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 힘이 너무 없다" 선수협 스스로 걷어찬 '존재감'

김우종 기자 / 입력 : 2020.12.03 21:02 / 조회 : 6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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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호텔리베라에서 판공비 인상 관련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프로야구는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 인기 스포츠 중 하나다. 그런 종목의 모든 선수들을 대표하는 단체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다. 그런데 이대호(38·롯데) 선수협회장은 "조직에 힘이 없다"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더 큰 문제는 선수들을 대표해 목소리를 내야 할 선수협회장이라는 자리, 그리고 단체의 존재감을 정작 그들 스스로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회장은 지난 2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른바 '판공비 셀프 인상'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2019년 회장 선출 당시에 대해 "대부분의 선수들이 운동에 집중하고자 회장직을 맡는 것에 난색을 표했다"면서 "회장직 선출에 힘을 싣고자 판공비를 인상하기로 의견이 모아진 것이었다. 그 때 저는 후보도 아니었다. 제 이익을 위해 판공비를 인상한 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선수협은 KBO 리그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대변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1980년대 고(故) 최동원은 선수들의 목소리를 한데로 뭉쳐 낼 수 있는 단체 결성의 필요성을 늘 강조했다. 하지만 번번이 구단들의 반대에 부딪히며 좌절했다. 결국 선수협은 2001년이 돼서야 공식 출범했다. 송진우 초대 회장을 시작으로 이종범, 손민한, 박재홍, 서재응, 이호준 등이 회장직을 거쳤다.

적게는 600명, 많게는 800명이 넘는 선수들을 대표해 목소리를 내는 선수협회장이라는 이름은 책임감이 막중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선수협 회장직은 선수들이 기피하고 멀리하는 자리로 전락했다. 2017년에는 이호준 회장의 임기를 끝으로 맡을 사람이 없어 약 2년간 공백기가 지속됐다. 그러다 2019년 이대호가 맡긴 했으나, 이마저도 등 떠밀려 끌어안은 성격이 강했다.


이 회장 역시 이날 "(저는) 솔직히 회장을 할 생각이 없었다. 제가 회장이 될지는 전혀 몰랐다"면서 "솔직히 (선수협 회장은) 좋은 자리가 아니다. 정말 잘 해도 누가 좋아해 주는 자리는 아닌 것 같다"고 인정했다.

선수협이 정작 선수들의 권익 보호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지적은 늘 있어 왔다. 이른바 '귀족 노조'라는 말까지 나왔다. 저연차·저연봉 선수들의 애환은 외면하고 고액 연봉자들의 이익에만 치중한다는 말이었다. 대다수 선수들에게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스스로 존재감을 걷어찼다는 쓴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쩌다 선수협이라는 단체가 그들 스스로도 외면하는 조직이 됐을까. 이대호 회장은 "제가 2년 정도 하면서 너무 힘이 없는 조직이라 생각했다. 솔직히 너무 힘이 들었다.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이야기를 하면 다 받아들여야 한다. 저희가 반대한다고 해서 바뀌지 않는다"면서 토로했다.

이어 "하지만 선수들과 의논을 나눠야 하고, 선배 입장에서 구단과 싸워야 하는 조직"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선수들은 열심히 야구를 하는 것밖에 없다. 이사회에 올라오면 저희는 확인만 하는 정도일 뿐, 업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이 회장은 "선수협 회장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선수들의 투표로 뽑히는 자리다. 저 역시 하고 싶다고 해서 맡은 게 아니고, 선수들이 뽑아줘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라면서 "다음 회장도 투표를 통해 정해질 것이며, 누가 맡든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제 임기 때 이런 논란이 불거졌는데, 잘 수습해서 좋게 물려줬으면 하는 게 선배의 바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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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호텔리베라에서 열린 판공비 인상 관련 해명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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