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현 앞에서 정근우 응원가...' 마지막까지 후배 생각한 '국대 2루수'

잠실=김우종 기자 / 입력 : 2020.11.11 19:25 / 조회 : 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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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우가 11일 기자회견을 마친 뒤 팬들에게 인사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뉴스1
'영원한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38)는 그라운드를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팀 후배를 생각했다.

정근우는 11일 오후 2시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은퇴 공식기자회견에 참석해 현역 선수로서 16년 생활을 마치는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말이었다. 시즌을 마친 LG 선수단이 서울 상계동에서 팬들과 함께 연탄 배달 봉사 활동을 했다. LG 내야수 정주현(30)도 얼굴에 연탄 가루 묻은 채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봉사 활동을 다 마친 뒤였다. 정주현과 친한 팀 동료가 그 앞에서 장난스럽게 "정근우~정근우" 하면서 '정근우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당시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정근우가 LG로 온다는 소식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날이었다.

또 다른 경쟁의 시작이었다. 정주현으로서는 당연히 '베테랑' 정근우와 경쟁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정주현은 정근우와 포지션 경쟁에 대해 늘 "우리나라 최고 2루수 선배로부터 배울 점이 정말 많다"면서 허리를 숙였다. 그렇게 올 시즌이 시작됐고, 부상 등의 이유로 정근우의 출전 기회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정주현은 정규 시즌을 넘어 페넌트레이스 끝까지 LG의 2루를 책임졌다.

정근우는 국내 최고 2루수답게 2루 포지션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이날 은퇴 기자회견에서도 정근우는 "저는 악마의 2루수라는 별명이 정말 좋다"면서 "아시다시피 김성근 감독님한테 펑고를 워낙 많이 받아 악마의 2루수가 되지 않았으면 안 됐다. 저 자신도 그렇게 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늘 경기에 나갈 때 위로는 몰라도, 양 옆으로는 절대 빠트리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게임에 임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처음에 2루를 볼 때, 선배들이 '한 자리를 10년 간 지키는 건 쉽지 않다'는 말씀을 하셨다. 하지만 '나는 할 거야. 10년 넘게 할 거야'라는 목표를 갖고 항상 달려왔다. 어떤 사람에게도 그 자리를 내어주지 않기 위해 매 순간 열심히 했다. 마지막에도 다행히 이 자리서 은퇴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프로의 세계는 늘 냉정하다. 부상으로 잠시 자리를 비우면 어느 순간, 누가 그 자리를 꿰찰지 모른다. 정근우는 "저도 항상 신인 때 경쟁을 펼쳤으며, 후배들과도 경쟁을 통해 이겨냈다. 저 스스로한테만 이긴다고 해서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후배들은 경쟁도 중요하지만, 그 자리를 놓지 않기 위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하게 지킬 건지 고민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을 건넸다.

KBO 리그 2루수 중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후계자는 누구일까. 정근우는 "잠시만요. 쉽게 말씀드리기가 그렇다"면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어 그의 입에서 떨어진 이름은 바로 팀 경쟁자이자 동고동락했던 후배 정주현이었다. 정근우는 "우리 주현이가…"라고 말을 시작했다.

그는 "(정주현의) 나이는 이제 30대 초반이지만, 우리 주현이가 제 기록은 못 넘을 수는 있어도, 캠프를 가기 전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서로 좋은 부분을 맞춰 나갔다. 시즌 도중에는 '네가 어떻게 보면 시즌 중간에 형을 이겼기 때문에 2루는 이제 너의 자리다. 그래서 이제는 그냥 2루수 정주현이 아닌, 책임을 갖고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주전 2루수가 돼야 한다고 얘기를 해줬다. 올해는 아쉽게 끝났지만 내년엔 공수주에서 더 나은 주현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진심 어린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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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서 훈련 중인 정근우(왼쪽)와 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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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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