 걸 했을 때 잘 드러나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걸 조금은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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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인/사진제공=프레인TPC


-클로즈업이 많은데. 영화에서 클로즈업은 배우의 감정을 잘 전달하는 방법이지만 그만큼 부담스러운 기법이기도 한데.

▶분명 이 영화는 클로즈업이 많고, 표정만으로 표현해야 되는 장면들이 많다. 그렇지만 클로즈업이 어렵다거나 부담스럽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배우로서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게 클로즈업할 때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 캐릭터라면 잘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배우로서 유다인의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어떤 걸 잘할 수 있느냐라고 한다면, 예를 들자면 TV드라마에서 저의 모습과 영화를 했을 때 저의 모습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저라는 배우의 성격은 영화가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큰 화면에서 봤을 때 더 감정이 잘 전달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이런 게 배우로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잘하는 것 같다.

-KTX승무원 복직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출연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사회적인 문제를 다룬 작품을 한다는 데 배우로서 책임 의식을 갖고 있나. 그리고 그게 상업적인 성공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인가.

▶사회적인 문제는 잘 모른다. 다만 KTX승무원 다큐멘터리를 본 게 마음에 다르게 와 닿았던 것 같다. 그걸 보기 전이라면 이렇게까지 이 작품을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을 것 같다. 사회문제나 정책적인 부분은 잘 모른다. 언변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배우니깐 그걸 연기로 표현할 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말이 아닌 연기로 하는 것 같다.

상업적인 성공과 사회 문제를 다룬 작품을 하는 것, 두 가지 다 중요하다. 내가 막 영향력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대중을 상대하는 배우니깐 좋은 영향을 주면 좋겠죠.

-영화 속에서 연기한 정은처럼 그런 부조리한 상황이 생긴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나. 그런 상황을 겪은 적이 있나.

▶난 정은이처럼은 못 했을 것 같다. 나는 하청업체에도 못 내려갔을 것 같다. 무력하게 있다가 어느 순간에는 무너졌을 것 같다.

저렇게 억울한 상황에 비하면 내가 경험한 건, 힘든 것도 아닌 일이었을테다. 초반에 많이 겪었던 것 같다. 신인 시절에 했던 드라마에서 겪었던 일이다. 감독님이 어떤 장면을 찍으면서 신을 마치는 표정을 지어달라고 주문했다. 신을 마치는 표정을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어서 계속 연기를 했다. 어찌어찌 끝이 났는데 옆의 어떤 스태프들이 다 들리게 "바보" "멍청이"라고 하더라. 차에 타고 가면서 엉엉 운 적 있다.

-영화에서처럼 여자라는 이유로 부조리한 일을 겪거나 한 적은 없나. 그렇지 않았더라도 어떤 힘든 순간들이 있을 때 이 영화에서처럼 곁의 동료나 친구들로 버틴 적이 있었나.

▶여자라는 이유로 부조리한 일을 겪은 건 없는 것 같다. 어떤 힘든 일을 겪거나 다 그만두고 싶고 무기력할 때 옆에 있는 사람들이 정말 큰 힘이 된다. 이 사람들이 없었다면 10여년의 시간 동안 연기를 못했을 것 같다. 붙들어주고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해줘서 지금까지 왔던 것 같다. 난 지구력이 강한 사람이 아니라 안 그랬으면 벌써 그만뒀을 것 같다.

-영화 속에 감정이 깊게 이입됐던 것 같던데. 장례식장 장면에서 "죽지만 않게 해달라고 하지 않았나"라는 대사도 스스로 만들었고.

▶초반에 촬영했던 신이었다. 시나리오로는 잘 못 느꼈는데, 슛이 들어가면서, 아 이런 거구나라는 감정을 느꼈던 장면이 있다. "일을 주지 않는데, 일을 줘야 일을 하죠"라는 대사였다.

배우는 어쩔 수 없이 일이 없으면 쉬니깐. 1,2년 일이 없어서 쉬었던 경험도 있고. 그런 점에서 "일을 줘야 일을 하죠"라는 대사가 더 와 닿았던 것 같다.

"죽지만 않게 해달라고 하지 않았나"라는 마지막 촬영 때 했던 대사였다. 원래 대사가 있었는데 두 세 줄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했다. 그래서 감독님에게 대사를 더 만들어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감독님이 배우도 한 번 생각해보라고 하더라. 그래서 계속 생각했다. 마지막 촬영할 때 감독님이 자기는 생각이 안난다고 하더라. 그래서 제가 정은이라면 '제발 죽지만 않게 해달라고, 살아있게 해달라고' 그런 이야기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그 말을 그대로 대사로 하자고 하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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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인/사진제공=프레인TPC


-영화에서 막내라는 별명으로 출연한 오정세와는 어땠나.

▶영화는 되게 무거웠는데 촬영장은 되게 재밌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건 전부 오정세 선배 덕분이었다. 제가 맡은 역할이 진지하고 무거운 캐릭터라 주인공인데도 불구하고 (현장을 챙겨야 하는) 역할을 잘 못했다. 오정세 선배가 그 역할을 해주고 제가 못 챙기는 조연들도 잘 챙겨서 정말 감사했다.

오정세는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아이디어가 정말 많다. 유쾌하게 편한 상태에서 상대가 연기할 수 있게 해준다. 편의점에서 해고와 죽음 이야기를 할 때도 감독님과 오정세 선배와 같이 동선을 짜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전체적으로 다 도움을 받은 것 같다. 그게 다 가능했던 건 정세 오빠였기 때문인 것 같다.

농담 반으로 모든 촬영장에는 오정세는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오정세가 이 영화를 한다고 해서 되게 고마웠다. 오빠를 통해서 도움 많이 많아서 정말 고마웠다.

-무거운 장비를 매고 높은 곳에 올라가는 장면 등 힘든 장면이 많았는데 어떤 장면이 가장 힘들었나.

▶그런 장면은 육체적으로 힘들었고, 마지막 촬영이었던 장례식장 장면이 가장 힘들었다. 원래는 다 나뉘어 있던 신인데 그날 바로 한 번에 가자고 결정이 나서 그대로 찍었다. 몸싸움도 있었고, 처음으로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이기도 해서 힘들었다. 다행히 많이 안가고 7번 테이크로 끝났다.

-마지막 내레이션은 배우가 주제를 직접 이야기하는 것이라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감독의 디렉션은 어땠나.

▶저도 되게 직접적이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정세 선배와 감독님에게 내레이션을 그렇게 하면 직접적이고 과하게 보일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마지막까지 이야기했다. 감독님의 생각은 좀 달랐다. 감독님은 주변 분들의 의견도 그렇고 본인의 생각도 이 내레이션이 주는 느낌이 훨씬 좋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 영화를 하면서 얻은 게 있나.

▶이 영화를 하면서 얻은 게 있다면, 잠깐잠깐의 얼굴에서 서늘하고 차가운 느낌을 표현하게 됐다는 점이다. (스스로) 또 다른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바람이 있다면 (이런 느낌을 살릴 수 있는)스릴러 장르를 해보고 싶다.

그리고 얻었다기보다는...예전에는 난 배우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야,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거 아니면 안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못하게 되면 또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고. 지금은 예전보다 직업에 대한 생각들이 달라진 것 같다.

지금은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하고, 그러면서도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하고 싶다.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지금처럼 했으면 한다. 사적인 바람이 있다면, 저는 지금 제가 안정적이고 편해졌다고 느낀다. 어떤 큰 바람이나 목표가 있지 않고, 지금처럼 편안했으면 좋겠다. 편안했을 때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연기 말고 요즘 관심 갖는 게 있다면.

▶잘하는 것도 없고 관심 있는 것도 없었는데, 요즘은 유튜브를 하고 있다. 배우를 하다보니 촬영과 편집에 관심이 생겼다. 나도 뭔가를 찍어보고 싶다. 제일 컸던 건 편집을 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요즘 관심사는 그건 것 같다.

-하정우와 스릴러 영화 '야행'을 차기작으로 찍는데.

▶2월부터 촬영에 들어간다. 개인적으로 기대가 된다. 하정우와 '의뢰인' 이후 오랜만에 만나고, 정만식도 '시체가 돌아왔다' 이후 오랜만에 같이 연기를 하게 됐다. '야행'이라는 영화를 재밌겠다고 생각한 게 어떤 한 신 때문인데 재밌을 것 같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운 시국에서 개봉하게 됐는데.

▶개봉한다는 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개봉 이후 극장에서 내려가더라도 관객과 만나서 제가 이 시나리오를 보고 들었던 감정들이나 위로, 그런 감정을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 영화 전체적으론 무거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하지만 마지막에 다 끝나고 나선 나가는 발걸음이 힘찰 것 같다. 힘을 받을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다. 조금 용기를 갖게 해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는 메시지를 주는.

-영화 속 이야기가 끝나고 정은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자기가 생각하는 원칙대로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고 여전히 살고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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