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리빌딩' 한화, 강팀 첫 걸음일까 무모한 도박일까 [★취재석]

이원희 기자 / 입력 : 2020.11.09 10:30 / 조회 : 2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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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 /사진=OSEN
한화 이글스의 선수단 개편 속도가 무서울 정도다. 대대적인 리빌딩이라는 명목을 앞세워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정리했다.

지난 주 팀 주장 이용규(35)가 방출 통보를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진 데 이어 투수 윤규진(36), 안영명(36), 김경태(29), 이현호(28), 포수 김창혁(29), 내야수 송광민(37), 김회성(35), 박재경(23), 외야수 최진행(35), 정문근(21) 등이 구단의 재계약 불가 방침에 따라 팀을 떠나게 됐다.

◇ 1군 주축 선수들 대거 방출

올해 이용규, 송광민, 최진행, 안영명 등은 1군 주축 전력으로 뛰었다. 윤규진의 경우 지난 수년간 크고 작은 부상에 힘들어 했지만, 선수 시절 내내 한화 유니폼만 입고 프랜차이즈 스타로 이름을 알렸다. 2015년에는 3승2패 10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2.66으로 활약했다.

이용규는 지난 해 트레이드 요청 파문으로 한 시즌을 통째로 쉬었음에도, 올해 타율 0.286, 32타점 17도루로 활약했다. 여기에 남다른 열정과 근성을 앞세워 주장 역할도 소화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팀을 나가게 됐다. 그야말로 한화의 '독한 리빌딩'이다.

한화는 당장의 성적에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멀리 보고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입장이다. 구단 관계자는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선수단 정리와 관련해 전체적인 평가는 시즌 중 지속적으로 이뤄진 부분이다. 팀이 나아갈 방향은 정해졌고, 강팀을 만들기 위한 시작의 단계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구단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프로구단은 성적을 내야 한다. 한화는 2018년 가을야구 무대를 밟은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하위권으로 시즌을 마쳤다. 올해는 팀 창단 후 처음으로 리그 10위에 머물렀다.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 최하위에도 젊은 선수들 희망 발견

올 시즌 한화는 베테랑들의 계속된 부진에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불펜진에서 윤대경(23), 강재민(23) 등이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고, 김종수(26), 송윤준(28) 등 그간 1군 출전이 많지 않았던 선수들도 기회를 잡아 가치를 증명했다.

윤대경은 55경기에서 5승 7홀드 평균자책점 1.59, 강재민은 50경기에서 1승2패 1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했다. 타선에서는 노시환(20)이 팀 최다 12홈런을 때려냈다. 한화 관계자는 "젊은 선수들의 활약에 긍정적인 부분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A 해설위원도 "한화가 당분간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 당장은 이용규가 팀에서 가장 기량이 앞설 수 있겠지만, 이를 감수하고도 향후 우승 전력을 만들려고 한다면 구단 차원에서는 이해가 간다. 외야진에는 임종찬(19), 이동훈(24) 등 좋은 자원이 많다"며 팀 발전을 위해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민철 한화 단장은 "대대적인 개편을 한다고 해도 2~3년 후를 바라본다는 것은 한화 팬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한화는 내년에도 (가을야구에) 도전할 것이다. 올해 희망을 봤던 젊은 선수들에게 겨울 동안 더 많은 시간을 써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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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경. /사진=OSEN
◇ 팀 구심점 실종 우려 해소해야

그러나 파격적인 변화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팀 베테랑들을 대거 내보내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팀 리빌딩에는 젊은 선수들을 뒷받침하고 이들을 이끌어줄 구심점이 될 베테랑 선수들의 존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글스의 심장'으로 불리던 김태균(38)도 이미 은퇴를 선언했다.

B 해설위원은 "한화가 정은원(20), 하주석(26), 노시환 중심으로 팀을 짜겠지만, 리빌딩에도 체계적인 단계가 필요하다. 베테랑 선수들을 모두 내보내는 것은 리빌딩이 아닌 도박"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C 해설위원은 "이용규의 커리어를 보면 또 하나의 레전드이기도 한데, 방출 통보를 받고 팀을 떠나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프로의 세계는 결과가 말해준다. 한화의 이번 결정이 구단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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