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향 "감정선 100% '내가예', 초심으로 연기했죠"[★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 입력 : 2020.10.25 05:00 / 조회 : 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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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임수향 /사진=FN엔터테인먼트


한 여자를 사이에 둔 형제의 삼각관계. MBC 수목드라마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이하 '내가예')는 '형수를 사랑한 동생'으로 금기의 사랑을 그려 막장극으로 치달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배우 임수향(30)은 '내가예'를 한 여자의 인생사, 주인공들의 성장기로 봤다. 그리고 '내가예'는 어떤 러브라인도 완성하지 않는 파격적인 결말로 깊은 여운을 남겼다. 임수향은 지금까지와 사뭇 다른 결의 연기로 순수 멜로의 감성을 보여줬다.

'내가예'는 오예지(임수향 분)가 서환(지수 분)과 서진(하석진 분) 형제의 사랑을 모두 받게 되면서 운명 속에 갇혀버린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 임수향은 극 중 세라믹 아티스트를 꿈꾸는 미대생 오예지로 분했다. 오예지는 교생으로 환의 짝사랑 상대가 됐고, 선생과 학생으로 만난 두 사람은 오예지가 서진과 결혼하면서 형수와 시동생으로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보여줬다.

오예지는 엄마 김고운(김미경 분)이 과거 폭행을 일삼던 아버지를 죽이고 감옥에 간 것에 대해 자신을 버린 것이라 생각하고 외롭게 살았지만 엄마와 재회, 서환, 서진의 사랑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했다. 오예지는 서진의 외도로 이혼, 서환에 대한 자신의 사랑도 깨달았지만 두 형제와 헤어지고 혼자의 삶을 택했다. 오예지는 서환, 서진에게 받은 사랑을 추억으로 간직한 채 용기있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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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임수향 /사진=FN엔터테인먼트


-'내가예'가 가슴 저린 멜로를 보여주고 종영했다.

▶모든 작품에 애착이 가는데, 이번 작품은 감정 소모도 많고 다른 작품보다 더 집중해서 임한 것 같다. 그래서 떠나보내는 데 더 실감이 안 나는 것 같다. 이런 정통멜로를 오랜만에 선보였는데 나는 레트로 감성이 좋았다. 이 감성을 좋아해주실지 걱정했는데 많이 사랑해주시고 좋은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

-예지가 서진과 이혼하고 서환과도 만나지 않는 엔딩이었다. 새드엔딩으로 보면 될까.

▶나는 새드엔딩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엔딩을 시작할 때부터 알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정서와 관계가 있었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지만 나는 새드엔딩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불행한 삶을 산다고 생각한 예지가 두 남자의 사랑을 받고 자기의 길을 잘 나아갈 수 있었다고 본다. 환이와 진이 입장에선 가슴 절절한 사랑으로 슬펐을 지도 모르겠다.

-두 형제가 한 여자를 동시에 사랑하는 스토리의 접근이 조심스러웠을 텐데.

▶나도 처음 작품에 들어갈 때 욕을 먹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삼각관계에서 가운데 사람이 잘 해야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의 색깔이 좋았다. 문학소설 같기도 하고. 연기할 때는 문어체의 대사가 많아서 힘들기도 했지만 '소나기' 같은 청량함이 묘했다. 청순함을 가장한 섹시함이 있다고도 생각했다.(웃음)

오예지 인물에는 어떻게 접근했나.

▶이 작품은 감정선이 전부인 드라마다. 심리를 잘 표현해야 하고 내가 거의 모든 장면에 나와서 부담도 있었다. 스무 살 데뷔 때의 연기 선생님을 다시 찾아뵈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식의 연기를 준비했다. 과물입을 해서 내가 너무 많이 운 부작용이 있기도 했다.(웃음) 도자기 만드는 것도 한참 배우면서 도예가들의 마음가짐을 계속 경험했다.

-눈물신이 많았다. 촬영을 하며 에너지 소모가 많았겠다.

▶내가 예전에 '신기생뎐'에서 빠져나오는 데 1년이 걸렸다. '내가예'에선 드라마 세계와 현실을 구분하는 데 노하우가 생기긴 했다. 그래도 감정 연기를 하면서 기력이 없었다. 나를 지키며 연기해야 하는데 나는 특히 킬러 등 사연 많은 역할을 많이 했다. 예지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었던 인물이라 생각하면서 위안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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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임수향 /사진=FN엔터테인먼트


-검정선 표현이 어려운 예지를 연기하며 연기 호평을 받았다.

▶나는 내 연기 모니터링을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이다. 첫 번째 볼 때는 아쉬운 부분만 보였는데 두 번째는 감정선에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이번 작품은 내가 연기적으로 더욱 다지려 한 작품이었고 발성, 발음을 다시 배우며 초심을 다졌다. 이 작품이 끝난 후에도 계속 연기 트레이닝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석진, 지수와 현장 호흡은 어땠나.

▶나는 정말로 이번 현장이 너무 좋았다. 석진 오빠는 부부연기를 같이해서 그런지 부부처럼 의지하는 느낌이었다. 지수는 장난도 많이 치고 동생이어서 그런지 편하면서 묘한 긴장감도 있었다. 우리 드라마가 서로 감정선을 맞춰야 시너지가 나는 작품이었는데, 다 연기에 욕심이 있는 분들이었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감정의 농도가 깊은 '마라맛' 장면이 많았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은?

▶제주도에서 과거와 현재신을 같이 찍었다. 지수와 멜로를 찍고 곧바로 석진오빠와 멜로를 찍으니 기분이 이상하더라. 둘 다 서로의 연기를 보고 '좋았어?'라고 질투하면서 촬영이 재미있었다. 남편과 재회한 신은 하이라이트 신이기도 하고 내가 준비를 많이 해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초반에 지수와 양평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장면, 내가 돌아보면 지수가 수줍게 고개 숙이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촬영 일주일 전에 친구들과 양평에 가서 놀고 사진을 찍었는데, 신기하게 그곳에서 '내가예' 촬영을 하게 됐다. 운명인가 싶었다. 물에 반사된 노을빛도 예뻤고 추억이 많은 장소였다. 환이가 예지에게 '그게 하고 싶어요. 내 인생 망치는 거'라고 울며 말하는 신도 좋았다.

-예지에게 진과 환의 사랑은 어떤 차이로 다가왔을까.

▶예지는 결국 둘 다 사랑한 것 같다. 가족이 필요했던 예지는 진의 거칠고 단호하게 끌어당기는 매력에 빠진 것 같다. 도망갈 곳이 필요한 예지에게 진은 어른 같은 남자였다. 마음적으론 환에게 의지하고 자신과 더 잘 통한다 생각했다. 소울메이트였던 것 같고 처음엔 그게 사랑인지 자각을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남편이 7년 동안 떠나있을 때 환은 예지와 같은 마음으로 힘든 것도 공유하면서 사랑이 커진 것 같다. 안타깝게도 예지와 환은 학생과 선생, 형수와 시동생으로 항상 서로 이어질 수 없는 관계였다.

-예지는 환을 얼마나 사랑했을까.

▶여주인공이 남자에게 너무 철벽을 친 것 같다는 반응이 있었는데, 드라마 진행을 위해 현실적인 사랑을 담았다. 나는 사실 처음 이 드라마를 사랑이야기라 생각하지 않고 네 남녀의 성장극, 예지의 인생사라 생각했다. 찍다보니 멜로라 느껴진 게, '내가예'는 정말 여러 종류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멜로, 엄마의 사랑, 인류애 등이 있었다. 인생을 통한 사랑이야기, 사랑을 통한 인생이야기라 생각했다. 예지가 환을 사랑한 것도 이해됐다. 처음부터 나와 너무 잘 맞고 나를 모두 이해하고 사소한 것에도 감사한 사람이었는데 가족이어서 이뤄질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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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임수향 /사진=FN엔터테인먼트


-예지는 어느 지점에서 성장했을까.

▶처음에 예지는 수동적인 인물이라 생각했다. 예지는 버림받은 볼드모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사랑받았던 해리포터였다. 엄마와 재회하면서 더 성장한 것 같다. 엄마가 나를 버린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나를 지키려 했던 것이고 내편이 생기면서 자존감이 올라갔다. 예지는 자존심은 지키고 싶었지만 자존감은 낮은 사람이었다. 잘린 신이 있었는데, 마지막에 예지가 환이에게 '나는 이제 어두워도 잘 수 있고 다시 사랑을 할 수 있으니 너도 행복한 사람 만나'라고 말하고 떠난 장면이다. 예지가 마지막에 '나는 울고 힘든 날도 있겠지만 다시 웃으며 살아갈 거야'라고 했는데, 시청자들에게 위로의 말이 될 수도 있겠다. 예지는 환이를 가족과 떨어지지 않게 보내준 것이기도 하다.

-실제 임수향이라면 서환을 따라갔을까. 아니면 오예지와 같은 선택을 했을까.

▶나는 둘 다 선택하지 않을 것 같다. 예지가 어리고 예쁜데 왜 그렇게 살고 있었을까 싶었다. 남편을 7년이나 기다리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결말에선 나도 예지처럼 선택했을 것 같다.

-임수향이 '가장 예뻤을 때'는 언제일까.

▶'내가 가장 예뻤을 때'란 주제를 생각해봤는데, 드라마 하기 전에는 스무 살 때라 생각했다. 드라마를 촬영하면서는 '지금이다'라고 알게됐다. 항상 그 시대를 사는 나는 아프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괴롭다. 그렇게 살아가지만 지나보면 '그때의 나는 예뻤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인생을 작품을 통해 조금씩 배우고 있다. 나의 자존감 수치도 생각해봤는데, 높은 것 같기도 하고 낮은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굉장히 많이 물어보는데 자존감의 수치는 모르겠다. 그래도 생각이 건강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웃음)

-'내가예'를 하며 사랑에 대한 가치관에 변화가 생겼을까.

▶꼭 가져야만 사랑이 아니고 상대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도 사랑인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아직 그것까진 경험하지 못한 것 같다. 나는 사랑을 할 때 연인과 헤어지고 나면 상대를 미워하지 않고 추억을 미화시키는 편이다. 상대를 싫어하면 그동안의 내가 없어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화가나도 자고나면 잘 풀리는 성격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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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임수향 /사진=FN엔터테인먼트


-실제 서환, 서진 중 누가 이상형에 가까운가.

▶서로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안정감을 추구하는 것 같다.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불안정할 때가 많은데 나에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사람이 좋긴 한 것 같다. 과거엔 서진같은 남자가 좋았다면, 지금은 마음의 안정을 주는 서환 같은 사람이 좋은 것 같다.

-앞으로 임수향이 도전하고 싶은 장르는?

▶코미디를 하고싶다. 밝은 걸 하고싶은 갈증이 있다. 속시원한 걸 하고싶은데, 전문직 여성도 연기해보고 싶다. 사극도 해보고 싶다. 나는 '응답하라' 시리즈 같은 결이 좋다. 부산 출신이어서 생활감이 강한 연기를 해보고 싶다. 나는 연기를 할 때 캐릭터화시키는 편이고 목소리도 달라진다. 내 모습이 섞인 역할을 하고싶어서 예능에 출연했던 것도 있다.

-데뷔 10년차 배우로서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본다면?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땐 시켜만 주면 내가 다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렇지만 현실에 부딪히고 좌절한 시점도 있었고, 이 일이 버겁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나는 행복한 게 목표였는데 이 일보다 행복한 일이 없어서 포기하지 않고 연기했다. 나는 14세 때부터 연기를 꿈꿨는데, 이 일을 선택하기 정말 잘 했다 생각한다. '현타'의 시기도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연기를 할 때 너무 좋고 내가 일중독이기도 해서 평생 이 일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이 일을 하는 것과 한 계단씩 올라가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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