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공격 포인트 0이 될 순 없어”, ‘살림꾼’ 박정수의 즐거운 마지막 목표

스포탈코리아 제공 / 입력 : 2020.10.31 13:35 / 조회 : 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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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허윤수 기자= 강등 후보 1순위라는 평가를 넘어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인 6위를 기록하며 파이널라운드A 기적을 쓴 광주FC.


많은 이들은 펠리페-엄원상-윌리안으로 이어진 화끈한 공격진에 주목했다. 하지만 이들이 조금 더 공격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건 뒤에서 묵묵히 중원을 지켰던 ‘살림꾼’ 박정수(33)의 존재가 있기에 가능했다.

박정수는 리그 최종전만을 남겨둔 가운데 26경기 중 24경기에 나섰다. 그중 한 경기는 경고 누적에 의한 결장. 그만큼 박진섭 감독의 신뢰가 두텁다. 물론 경기력이 따라주지 않았다면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 박정수는 주장 여름에 이어 팀 내 출장 시간 2위(2,203분)를 기록 중이다. 1차 저지선답게 차단 144개로 리그 전체 4위, 태클 18위, 클리어링 37위에 올라있다. 수비에만 능한 게 아니다. 팀 내 패스 2위를 기록 중일 정도로 윤활유 역할까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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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적인 지표, 기록들은 내가 잘한 게 아니라 경기를 많이 나가서 그런 거다. 우리 팀 공격진이 잘해줘서 수비적인 역할에 전념할 수 있었다. 나까지 공격에 가담해야 하는 일이 자주 나왔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이런 활약에 한 팬은 시즌 MVP를 꼽아달라는 물음에 주저 없이 박정수라 답했다. 팬은 “박정수는 궂은 일은 도맡아 하는 언성 히어로다. 스포트라이트가 공격진에 쏠려 있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한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인터뷰가 진행됐던 건 26라운드 상주상무전. 해당 팬은 박정수의 유니폼을 두 벌 챙겨왔지만, 경고 누적으로 나설 수 없게 된 사실에 안타까워했다. 이는 박정수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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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마지막 안방 경기라 뛰고 싶었는데 결과적으로 못 나갔다. MVP는 정말 과찬이시다. 종료 후 그라운드를 밟았는데 유독 내 유니폼이 딱 보였다. 그분이 맞으신 지 모르겠지만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가까이 가서 사인도 하고 사진도 찍고 인사드리고 싶었다. 응원 덕분에 내가 잘할 수 있던 것 같다. 이 자리를 빌려 정말 감사하다”

박정수의 활약이 더 놀라운 점은 그가 한국 나이로 34세라는 것. 마무리에 대한 생각이 그려질 법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더 잘 뛸 방법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차 있다. 은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었다.

“내가 잘 뛸 수 있는 건 아내의 내조 덕이다. 운동에만 신경 쓸 수 있게 잘해준다. 또 나름대로 몸 관리를 위한 루틴을 만들어 지키고 있다. 매일 운동이 끝나면 아이스로 반식욕을 하고 시합 이틀 전부터 냉‧온욕을 한다. 어떻게 하면 많이 뛸 수 있고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박정수는 광주에 합류한 뒤 좋은 기억만 갖고 있다. 처음 발맞춘 지난해에는 K리그2 우승과 함께 승격을 이뤄냈고 올 시즌에는 최고 성적과 함께 파이널A라는 역사를 썼다. 하지만 그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아있다. 유독 올 시즌에 하나도 없는 공격 포인트 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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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인 역할을 하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많은 공격 포인트를 바라진 않는다. 그래도 프로 2년 차 이후로는 꾸준히 포인트가 있었다. 몇 년 만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끝내면 아쉬울 거 같다. ‘0’으로 마치고 싶진 않다”

공격 포인트 갈증을 느끼는 박정수에게 특정 상황을 줘봤다. 최종전에서 페널티킥이 나온다면 키커로 나설 어필을 하겠냐고. 그는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그건 팀을 위해 안될 것 같다. 나보다 잘 차는 선수가 많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조금 더 집중하겠다”

공격 포인트 행진 이어가기 위해 남은 단 한 경기. 박정수는 극적인 경기에서 운명적인 활약을 펼쳤던 기억을 꺼냈다. 살림꾼이 아닌 사랑꾼 박정수 모드였다.

“결혼하기 전 아내가 태국에서 뛰는 나를 보기 위해 현지에 왔었다. 그때 프러포즈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큰 종이에 결혼해달라고 적은 뒤 펼칠 계획이었다. 내가 공격적인 위치에서 뛰지 않기에 팀원들에게 함께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내가 골을 넣었다. 무려 멀티골 경기였다. 아내가 너무 좋아했다. 본인은 안 울었다고 하지만 같이 왔던 지인 말로는 울었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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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에게 최종전에서 득점하게 될 경우 세리머니 공약을 부탁했다. 득점이 많은 선수가 아닌 만큼 신중을 기하다가 팬 이야기를 꺼냈다.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 많이 만족한다. 하지만 팬들을 많이 못 뵌 건 아쉽다. 두 번의 유관중 경기에서 승리의 기쁨을 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도 있다. 물론 집에서 열심히 응원을 해주셨기 때문에 광주가 이런 성적을 낼 수 있었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광주 엠블럼 위에 하트를 만들겠다”

②편에서 이어집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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