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쟁범죄 그린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의 시선 [★비하인드]

김미화 기자 / 입력 : 2020.11.01 08:00 / 조회 : 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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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 사진=스틸컷


일본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일본의 전쟁범죄를 스크린으로 불러왔다.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감독상)을 수상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영화 '스파이의 아내'는 지난 30일 폐막한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 26일 제 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부문 초청작인 영화 '스파이의 아내'(감독 구로사와 기요시)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화상 기자회견이 열렸다.

영화 '스파이의 아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731부대의 생체실험을 다룬 영화. 지난 6월 일본 NHK방송이 8K 화질로 방송한 스페셜 드라마를 영화로 만든 것.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일본의 근현대인 1940년을 배경으로 그동안 흔히 볼 수 없었던 영화를 만들어 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제가 선택한 시기는 아주 오래 된 과거는 아니다. 현대와 연결지점이 안보이는 시기는 아니고 현대와 이어지는 그리오래되지 않은 과거다. 1940년 전후, 당시 일본이 위험하고도 위태로운 체제 맞이한 때인데 이 때를 살았던 한 쌍의 부부 이야기다"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거장 감독이 그린 일본의 전쟁 범죄 이야기에 관심이 쏟아졌다. 일본인인 그가 일본 대중 앞에 자국의 전쟁 범죄를 다룬 영화를 내놓기까지 고민은 없었을까.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담담했다 "그다지 큰 결의를 하지 않았다. 역사적 사실이 있으니까, 그렇게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역사적 사실에 반하지 않게, 바르게 만들어야 된다고 는 생각했지만 (사람들의 반응을) 의식하거나 하지는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영화 감독으로서 영화가 관객에게 영화로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엔터테인먼트'여야 한다고 생각, 서스펜스와 멜로를 살렸다고 전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에게는 일본의 전쟁범죄나 그것을 보는 일본인의 시선보다 영화적인 만듦새와 관객의 관심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1940년대 일본의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많이 없는 이유에 대해 "이런 소재가 터부시, 금기시 되기 때문은 아니다. 가까운 과거를 다루게 되면 실제로 있었던 일과 인물, 쓰여진 자료로 픽션을 구성해야 하는데 그 작업에 주저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나 하는 생각한다"라며 "저는 사실에 바탕에 둔 것이 아닌, 완전 가공의 픽션 오리지널로 다뤘다. 그런식으로 소재를 다루는 것이 일본 안에서 다룬 것이 드물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 영화가 일본의 과거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일본의 양심적인 목소리로 해석해도 되나"라는 질문에 "그렇게 받아들인다면 제게 기쁜일이지만, 저 자신이 은폐된, 숨겨진 것을 새롭게 드러내는 작업을 한 것은 아니다. 일본인들에게나 세계적으로 역사로 알려진 사실에 의거해서 성실하게 그리고자 했을 뿐이다"라고 담담하게 답했다.

'스파이의 아내'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품이 된 것은 이 같은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뚝심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1940년대 전쟁 범죄가 소재이지만 역사적 사실 위에 이야기를 담아 영화를 만들었다. 어떤 의도나 정치적 세력보다 영화를 보는 관객의 시선을 중요시하는 거장의 작품 세계가 그대로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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