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인연' 윌리엄스 외조부, 98년 전 ML 올스타로 한국 찾은 사연

잠실=김우종 기자 / 입력 : 2020.10.19 18:39 / 조회 : 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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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트 그리피스(왼쪽)와 그의 외손자 맷 윌리엄스 KIA 감독. /사진=미국 의회 도서관, OSEN
지금으로부터 무려 98년 전인 1922년 겨울. 현재 KIA 타이거즈를 이끌고 있는 맷 윌리엄스(55) 감독의 외할아버지 버트 그리피스(1896년 3월 3일 출생~1973년 5월 5일 사망)가 미국 메이저리그 올스타 자격으로 조선 땅을 밟았다. 그리고 약 1세기가 지나, 그의 외손자는 한국서 야구 감독 생활을 하며 또 다른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13년 발간한 한국야구사 연표에 따르면 1922년 12월 8일 이 땅에서 메이저리그 올스타 팀 초청 경기가 열렸다. 1904년 미국인 선교사 필립 질레트가 처음 한국에 야구를 소개한 뒤 18년 만의 일이었다.

경기가 성사된 배경도 극적이었다. 당시 메이저리그 올스타 팀은 허브 헌터 감독이 이끌고 있었다. 전 세계 야구 보급을 위해 '일본-중국(상하이)-필리핀(마닐라)'으로 이어지는 아시아 투어를 계획 중이었다. 당초 조선은 빠져 있었다.

이에 일본에서 원정 중이었던 이들을 초청하기 위해 앞서 12월 4일 이원용(일제강점기 조선체육회 초대이사, 전조선야구대회 심판으로 활동한 체육인)과 박석윤(동경 유학생 학우회 야구부 선수)이 일본으로 출국했다. 이원용과 박석윤은 출전료 1000원과 조선 체재 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이들을 초청하는 데 최종 합의하면서 극적인 메이저리그 올스타와 맞대결이 성사됐다.

12월 7일 오후 7시 50분 메이저리그 올스타 25명이 인천 제물포항을 거쳐 남대문역에 도착했다. 이들은 조선호텔(현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 투숙했다. 당시 매일신보 10월 22일자 기사에 따르면 이 중에는 윌리엄스의 외할아버지 그리피스도 있었다. 또 훗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선수 3명(웨이트 호잇, 허브 펜녹, 조지 켈리)도 포함돼 있었다.


하룻밤을 묵은 선수단은 이튿날인 8일 오후 3시 용산에 위치한 만철구장(남만주철도주식회사 운동장)에서 조선 대표팀과 맞붙었다. 결과는 3-23, 조선 대표팀의 완패였다. 그리피스는 2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장, 5타수 3안타(1홈런) 4득점 1볼넷 2도루로 맹활약했다.

경기가 끝난 뒤 저녁에는 조선 최초 근대 식당인 명월관(현 종로 CGV 피카디리 1958 자리)으로 메이저리그 올스타를 초청, 성대한 환영회를 열었다. 이튿날 오전 10시 기차를 타고 중국으로 떠나면서 이들의 조선 방문 일정도 마무리됐다.

18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윌리엄스 감독은 외할아버지에 대해 어렴풋이 기억을 하고 있었다. 윌리엄스 감독은 "당시 외할아버지께서 메이저리그 올스타 자격으로 경기를 치르러 한국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기자에게 "굉장히 많은 조사를 한 것 같다. 어떻게 알았느냐?"고 웃음과 함께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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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년 12월 10일자 매일신보 기사. 경기 내용이 소개된 가운데, 2번 타자로 나선 윌리엄스의 외조부 버트 그리피스의 이름이 보인다(빨간색 네모). /사진 출처=국립중앙도서관 대한민국 신문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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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순회경기를 마친 뒤 조선을 찾은 미국 프로야구 올스타 선수들. /사진=KBO 한국 야구사 연표
1965년생인 윌리엄스 감독은 "내가 태어나기 전인 1920년대 일이다. 당시 외할아버지는 워싱턴 세나터스에서 뛰고 있었다. 그들이 메이저리그 올스타 팀으로 뽑혀 어디서 투어를 하며 경기를 했다는데, 어디를 갔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매우 오래 전 외할아버지가 그 팀에서 뛰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고 전했다.

외할아버지와 기억에 대해 묻자 "내가 어릴 적에 돌아가셨다. 많이는 모르겠지만 워싱턴 세나터스에서 활약하면서 선수로 활약한 마지막 해, 팀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오랫동안 프로 생활을 한 건 아니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로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세인트루이스 출생인 그리피스는 1922년 브루클린 로빈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해 2년간 활약했다. 이어 1924년 워싱턴 세나터스로 이적했고 그해 은퇴했다. 윌리엄스 감독의 기억대로 1924년 워싱턴 세나터스는 월드시리즈에서 뉴욕 자이언츠와 만나 4승 3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191경기에 출장해 타율 0.299, 4홈런 72타점 69득점을 기록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이런 놀라운 인연에 대해 "정말 그렇다. 대단히 신기하다. 참 인생이란 알 수 없는 것"이라면서 유쾌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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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맷 윌리엄스 감독이 지난 8월 잠실구장에서 1985년 한·미 대학야구선수권대회 때 류중일 LG 감독의 홈런 공이 떨어진 지점을 찾아 기뻐하고 있다. 둘은 같은 대회에 출전해 한 경기서 뛴 인연이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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