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선수→방출→트레이드 아픔' 41세 백업... 아빠의 마지막 각오

김우종 기자 / 입력 : 2021.01.15 09:33 / 조회 :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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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성우와 두 아들. /사진=LG 트윈스 제공
은퇴를 바라봐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 하지만 이성우(40)는 마지막까지 불꽃을 태우며 팀에 끝까지 헌신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사실 파란만장했다. 2000년 LG에 육성 선수로 입단했으나 방출의 아픔을 겪었다. 2002년 상무로 들어가 군 복무를 마친 뒤 2005년 재차 육성 선수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1군 도약은 쉽지 않았다. 2군 생활이 계속됐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KIA로 갑작스럽게 트레이드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게 2008년이었다. 이후 2017년 SK로 팀을 옮겼고, 2019년부터는 자신이 입단했던 LG에서 다시 뛰고 있다. 58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22, 7홈런, 73타점, 4도루. 그의 KBO 리그 통산 성적이다.

이성우는 구단을 통해 "시즌 끝나고 광주에 와 가족들과 함께 지내면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 일단은 체중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항상 해오던 루틴으로 운동을 하면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나이가 40에 접어드니까 예전 같지는 않다. 하지만 컨디셔닝 파트에서 짜준 프로그램에 따라 보강 운동과 웨이트 운동을 하며 잘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 중에는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늘 가슴이 아픈데 지금은 가족들과 함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혼자 아이들을 돌보며 외롭게 지낸 아내와 좋은 시간 많이 보내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소중한 이 시간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빠의 사랑을 듬뿍 느끼게 해주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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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성우. /사진=LG 트윈스 제공


이성우는 지난해에만 홈런포를 3방 터트리며 알토란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5월 27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생애 첫 만루포까지 터트렸다. 그는 "사실 나는 수비 백업 선수다. 타격에 재능도 자신감도 없었다. 지난해 전지 훈련 때 야구 인생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용택이 형에게 타격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훈련을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정말 감사드린다. 좀 일찍 조언을 구할 걸 그랬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만루홈런에 대해 "인기 구단에서 야구를 하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고 느꼈다. 이미 점수 차이가 많이 났고 이슈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영광스럽게도 관심을 가져 주시고 인터뷰를 많이 했다. 정말 감사하다. 지금까지 여러 팀을 많이 옮겨 다니며 야구를 했는데 LG 트윈스에서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 최고의 시간인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LG에는 주전 포수 유강남을 비롯해 박재욱(26), 김재성(25), 김기연(24) 등 젊은 포수 자원들도 많다. "선배로서 나이만 많지 커리어 면에서 미약하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는 것이 민망하다"는 이성우는 "우리 팀에는 정말 좋은 포수들이 많다. 재욱이, 재성이, 기연이는 내가 가지지 못한 훌륭한 재능을 가진 포수들이다. 계속 경기 경험을 쌓으면서 자기의 장점을 믿고 노력한다면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선배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싶다"며 헌신의 자세를 보였다.

박용택(42)의 은퇴로 이제 팀 내 최고참이 됐다. 이성우는 "주장인 (김)현수(31)가 워낙 팀을 잘 이끌어 가고 있다. 현수가 우리 팀을 최고의 팀으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뒤에서 묵묵히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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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성우. /사진=LG 트윈스 제공


이성우는 "2017년부터 매년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다. 스스로 야구 인생을 행복하게 정리할 수 있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 단 하나 소망이 있다면 우리 후배들이 좋은 포수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선배로서 박수를 쳐주면서 마무리를 하고 싶다. 그리고 팬들과 후배들에게 야구장에서 항상 최선을 다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은퇴로 고민할 때 손을 잡아 준 구단에 정말 감사하고 처음 입단했던 LG트윈스에서 은퇴 할 수 있어 정말 감회가 새롭다"고 속마음을 이야기했다.

가족들을 향해서는 "우선 떨어져 있으면서 혼자 고생하는 아내에게 그동안 고생이 많았고 항상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아이들과 자주 못보고 놀아주지 못해서 아빠가 야구 선수를 안하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TV에 나오는 아빠 모습을 보면서 응원하며 행복해 하는 아이들이 있어 올해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 갈수 있었던 것 같다. 올해 선수 생활을 잘 마무리 하고 친구 같은 아빠로 돌아가 그동안 못했던 가족들과의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아 주겠다. 사랑하고 항상 미안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끝으로 그는 팬들에게 "지난해 코로나19 때문에 야구장에서 팬들을 많이 뵙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그리고 약속 드린 목표인 우승을 이루지 못해 죄송하다. 올해는 꼭 우리 선수들이 김현수 주장을 필두로 더욱 노력해서 그 목표를 이루고 팬들과 함께 최고의 행복을 만끽하고 싶다. 변함없는 응원에 항상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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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성우(가운데)와 두 아들. /사진=LG 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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