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스가 테임즈보다 위인가? KT는 할 만큼 했다

한동훈 기자 / 입력 : 2020.12.1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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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 로하스 주니어. /사진=kt wiz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지난 달 중순 멜 로하스 주니어(30)가 출국하기 전날, 수원에서 만난 한 KT 관계자의 목소리에는 불안감이 묻어났다.


로하스는 한국시리즈가 한창이던 11월 18일 고국으로 돌아갔다. 사실 KT는 로하스에게 KBO 정규시즌 시상식 참석을 간곡히 부탁했다. 로하스는 MVP 수상이 매우 유력한 상황이었다. 마지막임을 예감해서였을까. 로하스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11월 30일에 거행된 '2020 KBO 시상식'은 KT 위즈의 독무대였다. 올해 페넌트레이스 2위에 오른 KT는 개인 타이틀도 휩쓸었다. MVP와 신인왕, 홀드왕, 홈런왕, 타점왕, 득점왕, 장타율왕, 도루왕을 가져갔다. 16개 부문 중에 절반이 KT 차지였다.

KT는 연말 시상식마다 들러리였다. 올해만큼은 어깨를 쫙 펴고 다른 9개 구단의 박수를 당당하게 받았다. '최우수선수' 로하스가 자리를 빛냈다면 KT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행사가 됐을 것이다.


당시 KT 관계자는 "솔직히 로하스가 상을 받고 갔으면 좋겠는데 수상이 확정인지 알 수가 없으니 장담하고 잡아둘 수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시상식까지 12일이 짧다면 짧지만 가족과 떨어져 있는 외국인 선수에게는 긴 시간이다. 로하스는 무작정 열흘 넘게 기다리는 대신 하루라도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가길 원했다.

결국 로하스는 지난 9일 일본 한신 타이거즈 입단 소식을 KT에 전했다.

KT는 할 만큼 했다. KBO리그를 폭격하고 메이저리그로 떠난 에릭 테임즈(34·전 NC)보다 좋은 조건을 약속했다. 로하스가 받지 않았을 뿐이다.

로하스의 일본행 소문은 이미 파다했다. KT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그저 관심 정도였는데 올해에는 매우 구체적인 오퍼가 들어왔다고 한다. 일본 팀과 돈으로 붙으면 사실 승산이 없다"고 걱정했었다.

KT는 협상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일본 매체 도쿄스포츠는 "KT가 로하스에게 2년 총액 4억엔(약 42억 원) 잔류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KT는 "역대 외국인타자 최고 수준에 준하는 금액을 제시했다"고만 밝혔다.

KT는 로하스에게 역대 외국인타자 최고 대우와 함께 공식적으로는 KBO 최초 다년 계약을 약속한 셈이다.

인센티브를 제외하고 보장금액 기준 외국인타자 최고액은 2016시즌 테임즈의 150만 달러다. 테임즈는 2014~2016시즌 3년 동안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 STATIZ참조) 23.00을 쌓았다.

로하스는 2017시즌 중반부터 2020시즌까지 3년 반 동안 WAR 21.46을 남겼다. 엄밀히 로하스가 테임즈를 뛰어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KT는 최고 대우를 해줬다. 하지만 로하스는 총액 6억엔(약 62억 원)을 부른 한신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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