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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퍼트하는 세르히오 가르시아. /PGA 홈페이지 캡처 |
대회 기간 중 가르시아가 눈을 감고 퍼트하는 특이한 장면이 TV 카메라에 여러번 잡혔습니다. 그런데 성적까지 좋아 큰 화제가 됐습니다. 가르시아는 “퍼트가 안 돼서 그립을 바꾸는 등 여러 시도를 했는데도 잘 안됐다. 눈을 감고 퍼트한 지는 3년이 됐다. 눈을 감고 시도한 퍼트가 70∼75% 된다. 2017년 마스터스에서도 눈 감고 퍼트해 우승했다”고 말했습니다.
가르시아 우승 후 제가 속한 골프 동호회 단톡방에 어느 회원이 “나도 이제부터 눈 감고 퍼트할 건데, 여러분들도 한 번 시도해보세요~”라는 글을 올리더군요. 명색이 골프 칼럼니스트인 제가 가만 있을 수 있습니까. 그래서 바로 “연습 삼아 한 번 해보는건 괜찮은데 실전에 써먹을지는 신중하게 검토하세요~”라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눈을 감은 채 스트로크하는 건 프로 선수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일반화된 퍼트 연습법이죠. 눈을 뜨면 눈동자가 움직여 여러 물체를 보게 되고, 집중력이 훼손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또 시각 정보가 주는 긴장감에 몸이 굳을 수 있고 눈을 감으면 리듬감과 본능적인 거리감을 살릴 수 있다고도 합니다.
이론적으로는 실전에서 따라 해서 나쁠 건 없습니다. 비제이 싱과 파드리그 해링턴, 렉시 톰슨 등도 경기 중 눈을 감고 퍼트하는 장면이 목격됐습니다. 그런데 이 선수들은 최악의 상황에서 극약 처방으로 잠깐 이 방법을 쓴 것일 뿐입니다. 가르시아처럼 오랜 기간 눈 감고 퍼트하는 선수는 없습니다. 가르시아의 눈 감는 퍼트도 성적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지난 시즌 퍼트 187위였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드라이브와 아이언샷의 정확성은 최고였으나, 퍼트는 28위에 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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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히오 가르시아가 지난 5일(한국시간) 샌더슨 팜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16번 그린에서 퍼트를 놓친 뒤 아쉬워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처음엔 공을 맞히기도 쉽지 않습니다. 공을 맞힌다 해도 거리와 방향은 엉망일 수밖에 없습니다.
몇 번 시도해보고 포기하는 이들이 대다수이겠지만, 굳이 ‘눈 감고 하는 퍼트’를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이들은 시즌 후 겨우내 3개월 가량 피나는 연습을 해야 됩니다.
하지만 이런 ‘사서 고생’을 할 필요는 결코 없습니다. 퍼트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눈 감고 퍼트 연습하는 시간에 어프로치에 집중하면 골프 수준이 훨씬 좋아집니다.
과거 말씀드린 왼쪽 겨드랑이에 티를 넣고 하는 스윙 연습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로들이야 하루에 5시간 이상 연습하지만 아마추어야 잘 해야 1주일에 5시간 아닙니까. 연습 효과를 보기는 힘들죠. 이런 특수 훈련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야 합니다.
자신에게 익숙한 맞춤형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게 기량 향상엔 훨씬 도움이 된다는 걸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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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