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스트시즌-유럽 승강제는 왜 생겨났을까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0.11.18 12:06 / 조회 : 1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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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일(한국시간) 열린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뉴잉글랜드 레볼루션-D.C. 유나이티드의 경기 모습. /AFPBBNews=뉴스1
대부분의 프로 축구리그에는 포스트시즌이 없다. 제도적으로 미국 프로 스포츠의 영향을 크게 받은 한국과 일본에서는 한때 프로 축구리그에도 포스트시즌이 존재했지만 지금은 없다. 현재 주요 프로축구 리그 가운데 포스트시즌 제도를 적용하고 있는 사실상 유일한 리그는 MLS(메이저리그사커)뿐이다.

미국 프로 스포츠 시스템의 발전에 기초가 된 MLB(메이저리그야구)의 최대 발명품은 포스트시즌과 올스타전이다. 포스트시즌과 올스타전은 MLB를 넘어 미국 주요리그의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했으며 다른 국가의 프로 스포츠에도 폭넓게 적용됐다.

하지만 미국 프로 스포츠의 포스트시즌은 유럽 축구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 했다. 물론 프로 축구 리그와는 별개로 컵 대회는 존재하지만 유럽 축구에서는 클럽의 정규리그 성적이 곧바로 최종 성적이 된다. 미국 프로 스포츠처럼 포스트시즌에서 대역전극을 만들 수 있는 기회는 없다.

그렇다면 미국과 유럽 프로 스포츠에는 왜 이런 차이가 존재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미국 프로야구와 잉글랜드의 프로축구의 발전과정을 살펴봐야 한다.

미국 프로야구는 기본적으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이다. 미국 프로야구 팀은 특정 지역에서 야구로 사업을 하는 데에 있어 독점적 권리를 갖는 프랜차이즈다. 현재 마이너리그에 속해 있는 팀이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고 해서 절대로 메이저리그 팀이 될 수 없는 배타적 독점체제라고 할 수 있다. 2부리그 팀이 1부리그로 승격이 가능한 유럽 프로축구의 체제와는 큰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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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LA 다저스 선수들이 2020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미국 프로야구 내셔널리그가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근간으로 출범한 1876년 미국의 주요 도시들은 무한 경쟁을 시작했다. 이 경쟁에는 어느 도시의 시청 사옥 건물이 높은지, 오페라하우스의 오케스트라 수준이 높은지가 매우 중요한 잣대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한 가지 요소가 더 추가됐다. 특정 도시를 근거지로 한 야구 팀의 실력이었다. 이와 같은 환경 속에서 미국의 도시들은 프로야구 팀을 보유하기를 원했고 당연히 내셔널리그에 가입하는 것을 목표로 삼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도시의 야구 팀이 내셔널리그에 편입될 수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내셔널리그에 대항하는 여러 리그가 출범하게 됐고 그 가운데 가장 강력한 라이벌 리그로 아메리칸리그가 급부상했다. 지금까지 새롭게 출범한 리그의 발전을 견제해 왔던 내셔널리그는 아메리칸리그와의 출혈경쟁보다는 연합전선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1903년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 최고 팀간의 가을야구인 월드시리즈가 탄생한 배경이었다. 이후 양대 리그는 MLB로 통합돼 경쟁과 화합을 통해 상생 발전 모델을 구축했다.

이 시점부터 미국 프로야구의 포스트시즌 제도는 미국 스포츠 문화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상업적인 측면에서도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포스트시즌 제도는 효과적이었기 때문에 다른 미국 프로 스포츠리그도 앞다퉈 이와 같은 제도를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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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시티-리버풀의 경기. /AFPBBNews=뉴스1
반면 유럽 축구에 포스트시즌 제도가 필요 없었던 이유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그의 발전사와 관련이 크다.

세계 최초의 프로축구 리그인 잉글랜드 풋볼 리그가 1888년 출범한지 1년 뒤에 라이벌 리그인 풋볼 얼라이언스 리그가 출범했다. 풋볼 리그 소속 클럽들이 위치한 도시에 비해 풋볼 얼라이언스 리그 소속 클럽들이 근거지로 삼았던 도시의 규모는 작았다. 하지만 여전히 두 리그 간의 경쟁은 잉글랜드 축구 산업 발전에 저해 요소였다.

결국 두 리그는 협상을 시작했고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합병의 방식이 독특했다. 풋볼 리그 소속 클럽의 전력이 평균적으로 우월했기 때문에 대다수 풋볼 얼라이언스 리그 소속 클럽들은 새롭게 만들어진 2부리그에 편입됐다. 대신 2부리그에서 성적이 우수한 클럽은 언제든지 1부리그로 승격할 수 있는 제도가 생겼으며 반대로 1부리그에서 성적이 저조한 클럽은 2부리그에 강등돼야 했다. 이처럼 승강제는 영국이 특유의 문화로 내세워 왔던 타협과 절충의 산물이었다.

잉글랜드보다 뒤늦게 프로 축구리그가 생겨난 유럽 지역에서는 자연스럽게 축구종가인 잉글랜드 풋볼 리그가 발명한 승강제도를 따라 했고 이는 각국 프로 축구리그의 전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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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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