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류중일 감독은 왜 '문책성 교체'를 하지 않을까 [★부산]

부산=김우종 기자 / 입력 : 2020.10.14 18:31 / 조회 : 2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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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LG 감독.
류중일(57) LG 감독은 과거 삼성 사령탑 시절부터 좀처럼 '문책성 교체'를 하지 않는다. 사실상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날(13일) 롯데전에서도 2루수 정주현(30)이 1회부터 실책을 범했지만 조기 교체는 없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류 감독은 14일 부산 롯데전을 앞두고 "어제 경기를 보면서 1회 첫 타구를 (정)주현이가 잡아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LG는 전날 2-17로 패하며 6연승을 마감했다. 류원석(31)이 데뷔 첫 선발 등판했으나 2이닝(90구) 7피안타(1피홈런) 7볼넷 1탈삼진 13실점(5자책)으로 쓴맛을 봤다. 야수들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 1회 선두타자 오윤석을 2루 땅볼로 유도했으나 정주현이 실책을 범했다. 이어진 2사 만루 위기서도 한동희의 2루 방면 타구가 정주현의 글러브를 맞고 굴절되며 2타점 적시타로 연결됐다.

류 감독은 "(류)원석이가 2군도 아니고 1군 무대인데 얼마나 긴장됐겠는가. 초보가 올라가면 긴장한다"면서 "(정)주현이가 바운드를 못 맞추더라. 그걸 잡아냈으면 류원석이 주자가 없는 상황서 투구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2사 후 타구도 잡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전날 상황을 복기했다.

누구보다 류원석에게 미안한 마음이 큰 건 정주현이었을 터다. 자칫 정주현에게 계속 수비 부담이 갈 수도 있었다. 또 불안한 수비가 연달아 나오면서 문책성 교체를 떠올려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과거 다른 사령탑들은 과감한 문책성 교체를 통해 선수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류 감독은 달랐다. 이유가 무엇일까. 문책성 교체 시 혹여나 선수가 입을 지도 모르는 상처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류 감독은 "제가 감독 생활을 시작하면서 이닝 도중에 실수를 하더라도 교체를 한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입을 뗐다. 그러면서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만약 (문책성) 교체를 하면, 수비 위치에서 더그아웃까지 걸어오는데 얼마나 멀게 느껴지겠는가. 외야에서 1루 혹은 3루 더그아웃까지 걸어온다고 생각해보시라. 동료들에게 미안하고, 또 지금이야 무관중 경기도 있지만 팬들한테 미안하고 창피할 것이다. 걸어 오는 80~90m가, 10km 정도로 느껴질 것이다. 물론 이닝이 끝난 뒤 교체하는 경우는 굉장히 많지만 이닝 도중엔 그렇다."

그러면서 류 감독은 과거 삼성 감독 시절 채태인(38·현 SK)을 떠올렸다. 때는 2012년 5월 6일 대구 한화-삼성전. 당시 채태인은 5회 수비 도중 김경언(38·은퇴)의 빠른 타구를 잡은 뒤 여유를 부리다가 간발의 차이로 세이프를 내줬다. 이른바 '산책 수비'였고, 이후 많은 커뮤니티에서 하이라이트 장면을 장식했다.

류 감독은 "문책성 교체라 한다면 그 당시 채태인의 경우가 될 것"이라면서 "본헤드 플레이였기에, 정신을 차리라고 과감하게 교체를 했어야 했는데 그 타이밍을 놓친 적이 있었다. 그런 거죠. 하지만 실책을 범했다고 이닝 도중에 빼는 건 내 기억에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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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삼성 사령탑 시절 류중일(왼쪽) 감독과 채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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