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후지산 어록’ 송재익, “일본 건드리고 싶었다... 신문선 기억 남아”

스포탈코리아 제공 / 입력 : 2020.11.25 16:35 / 조회 :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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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잠실] 허윤수 기자= 1997년 9월.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일전이 펼쳐졌다. 0-1로 뒤지던 대한민국은 후반 38분 서정원의 동점골과 4분 뒤 터진 이민성의 역전골에 힘입어 짜릿한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른바 ‘도쿄 대첩’으로 불리는 이 명승부를 더욱더 뜨겁게 만든 건 송재익 캐스터의 속 시원한 한마디 멘트였다.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송 캐스터는 자신을 상징하는 어록으로 남은 이 멘트의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당시 일본은 월드컵을 가본 적이 없었다. 일본을 건드리고 싶었다. 일본의 두 가지 상징은 일왕과 후지산이었는데 일왕을 언급할 순 없어서 후지산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후지산 어록과 관련된 뒷이야기도 전했다. “당시 일본축구협회에서 공문이 왔다. 양국을 대표하는 캐스터의 중계 모습을 찍어서 방송으로 낸다더라. 공항에 도착한 모습부터 찍었는데 그 멘트가 나오면서 일본에도 꽤 알려졌다”라고 말했다.

후지산과 관련된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송 캐스터는 미안한 마음과 발전을 바라는 마음에 멘트를 했다가 항의 전화를 받은 일화도 밝혔다.

“일본의 다음 경기도 중계하게 됐다. 후지산을 무너뜨린 게 미안해서 ‘일본이 무너진 후지산에 축대를 다시 쌓아 같이 아시아를 대표해 세계 축구에 얼굴을 내밀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다음날 회사에 가보니 항의 전화로 난리가 났더라. ‘일본은 짓눌러야지 무슨 축대를 다시 쌓냐’고 했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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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캐스터는 ‘어록 제조기’의 원동력으로 용감함을 꼽았다. 서울 토박이였기에 사투리 억양에 대한 걱정이 없었고 눈치를 보지 않고 스포츠에 인생을 녹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난 스포츠에 인생사를 섞었다. 어록으로 회자되는 말 중 미리 준비한 멘트는 없었다. 2002 한일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 홍명보가 킥을 준비할 때 했던 멘트를 좋아한다. ‘국민 여러분 두 손을 치켜들고 맞잡으십시오. 종교가 있는 분은 신에게 없는 분은 조상에게 빕시다’라고 말하는데 무등산이 보이더라. 그래서 ‘무등산 산신령님도 도와주십시오’라고 즉흥적으로 말했다”

“또 당시 중계를 SBS, KBS, MBC가 번갈아 했다. 다음 4강전은 KBS 차례였다. 나는 SBS 소속이었지만 ‘다음 경기는 KBS가 중계한다. 많이 봐주시고 성원해달라’고 말했다. 당시에 다른 방송사 중계 예고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생방송 도중 얼굴에 파리가 앉아도 못 쫓던 시대였다. 하지만 난 ‘뭐가 잘못됐나?’라는 생각이었다. 그런 거에선 용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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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캐스터는 가장 기억에 남는 중계 파트너로 신문선 해설위원을 꼽았다. 그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신 해설위원과 57%라는 기록적인 시청률을 만들어냈다.

“아무래도 신문선 씨와 가장 많이 호흡을 맞췄다. 신문선 씨가 말발도 좋아 잘한다. 나보다 한마디라도 더하려고 하더라(웃음). 하지만 중계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해설자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50년이 넘는 시간, 송 캐스터는 운동장에서 수많은 선수의 등장과 퇴장을 봐왔다. 그에게 어린 선수들에게 전할 조언을 구했다.

“대통령금배 고교축구대회 중계를 많이 했다. 경기를 보면 선수들의 싹이 보인다.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 맞대응하기보단 참고 유지하는 선수들이 잘 된다. 인내심이 강한 선수를 보면 대성할 것 같다는 멘트를 하기도 했다”

송 캐스터는 이제 축구 중계 마이크를 내려놓지만, 복싱 중계는 남아있다. 오는 29일 열리는 마이크 타이슨(54)과 로이 존스 주니어(51)의 ‘마이크 타이슨 리턴 매치’ 중계를 맡았다.

“타이슨 복귀 경기를 중계하게 돼 덜 외로울 거 같다. 늙은이들의 경기를 늙은이가 중계한다. 아주 해피하다. 아주 해피하게 마이크를 놓고 시청자로 돌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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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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