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곽시양 /사진=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
수트핏, 카체이싱, 맨몸 액션. 배우 곽시양(33)이 SBS 금토드라마 '앨리스'에서 돋보인 모습이다. 갈비뼈 부상 투혼, 6kg 체중 감량, 묵직한 감정선. 곽시양이 '앨리스'를 위해 몰입한 과정이다.
곽시양은 '앨리스'가 자신에게 가지는 의미로 "인지도가 높아질 수 있었고 나에게 발화점이 된 것 같다. 성장할 수 있는 계기, 성장의 발판이 된 드라마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앨리스'는 최고 시청률 10.6%를 남기고 지난 24일 종영했다.
'앨리스'는 죽은 엄마 박선영(김희선 분)을 닮은 여자 윤태이(김희선 분), 감정을 잃어버린 남자 박진겸(주원 분)의 마법 같은 시간여행을 그린 휴먼SF 드라마.
곽시양은 극 중 앨리스 가이드팀 팀장 유민혁 역을 맡았다. 유민혁은 2050년, 시간 여행이 파괴된다는 예언서를 찾기 위해 앨리스에서 윤태이와 함께 1992년에 파견된 요원. 유민혁은 박진겸의 아빠란 사실을 숨기고 윤태이와 박진겸을 지키려다 석오원(최원영 분)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
배우 곽시양 /사진=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
-엔딩에서 유민혁이 박진겸과 윤태이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던졌다. 엔딩은 어떻게 봤는가.
▶더 진하게 죽고 싶었는데 다소 아쉽게 죽은 것 같다. 더 멋있게 죽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아쉬움은 있다.
-이번 작품에서 액션신이 가장 많아 보였다.
▶나보다 주원 씨가 힘들었을 거다. 나는 상대적으로 주원 씨에 비해 맞는 장면이 많아서 부담감이 덜했다. 액션 장면들이 있어서 주원 씨와 많이 친해진 것 같다.
-액션신을 촬영하며 갈비뼈 등 부상이 있었다고.
▶카체이싱, 주원 씨와 부딪히는 신 등이 많아서 몸이 바닥에 쓸리느라 아팠다. 날이 추운데 주원 씨와 싸우다 주먹끼리 부딪히면서 아플까봐 조심해서 촬영했다. 갈비뼈에 살짝 금이 간 적이 있었는데, 한 달도 안 돼서 많이 나아졌다. 생각보다 금방 나았던 것 같다.
-미장센이 좋았다. 액션신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은?
▶내가 양홍섭을(이정현 분) 데리러 지하주차장에 간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진겸이와 같은 장소에서 싸우면서 "후회할 짓 하지 마"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배우 곽시양 /사진=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
-주원과 나이가 동갑이다. 주원의 아버지 역에 몰입하기 어렵진 않았는지.
▶아버지 역을 하며 힘들었던 점은 진겸이가 내 자식이란 걸 알았을 때다. 14부 촬영을 하며 차 안에서 인이어를 끼고 대화하는 장면에서 순간적으로 감정이 북받쳐서 슬펐다. (김)희선 누나가 앞에서 너무 연기를 잘 해주셔서 내가 수월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그동안 선굵은 캐릭터를 많이 보여줬다.
▶이번엔 전작 '웰컴2라이프' 때보다 남자의 선을 더 많이 보여준 것 같다. 후반에는 대본을 보면서는 많이 슬프고 가슴 아팠다. 그래서 희선 누나가 현장에서 더 많이 장난을 쳐줬다. 나와 주원 씨, 희선 누나 셋이 있으면 희선 누나가 액션신을 보고 나에게 "어디 아버지를 때리냐"고 놀렸다.(웃음)
-유민혁은 과묵하고 정적인 성격이다. 실제 곽시양의 성격과는 얼마나 닮았을까.
▶정반대인 것 같다.(웃음) 나는 즐겁고 에너지 있는 걸 좋아한다. 극중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진 않았다. 무게감이 있어야 했고 앨리스란 회사에 책임이 있어야 했다. 아들과 태이를 봤을 때 굉장히 무거운 감정이 만들어졌다. 중요한 장면을 촬영할 때 주변에서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잘 만들어줬다. 감독님께서도 배려를 많이 해주셨는데, 풀샷보다 감정선이 나오는 바스트샷부터 먼저 촬영을 해주셨다.
-'앨리스'로 얻은 것이 있다면?
▶인지도를 더 얻은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고 주변 반응이 느껴졌다. 가족들이 배우로서 인정해 준 느낌이었다. 식당 같은 데 가면 알아봐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부모님이 내 앞에선 안 그러는데 밖에 나가서 그렇게 자랑을 많이 하고 다니신다 한다.(웃음) '앨리스'에서 내가 노력한 만큼 반응도 잘 온 것 같다. 매 작품을 할 때마다 열심히 안 한 적이 없는데, 죽을 동 살 동 하면서 연기하다 보니 시청자들도 인정해주시는 것 같고 이것보다 밑으로 하면 내가 연기생활을 할 수 없겠단 생각도 들었다. 마음을 다잡을 수 있던 작품이다.
/사진=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
-향후 곽시양이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은?
▶소위 '사'자 들어간 전문직 역할, 변호사, 의사도 해보고 싶고 운동선수 역도 해보고 싶다. 내가 연기를 하면서 매력적으로 보였던 상대 역을 해보고 싶다. '웰컴2라이프'에서 (정)지훈 형이 연기한 변호사 역을 해보고 싶었다.
-스스로 목표하는 배우로서의 모습은?
▶목표가 높기만 한 것보다 오래 연기하고 싶다. 목표가 높은 것도 좋지만 내가 오래하고 열심히 하고 좋은 결과물이 생기다 보면 자연스레 목표한 곳으로도 올라갈 수 있겠다. 사실 나는 촬영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다. 그런데 이게 결과물로 보여졌을 때는 굉장히 뿌듯하다. 좋은 사람도 만났구나 싶다. 다른 사람들에게 희로애락의 감정을 줄 수 있는 직업이라 생각해서 이 직업을 오래하고 싶다.
-모델로 데뷔해 배우로 전향한 과정이 궁금하다.
▶어릴 때부터 연예계에서 일을 해보고 싶단 생각은 늘 있었다. 처음 모델로 기회가 돼서 시작했다. 연기자를 마음먹은 건 군대 안에서였다. 연예계의 일 중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이 연기자일 것 같았다. 그때 드라마 '시크릿 가든', '최고의 사랑'을 보면서 카메라 앞에서 내가 연기하고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처럼 연기가 되지 않았을 때도 있었을 텐데.
▶항상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없는 것 같다. 내 마음대로 연기를 할 수 있으면 너무 좋겠는데 아직 나에겐 그럴만한 여유가 많이는 없는 것 같다. 아직은 작품을 어렵게 하는 편인 것 같다.
-편한 역할을 해보면 부담이 덜하지 않을까.
▶나도 로맨틱 코미디나 코믹한 역을 해보고 싶다. 현장에 가면 더 웃을 수 있고 더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만큼 코미디가 굉장히 어려울 수 있겠더라. 웃겨야 하는 장면을 내가 살리지 못할 때의 부담감에 대해서도 생각이 든다.
배우 곽시양 /사진=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
-필모그래피 중 배우로서 전환점이 된 작품은?
▶나에겐 '오 나의 귀신님'이다. 그때 내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많은 분들이 나를 연기자로 알아봐주신 건 영화 '목격자'였던 것 같다. '앨리스'로 인해 '연기자'란 이미지가 조금 더 굳어진 것 같다.
-곽시양은 예능에서 보기 힘든 배우다.
▶고정 예능도, 게스트 예능도 해보고 싶다. 요리나 몸으로 부딪히는 예능이 맞을 것 같다. 요리는 하는 것도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맛있는 녀석들'과 백종원 선생님 나오는 예능도 자주 본다. 백 선생님과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 리얼리티 '정글의 법칙'도 다시 해보고 싶다.
-곽시양의 리얼한 모습은 어떤가.
▶나는 집돌이다. 배고프면 밥을 해먹거나 시켜먹거나 한다. 내일 일이 없으면 컴퓨터 게임도 하고 공원에서 있기도 한다. 일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다 보니 쉴 때는 그렇게 해야 내가 살 수 있겠더라. 이 일을 하면서 그렇게 바뀐 것 같다.
-'앨리스'의 미래 설정처럼, 2050년 곽시양은 어떤 모습으로 살길 원하나.
▶'시양 타운'을 만들고 싶다. 8채 정도의 집을 똑같이 지어서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들어와 사는 게 꿈이다. 30년 동안 열심히 일해서 나만의 타운을 만들고 싶다.
-곽시양에게 '앨리스'의 의미는?
▶나에게 발화점이 된 것 같다. '앨리스'는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계기, 성장의 발판이 된 드라마다. 감독님에게 너무 감사하고 고맙다. 감독님이 콘티도 직접 짜고 굉장히 섬세하게 작업을 하셨다. 그런 세세한 것들이 모여 좋은 결과가 만들어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