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준CP "'싱어게인', 틀림 아닌 다름 인정하는 오디션"(인터뷰①)[스타메이커]

[스타메이커](116)스튜디오 슬램 대표, JTBC '싱어게인' CP 윤현준

윤성열 기자 / 입력 : 2021.01.06 10:30 / 조회 : 6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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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준 슬램스튜디오 대표 /사진=김창현 기자


오디션 예능은 트렌드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모해왔다. 최근 들어선 트로트를 접목한 오디션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방송가의 트로트 쏠림 현상이 계속되면서 식상하다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방영 중인 JTBC '싱어게인-무명가수 전'(이하 '싱어게인')은 이런 식상함을 탈피한 '신개념' 오디션 예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장르와 경력을 떠나 무명(無名) 가수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싱어게인'은 '1등'에 초점이 맞춰진 여느 오디션 예능과 여러모로 다르다.

정작 이름을 알려야 할 참가자들을 이름 대신 '번호'로 부르는 역설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했고, '사연 팔이'가 아닌 본연의 '음악'을 강조한 정공법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매료시켰다. 여기에 주니어와 시니어로 구성된 독특한 심사위원 제도는 오디션에 풍성함을 더해줬다.


스타메이커 116번째 주인공은 '싱어게인'을 기획한 스튜디오 슬램 윤현준(50) 대표다. KBS 예능 PD 출신인 윤 대표는 2011년 종합편성채널 개국 당시 JTBC로 이적해 '크라임씬', '효리네 민박', '슈가맨' 등 JTBC 대표 예능 프로그램을 기획한 장본인이다. 이제 그는 지난해 여름 JTBC스튜디오의 자회사로 설립된 스튜디오 슬램에서 '싱어게인'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윤 대표를 만나 '싱어게인'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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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JTBC


-'싱어게인' 기획 의도부터 여쭤볼게요.

▶'슈가맨'을 하면서 '슈가맨'들을 찾다 보면 예전에 활동했던 여러 가수들을 찾게 되요. 그분들 중에 '슈가맨'에 나오긴 그렇지만 좋은 노래를 부르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지금도 가수의 꿈을 버리시지 않은 분들도 많다는 걸 알게 됐죠. 그분들이 설 수 있는 무대들이 없을까 생각하던 차에 저희 메인작가인 하경화 작가가 기획안을 가지고 왔어요.

실력은 있지만 알려지지 않는 가수분들이 너무 많은데 이분들을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어요. '슈가맨'을 비롯해 모든 무명 가수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오디션을 생각하다 조건을 딱 하나 만들었어요.

'앨범을 낸 사람, 자기 노래가 있는 사람'

그 조건이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도록요. 본인이 무명 가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 할 수 있게 열어둔 거죠. 그분들이 실력만으로 한 번 겨뤄본다는 것, 그게 '싱어게인'의 취지입니다.

-지원자들 가운데 어느 정도 추리는 작업도 있었겠죠?

▶처음하는 오디션인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지원을 하셨어요. 좀 놀랐죠. 그게 저희한텐 기쁘면서도 슬플 일이기도 한 게 코로나19로 상황이 너무 안 좋다 보니까 설 무대가 없어서 지원자가 몰렸나 싶기도 해서 마음이 안 좋았어요. 그분들 중에 1차적으로 추리는 작업을 했죠. 2000여명의 지원자 중 300~400명 정도가 예심을 봤고, 예심을 거쳐서 71팀이 본선 무대에 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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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준 슬램스튜디오 대표 /사진=김창현 기자


-이름이 아닌 번호로 참가자를 부르는 점이 '싱어게인'의 독특한 매력인 것 같아요. 처음 기획할 때부터 생각했던 아이디어인가요?

▶네. 기획안에 적어놓은 거예요. 이번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저희의 화두는 '다름'이었어요. 어쨌든 오디션이잖아요. 이 프로그램이 소구를 해야 무명 가수분들을 알리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텐데, 그러기 위해선 기존 오디션 툴과 같아선 안 되겠다 생각했죠.

오디션을 하고 나면 왠지 그때뿐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걸 확연히 느낀게 '싱어게인'에 오디션 조가 있잖아요. 예전에 오디션에서 난다 긴다 했던 분들이 지원하신 거예요. 저희가 그분들에게 오디션 조가 있다고 말씀드린 것도 아닌데 말이죠. 오디션에 출연해도 그때 그냥 지나가는 이름이 태반일 테고, 알려져도 다 잊어버릴 텐데 차라리 '번호'로 불러서 시청자들이 찾아보게 하는 건 어떨까 역으로 생각을 했죠.

-처음 '번호제' 이야기가 나왔을 때 내부적으로 반대 의견은 없었나요?

▶아무래도 해본 적 없는 방식이다 보니까 논의 과정에서 갑론을박이 있었어요. '오디션인데 그래도 이름을 알려야 검색어도 올라오지', '이 사람은 웬만하면 알만한 사람인데 이름을 감추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 분명 논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상한 부분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결국 모아진 총의는 '번호제로 하는 것이 시청자분들에게 더 흥미로울 수 있겠다. 알려지고 소구될 수 있겠다'였어요.

아무래도 직접 내 손으로 움직여서 뭘 찾아보면 기억에 더 남잖아요. 그리고 번호를 어디까지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많이 했고, 결국 탈락할 때 이름을 공개하기로 했어요. 역으로 간 거죠. 보통은 계속 올라가는 분들을 기억하지만, '싱어게인'은 탈락했을 때 이름을 공개한다는 원칙을 정했어요.

저희도 사실 첫 방송은 조마조마했어요. 그래도 검색어에 '몇호 가수'라고 올라오는 것을 보고, 시청자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신다 생각했죠.

-올라가신 분들의 이름은 언제 공개되는지도 궁금해요.

▶저희가 번호로 부르고 있지만, 시청자분들은 누군지 다 아시잖아요.(웃음) 저는 그게 '싱어게인'이 가지고 있는 다름과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어느 순간에 이들의 이름을 알릴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어요. 끝날 때까지 번호를 가져갈지, 어느 순간엔 모두의 이름을 공개할지 막바지 논의를 하고 있는 단계에요.

-방송가에 트로트 오디션이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싱어게인'이 주목받을 수 있었던 비결이 뭘까요.

▶누차 말씀드리지만 저는 '다름'이라고 생각해요. 우선 출연한 가수가 누군지 알고 싶게 만드는 '번호제'가 있고요. 슈가맨 조, OST 조, 오디션 최강자 조, 찐 무명 조, 재야의 고수 조 등 다른 오디션에서 볼 수 없는 조 편성도 있어요. 다른 오디션에선 다른 가수의 노래를 부르게 되는데, 저흰 자기 노래를 가지고 나온다는 차별점도 있고요.

심사위원분들을 시니어와 주니어로 나눈 점도 처음 시도하는 거였어요. 그 의미가 역시 '다름'이었거든요. 서로 다른 의견을 줄 수 있는 것, 결국은 심사위원끼리도 '다름'을 인정하면서 배우고 있거든요. '싱어게인'은 그런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해가는 과정의 오디션이라는 것, 그런 의미로 시청자분들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인터뷰②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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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열 | bogo109@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연예국 가요방송뉴미디어 유닛에서 방송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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