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韓영화계 최악인데..임기 1년 영진위원장이라니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1.01.18 10:57 / 조회 : 1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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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영진위원장으로 선출된 김영진 신임 영진위원장(사진). 임기 1년인 영진위원장 탄생으로 영화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영화산업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데 임기 1년인 영진위원장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영화제작자A)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새로운 영진위원장으로 김영진 명지대 교수가 선출된 뒤 영화계에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영진 신임 영진위원장을 못 미더워해서가 아니라 그의 임기 때문이다.

영진위는 지난 12일 2021년 제1차 정기회의에서 호선을 통해 김영진 부위원장을 신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고 알렸다. 김영진 신임 영진위원장 임기는 2022년 1월 3일까지다. 영진위원장 임기는 3년이지만 김영진 신임 영진위원장 임기가 1년인 건, 지난해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영진위원장은 1999년 영화진흥공사가 영화진흥위원회로 새롭게 출범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위촉한 9명의 영진위원 중 호선으로 위원장을 선출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4기인 이명박 정부 때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영진위원장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가 지난해 영비법 개정으로 다시 9명의 영진위원 중 호선으로 선출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영진위원 9명 중 호선으로 영진위원장을 선출하면서 영진위원 임기가 우선 적용돼 임기 1년인 영진위원장이 탄생한 것이다.

문체부는 지난 8일 임기가 만료된 오석근 전임 영진위원장과 모지은 위원 후임으로 박기용 문화예술대학원 교수와 이언희 감독을 신규 위원으로 임명했다. 박기용 교수와 이언희 감독부터는 영진위원 임기가 3년이지만 기존 7명 위원은 임기가 2년이다. 그러다보니 박기용 교수와 이언희 감독 중 한 명이 신임 영진위원장으로 선출되지 않는 한, 남은 7명 중 누가 되도 임기 1년짜리 영진위원장이 탄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 문제는 다시 되풀이된다. 김영진 신임 영진위원장 임기가 2022년 1월3일까지며, 그 시기에 김 위원장을 포함한 7명의 영진위원이 교체된다. 영비법이 다시 개정되지 않는 한 김영진 영진위원장 후임인 영진위원장으로 박기용 교수와 이언희 감독 중 한 명이 호선으로 선출되면 두 사람의 영진위원 임기에 맞춰 임기 2년인 영진위원장이 탄생한다.

2022년 1월에 임명되는 7명의 신임 영진위원 중에서 영진위원장이 선출돼야 비로서 임기 3년을 다 채울 수 있는 영진위원장이 나올 수 있다. 박기용 교수와 이언희 감독 중 한 명이 그때 영진위원장이 되면 다시 그 후임으로 임기 1년짜리 영진위원장이 나오는 상황이 반복된다.

현재 한국영화계는 코로나19 여파로 최악의 상황을 보내고 있다. 극장산업은 문닫기 일보 직전까지 내몰리고 있고, 극장에서 돈이 돌지 않아 신규 영화 투자가 얼어붙었다. 일자리가 줄어드니 현장 스태프들이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 물론이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한국영화산업의 방향을 세우고 정책을 진두지휘해야 할 영진위원장이 1년밖에 역할을 할 수가 없다. 영화계에서 이번 영진위원장 임기를 놓고 우려와 개탄을 금하지 못하는 이유다.

스타뉴스 취재에 따르면 신임 영진위원장 임기를 두고 내부에서도 이견이 없었던 게 아니다. 하지만 결국 유권 해석이 그렇게 정리되면서 임기 1년의 영진위원장이 세워졌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여파는 올해로 갈무리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미쟝센단편영화제와 인디다큐페스티발이 최근 문을 닫는 등 한국영화 풀뿌리인 독립영화부터 현장 스태프, 제작사와 후반 작업업체, 투자배급사, 극장까지 전 영역에서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한편 정책으로 조율해야 할 영진위원장 임기를 세심하게 생각하지 못했다는 건, 그만큼 한국영화산업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 책임은 오롯이 문화체육관광부의 것이 아닐 수 없다.

김영진 신임 영진위원장은 2020년 1월부터 코픽 부위원장을 맡아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코픽 긴급지원사업 실행 과정에서 영화계의 여러 다른 입장을 조율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후 포스트코로나 영화정책추진단 기획위원장으로 새 영화정책을 수립하는 일을 주도하고 있었다.

김 위원장의 취임 일성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이를 계기로 급격하게 재편되는 영화산업 전반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였다.

능력과 의욕, 비전이 갖춰져도 뭔가를 해볼 수 있는 기간이 너무 짧다. 임기 1년인 영진위원장의 영이 제대로 설 지도 의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이번 신임 영진위원장 선출을 계기로 영진위원장 호선 방식의 문제점을 재고해야 한다. 더이상 정치적인 이유로 영진위원과 위원장 선임 방식에 대한 문제를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영화산업이 최악의 상황을 맞은 엄중한 시기에, 책임 있는 정책과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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