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콜' 액션과 리액션이 주는 서스펜스..괴물의 탄생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0.11.3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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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다. 액션과 리액션으로 구성됐다. 일방의 전달이 주는 서스펜스가 가득하다. '콜'이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서연. 낡디낡은 그 집에 옛 전화기가 띠리링 울린다. 받자마자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뚝, 곧 끊긴다. 다시 전화가 울린다. 욕설이 들린다. 뚝, 곧 끊긴다. 그러다가 서연은 그 전화가 20년 전 같은 집에서 살고 있던 영숙에게서 온 것이란 걸 깨닫는다.


과거에서 현재로 전화는 영숙만 걸 수 있다. 서연은 그 전화를 기다린다. 신기하다. 마음을 나눌 수 있다. 어느 날, 과거의 집으로 어린 서연이 아빠, 엄마와 같이 그 집을 보러 온다. 영숙은 서연에게 사고로 죽었을 그녀의 아빠를 구해주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그 결과 20년 뒤인 현재, 서연의 아빠가 되살아난다. 서연에겐 행복한 현재다.

불행한 과거에 살고 있는 영숙은 외롭다. 의붓엄마는 영숙이 귀신이 들었다며 가두고 매질한다. 영숙에게 서연과 통화는 한 줄기 빛이었다. 그런데 자기 때문에 행복해진 서연이, 이제는 자기 전화를 늦게 받는다. 어라. 영숙은 화가 나기 시작한다.

같이 불행한 줄 알았는데, 서연만 행복해졌다. 그러던 영숙은 서연에게 자신이 과거에서 의붓엄마에게 살해된다는 걸 알게 된다. 불행에 불행이 더해져 불행으로 끝나는 결말. 영숙은 폭주하기 시작한다. 영숙의 폭주에 서연의 행복이 다시 무너지기 시작한다.


'콜'은 단편 '몸값'으로 주목받은 이충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영리하다. 과거와 현재의 타임 패러독스를 다루는 설정은 흔하다. 이 흔한 설정을, 이충현 감독은 액션과 리액션으로 영리하게 구성했다.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정보가 주는 공포. 과거에 개입할 수 없는 현재의 공포. 이 두 가지 공포로 영화에 강한 긴장감을 더한다.

'콜'의 긴장감은 프로덕션의 힘이기도 하다.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인 만큼, 각각의 시간과 공간을 색채로 나눴다. 잿빛에서 핏빛으로 바뀌는 과거. 잿빛에서 파스텔톤으로 바뀌었다가 잿빛과 핏빛으로 바뀌는 현재. 과거와 현재의 색이 같아질수록 긴장이 극대화된다. 각각의 색채는 각각의 소리로 구분된다. 색과 소리로 시공간을 확장한다. 공감각적인 이 구성은, '콜'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카메라의 시선도 권력의 유무와 맞닿아있다. 같은 눈높이였던 시선은,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이 포식자로 바뀔 때부터 위에서 아래로, 정보를 받는 사람이 갈구하면 할수록 아래에서 위로 향한다. 영숙과 계모의 관계도, 관계가 역전될 때까지, 시선은 더 강한 권력을 갖고있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이런 시선의 변화들은, 적은 인원과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콜'을 다이나믹하게 만든다.

'콜'에서 박신혜는 매우 좋다. 박신혜는 리액션을 담당하는 서연을 훌륭히 연기했다. 액션보다 리액션이 더 어려운 법. 특히 '콜'은 리액션으로 이끌어가는 영화다. 박신혜의 리액션과 관객의 반응이 동화돼야 긴장감이 극대화되는 영화다. 박신혜는 액션이 없는 상황에서 리액션으로, 오롯이 영화의 중심을 지켰다. '콜'은 박신혜 대표작 중 하나로 두고두고 기억될 것 같다.

영숙 역을 맡은 전종서는 좋다. 기이하게 에너지를 발산한다. 리액션을 계산하지 않고 에너지를 뿜어낸다. 영숙은 소통이 필요없는, 소통이 의미가 없는, 따라서 리액션이 필요없는 배역이다. 그렇기에 리액션이 필요없는 러닝타임 대부분에서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낸다. 그렇기에 리액션이 필요한, 현재의 순간에선, 그 에너지가 반감한다.

'콜'은 빠르다. 이 빠른 전개 덕에, 관객이 마지막까지 몰입한다. 이 빠른 전개 탓에,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착각하게 만든다. 에필로그가 사족이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서연이다. 에필로그가 사족이 아니라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영숙이다. 장르적 장치라 하더라도 이 에필로그를 넣었다는 건, 이충현 감독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을 영숙이라고 생각했다는 뜻이다. '나이트메어' 주인공이 프레디요, '13일의 금요일' 주인공이 제이슨인 것처럼. '콜'에서 과거와 현재에 유일하게 소통하는 사람이 영숙인 데서 감독의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바뀌는 시공간에서 전화로 연결된 두 사람만이 연속성을 갖고 있고, 그 연속성을 지배할 수 있는 사람이 영숙인 것도 괴물의 탄생을 예고한다.

'콜2'가 만들어진다면, 한국영화에 빌런이 주인공인 새로운 시리즈가 탄생할 것 같다.

넷플릭스 11월 27일 공개. 15세 이상 관람가.

추신. 이 영화를 커다란 스크린에서 볼 수 없는 건, 한국영화 관객들에겐 무척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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