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룰을 준수하는 습관을 기르자 [김수인의 쏙쏙골프]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 입력 : 2020.10.26 07:00 / 조회 : 2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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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지난 18일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 골프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KB금융 스타 챔피언십(메이저대회) 최종 라운드. 특이한 장면이 TV 중계화면에 잡혔지만 이걸 본 골퍼들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카메라가 6번홀 페어웨이 벙커를 잡았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등장하는 게 아닙니까. 그 고양이는 오른쪽 앞다리로 벙커 한 부분을 열심히 파더니만 거기에다 ‘큰 것’을 실례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앞다리를 이용해 재빨리 실례한 것을 덮고는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모래로 덮이긴 했지만 만약 고양이가 용변을 본 부분에 선수가 친 공이 떨어졌다면 어떻게 될까요. 모래가 물컹물컹해진 부분에 클럽이 닿아야 하므로 정상적인 벙커샷이 안되고 미스가 될 게 뻔하지만, 구제는 되지 않습니다. 골프 룰에 따라 동물의 배설물은 '루스 임페디먼트(loose impediment·자연 장애물)'이기 때문이죠.

 

페어웨이나 러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죽은 쥐나 동물의 배설물에 공이 떨어지면 그대로 쳐야 합니다. 정상적인 샷이 불가능하므로 당연히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고 1벌타를 감수해야 합니다.

 

몇 년 전 호주에 가서 직접 겪은 일인데요. 동반자가 티샷을 페어웨이 중앙에 잘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큰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있던 펠리컨이 갑자기 나타나 공을 물어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펠리컨이 공을 자신의 알로 착각해 일어난 해프닝입니다.

이런 경우는 구제받을 수 있을까요. 골프장마다 다르다고 합니다. 골프 룰에 우선하는 게 골프장의 로컬룰인데, 어떤 골프장은 여러 사람이 지켜봤지만 ‘로스트 볼’로 간주해 2벌타를 받습니다. 하지만 다른 골프장은 분실구로 처리되지 않고 같은 자리에 공을 놓고 벌타 없이 플레이를 진행하게 합니다.

 

물론 이건 프로선수에게 적용되는 룰입니다. 아마추어는 룰에 까다로운 사람이 동반하지 않는 한 웬만한 것은 구제되죠. 앞서 이야기한 죽은 쥐나 동물의 배설물뿐 아니라 나뭇잎, 나무의 잔가지에 공이 떨어지면 벌타 없이 편안하게 공을 옮기거나 나뭇가지를 제거한 뒤 다음 샷을 이어갑니다.

바위 뒤에 공이 떨어져 있으면 어떡할까요. 1번홀 티샷 전부터 “룰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마음 편히 라운드하자”고 합의를 봤다면 바위가 자연물이지만 공을 페어웨이 쪽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동반자 중 한명이라도 룰에 까다로운 이가 있다면 바위를 살짝 넘기든지, 아니면 옆으로 공을 빼서 다음 샷을 이어가야 합니다.

 

직장 상사와 라운드를 할 때는 구제 여부를 물어볼 게 아니라 엄격히 룰을 적용해 플레이를 한다면 굉장한 칭찬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상사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마음대로 공을 옮겨 치면 상사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직장 밖의 일로 업무나 승진에 지장받는 경우가 가끔 있지 않습니까. 스코어 하나 줄이려다 상사의 눈밖에 난다면 그처럼 어리석은 일이 또 있을까요.

그러므로 웬만한 룰은 익혔다가 누구를 만나든지 엄격히 적용하는 습관을 기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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