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끌어안고 미소 2번' 박세혁, 이런 여우를 봤나

고척=김동영 기자 / 입력 : 2020.11.2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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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한국시리즈 3차전 3회초 최원준이 양의지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진 후 박세혁이 양의지를 끌어안고 미소를 짓고 있다.
NC 다이노스 양의지(33)가 두산 베어스에 있을 때 '곰탈여우(곰의 탈을 쓴 여우)'라고 했다. 그만큼 영리했다. 이제는 후계자인 박세혁(30)에게 이 호칭도 넘겨야 할듯하다. 능글능글함이 양의지 못지 않다. 그 이상이다.

두산은 20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3차전 NC와 경기에서 7-6의 신승을 거뒀다. 6-6으로 맞선 7회말 김재호의 재역전 결승타가 터지며 웃을 수 있었다. 이제 시리즈 2승 1패 리드다.


포수 박세혁의 존재감이 컸다. 포일(패스트 볼)이 한 차례 있기는 했다. 이로 인해 실점도 있었지만, 3루 주자 박민우의 슬라이딩이 절묘했을 뿐, 박세혁의 대응 자체는 빨랐다. 7-6으로 앞선 8회초 무사 1루에서 NC '대주자 1번' 이재율의 도루를 저격하며 NC에 찬물을 끼얹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3회초에 니왔다. 양의지 타석이다. 2-3으로 역전을 당한 상황에서 투수 최원준이 양의지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졌다. 슬라이더가 손에서 빠지면서 양의지 쪽으로 향했다.

투구에 맞은 후 양의지가 굳은 표정으로 잠시 최원준을 바라봤다. 자칫 분위기가 격해질 수 있었다. 한참 선배인 양의지가 최원준을 압박할 수 있는 상황.


이때 박세혁이 재빨리 일어나 양의지를 안았다. 그리고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 처음에는 시큰둥한 반응이던 양의지도 금방 표정이 풀렸고, 웃으며 박세혁에게 무언가 말을 전한 후 1루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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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박세혁이 NC 양의지의 몸에 맞는 공 때 양의지를 끌어안는 모습.
순간적으로 울컥한 양의지를 박세혁이 빠르게 '케어'한 모양새였다. 양의지와 NC의 전투력이 상승할 수도 있는 상황을 재빨리 제어한 측면도 있다. 실제로 3회초를 추가 실점 없이 마쳤다.

7회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1사 1루에서 양의지가 타석에 섰고, 마운드에는 박치국이었다. 카운트 2-2에서 5구째 커브를 던졌는데 이것이 양의지의 왼쪽 다리 유니폼을 스쳤다. 몸에 맞는 공.

양의지는 묵묵히 보호장구를 풀며 걸어나갈 준비를 했다. 그러면서 흘끔 뒤쪽을 봤다. 잠시 아쉬워하던 박세혁도 한두 걸음 양의지 쪽으로 가며 무언가 말을 건넸다. 이후 지석훈-노진혁을 삼진과 뜬공으로 막고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양의지 시리즈'로 불린다. 양의지에게 관심이 집중됐다. 자연스럽게 박세혁이 같이 언급됐다. 게다가 둘이 친하다. 미디어데이 당시 박세혁은 "의지 형 보면서 자랐다"라고 했고, 양의지는 "사랑한다. 너무 좋아한다"라고 했다. 브로맨스다.

배우기는 제대로 배운 것 같다. 포수로서 갖춰야 할 모든 능력을 골고루 갖춘 모습이다. 딱 필요할 때 '여우'처럼 상대에 맞춰서 기민하게 움직일 줄 안다. 두산이 1패 후 2연승을 달린 결정적인 원동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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