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용루각' 중2병 걸린 정의의 사도

김미화 기자 / 입력 : 2020.11.28 11:00 / 조회 : 1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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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용루각 : 비정도시' 포스터


사회면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갑질 사건들이 하루가 멀다고 벌어지고 있다. 법의 심판은 약하기만 하고, '유전무죄, 무전유죄'인 이 사회에서 대리복수를 위해 정의의 사도들이 나섰다.

영화 '용루각 : 비정도시'(감독 최상훈)는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잔혹한 범죄를 심판하는 의문의 비밀 조직 용루각 멤버들의 뜨겁고 강렬한 액션 느와르다. 논란이 된 실제 갑질 사건을 모티브로 사설 복수 대행업체라는 소재를 스크린으로 가져왔다.

겉으로 평범해 보이는 중국집 용루각에는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멤버가 모였다. 아내와 아들을 잃은 곽사장(정의욱 분)을 중심으로 해결사 철민(지일주 분), 전략가 지혜(박정화 분), 용태(배홍석 분), 브레인 승진(장의수 분)까지 5명이 함께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모였다.

각자의 사정을 가지고 모인 다섯 명은 정보원의 정보를 받고 사회악을 처단한다. 갑질하는 기업, 조폭 등 법의 테두리 밖에서 노는 무리를 찾아가 때리고 부순다. 그리고 누군가로부터 돈을 받은 뒤 최소한의 돈만 본인들이 가지고 나머지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쓴다.

문제는 이들 역시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고 모인 사람들이다 보니,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점. 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해서 많은 돈이 필요한 용태는 돈이 많이 되는 일을 맡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이런 가운데 용태는 함께 일하는 지혜를 좋아하고, 지혜가 자신이 아닌 철민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질투에 눈이 먼다. 지혜로부터 거절 당한 용태는 복수하러 갔다가 자신을 향해 '함께 일하자'라며 돈다발을 준 조폭과 함께 일하기로 한다. 용태가 없어진 지 며칠이 지나도 그의 행방조차 모르던 용루각 멤버들은 조폭들은 대동하고 찾아온 용태에게 당한다.

이처럼 '용루각 : 비정도시'는 마치 홍길동처럼 법을 대신해 정의를 구현하는 모습을 그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마치 중2병에 걸린 듯한 주인공들의 모습으로 인해 영 엉성한 영화가 돼 버렸다.

시작부터 1편과 2편의 영화를 동시에 촬영했다는 '용루각 : 비정도시'는 절반의 분량을 전개에 쏟은 후 급작스러운 절정 그리고 후다닥 마무리로 영화를 끝내버린다.

지일주는 대사가 거의 없이 바이크 장면과 액션으로 완벽한 해결사 철민 역할을 연기했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임에도 불구, 말없이 잘 싸우는 사람이라는 것 외에는 그에 대한 정보도 없고 그만큼 관객을 끌어가는 힘도 약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첫 스크린 주연에 도전한 걸그룹 EXID 출신 정화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이지만, 길게 이어지는 감정신에서는 아쉽다. 특히 지혜 캐릭터가 두 남자 사이의 갈등을 일으키는 도구로 사용돼 아쉬움을 남겼다. 1500대 1의 오디션을 뚫고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배홍석은 널뛰는 중2병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소화해냈다. 액션 연기도 눈길을 끈다.

'용루각 : 비정도시'는 갑질사건을 가져왔다는 이유로, 여러가지 사회적 사건을 한 영화에 '때려' 넣었다. 과한 설정은 독이 됐다. 섬세함 없이 과격함으로만 승부한다. 영화의 절대악인 재벌가 아들 재범 캐릭터는 밑도 끝도 없는 마약중독자에, 살인자, 성폭행범으로 묘사돼 공감을 얻지 못한다. 여성 캐릭터들은 어떤 활약도 없이 도구로만 사용한다.

'용루각 : 비정도시'는 정의와 화려한 액션을 내세웠지만, 자극적이고 개연성 없는 스토리가 관객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2월 3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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