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믿음의 야구' 무색했던 총력전, 잔인했던 마지막해 가을 [준PO잠실]

잠실=김우종 기자 / 입력 : 2020.11.05 22:31 / 조회 :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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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LG 감독이 5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LG 감독 계약 마지막 해였던 류중일(57) 감독에게는 잔인한 가을이었다. 공교롭게도 삼성 사령탑 시절이던 2015년, 당시 한국시리즈 우승을 내줬던 김태형(53) 감독을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LG는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2020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7-9로 패했다. 4회에만 7점을 내주며 0-8로 뒤진 채 끌려간 LG는 7-8 한 점 차까지 추격했으나 끝내 경기를 뒤집진 못했다. 이로써 1차전에서 0-4로 패한 LG는 2연패로 준플레이오프를 마감, 올 시즌을 4위로 마쳤다.

류중일 감독에게는 두고두고 아쉬운 시즌이었다. 류 감독은 KBO 리그를 대표하는 명장이다. 그는 2011년 삼성의 제13대 감독으로 부임, 4년 연속 통합 우승 및 5년 연속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2016년을 끝으로 삼성 사령탑에서 물러난 그는 2018년부터 LG의 지휘봉을 잡았다. 첫 해에는 6위로 마쳤으나, 지난해 팀을 4위로 이끈 뒤 올해도 4위로 마감하며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았다.

류 감독의 야구는 '믿음의 야구'로 통한다. 온화한 인품을 바탕으로 선수단의 마음을 움직였다. 혹여나 선수가 실수를 하더라도 가감 없는 '문책성 교체'보다는 늘 선수들의 입장을 헤아리는 자세를 보여줬다.

다만 페넌트레이스 막바지에 2연패를 당한 게 매우 뼈아팠다. 자력 2위로 마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했고 기회를 놓쳤다. 이미 5강 탈락이 확정된 SK에 6-7, 한화에 2-3, 모두 한 점 차로 패한 게 치명적이었다. 결국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한 LG는 가을 야구에서 탈락했다. 만약 LG가 2위로서 플레이오프부터 시작했다면 결과는 또 달라졌을 지 모른다고 평가하는 야구인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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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0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류중일 감독(오른쪽)이 4회초 대량 실점 하자 아쉬운 듯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스1


이날 경기를 앞두고 류 감독은 "이제 패하면 끝이다. 총력전으로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총력전을 선언했지만 결과적으로 투수 교체가 다소 늦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4회 윌슨은 선두타자에게 볼넷을 내주는 등 도루까지 내주며 흔들렸다. 그러나 1사 후 박세혁에게 적시타, 김재호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뒤에야 교체를 결정했다.

그나마 두 번째로 나온 투수 진해수는 ⅓이닝 4피안타(1피홈런) 4실점(4자책)으로 무너졌고, 점수는 0-8까지 벌어졌다. 오히려 세 번째 투수로 나온 정찬헌은 이날 3⅔이닝(57구) 4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앞서 와일드카드 1차전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연달아 나서며 노출이 많이 된 진해수보다 정찬헌이 먼저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LG 타선은 8점 차에서도 포기하지 않으며 한 점 차까지 추격했다. 그랬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LG는 2018 시즌을 앞두고 류 감독과 3년 계약(총액 21억원)을 맺었다. LG가 류 감독을 영입한 이유는 명확했다. 우승이었다. 그런 류 감독이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됐다.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은 2002년 준우승(마지막 우승은 1994년).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명장 류 감독도 끝내 LG의 숙원이었던 한국시리즈 진출 및 우승 꿈을 이뤄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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