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미 감독 "'보건교사 안은영', 성장 드라마이자 女히어로물" [★FULL인터뷰]

강민경 기자 / 입력 : 2020.10.09 15:00 / 조회 : 1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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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미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이경미 감독(47)이 처음으로 드라마를 연출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색깔을 가득 담아 여성 히어로물인 '보건교사 안은영'을 연출했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평범한 이름과 달리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젤리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보건교사 안은영(정유미 분)이 새로 부임한 고등학교에서 심상치 않은 미스터리를 발견하고, 한문교사 홍인표(남주혁 분)와 함께 이를 해결해가는 명랑 판타지 시리즈다. 정세랑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미쓰 홍당무'로 인상적인 장편 영화 데뷔를 마친 뒤 영화 '비밀은 없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페르소나' 중 '러브세트' 등 개성 넘치는 작품으로 대중에게 놀라움을 선사해온 이경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경미 감독은 '보건교사 안은영'을 통해 필모그래피 사상 처음으로 시리즈 연출에 도전했다.

-'보건교사 안은영'을 연출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 '보건교사 안은영' 이전에 넷플릭스와 다른 작품을 이야기 하고 있었어요. 넷플릭스 플랫폼을 경험해보고 싶었던 건 '비밀은 없다' 이후 줄곧 있었어요. 소설을 읽어봤는데 영상적으로 재밌는 시도를 해볼만한 게 많다고 느꼈어요. 소설이 옴니버스식 구성인데 이것을 여성 히어로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재료들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여자 히어로물의 프리퀄 의미로 시즌1을 나아가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본인의 능력과 운명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완성되지 않은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받아들이고 성장드라마로 그리면 어떨까 생각해 제작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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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 포스터


-왜 여성 히어로물인 건가요?

▶ 여자 이야기가 재밌어요. 제가 여자이다 보니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자 주인공을 많이 쓰는 것 같아요. 또 이러한 작품이 많이 없기도 하고요. 제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죠. '보건교사 안은영'은 여성 히어로가 될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한 시점으로 이루어진 사건에서 은영이가 현실이기도 하지만 상상의 경계에 있는 인물이기도 해요. 그 경계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성숙한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비로소 어른이 된다'라는 이야기로 발전시켰죠.

-넷플릭스와 작업한 소감은 어떤가요?

▶ 무척 즐거웠어요. 극장용 상업 영화로 가져갔어야 했다면 절대로 시도하지 못했을 지점들이 많았어요. 극장용 상업 영화로 받아들여졌더라도 마케팅이 줄어들거나 극장 수가 적었을 것 같아요. 다채롭게 표현하면서도 자유롭게 전 세계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게 채널을 열어준다는 점이 굉장히 좋았어요.

-원작 소설의 정세랑 작가와도 호흡을 했는데, 어떠셨나요?

▶ 설득과 절충이 많지는 않았어요. 정세랑 작가님께서 많이 열어주셨어요. 작가님께서 절대로 원하지 않는 최선의 것들을 주셨어요. 제가 투입됐을 때 작가님의 각본을 받았어요. 제가 소설을 읽으면서 좋아했던 점과 은영이의 성장드라마로 만들 때 어떤 드라마로 가져갈지 해석해서 작업을 했어요. 특히 정세랑 작가님이 은영이가 학생을 쉽게 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준다거나 목이 긴 크리처를 보고 '왜색이 짙어서 위험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주기도 했어요.

-이경미 감독과 여배우가 만나면 특유의 광기를 띈다는 반응이 많은데, 정유미 배우와는 어떠셨나요?

▶ 제가 작품을 만들 때 인물들이 광기를 띄었으면 좋겠다고 의도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오로지 촬영 할 때 모니터를 통해서 보는 캐릭터가 제게 너무 좋고, 재밌으면 좋겠다라는 방향으로 가다보니 이렇게 돼버린 것 같아요. 유미씨 같은 경우에는 촬영하면서 안은영의 얼굴을 만들었어요. 은영이가 옥상 철조망에서 홍인표와 처음으로 충전하는 시퀀스를 초반에 찍었거든요. 처음에 철조망에서 인표의 손을 잡고 씨익 웃는 얼굴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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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미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촬영 들어가기 전 프리 프로덕션 기간에 시나리오 리딩 때 유미씨가 그런 표정을 지은 적이 있었어요. 리딩 당시 시나리오를 읽었냐고 물었더니 고장난 인형처럼 20초간 멈췄어요. 그 얼굴이 재밌어서 해당 장면 찍을 때 그 얼굴을 보여달라고 했어요. 그 얼굴이 좋아서 시리즈 내내 은영이의 얼굴을 그렇게 가져가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지금의 은영이가 나온 결정적인 계기는 유미씨가 첫 만남 때 시나리오를 안 읽은 것이에요.

-공개된 후 반응은 좀 찾아보셨나요?

▶연휴 내내 서치 하느라 즐거웠어요. 이 시리즈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친구가 생긴 느낌이라 좋았았어요. 물론 아쉬운 점을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저의 의도가 있는 부분도 있지만, 만약 시리즈가 연장되면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할지 고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의견을 남겨주셨어요.

-빼놓을 수 없는 건 남주혁 배우의 '아이고 다 날아가네'에요. 공개된 후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반응도 좋았고요. 해당 부분은 어떻게 만들어진건가요?

▶ '아이고 다 날라가네'는 남주혁 배우의 애드리브에요. 후시 녹음할 때 만들었어요. 남주혁 배우한테 고마운 게 홍인표라는 캐릭터를 살려줬어요. 여러분이 '보건교사 안은영'을 보면서 웃기고 재밌다고 생각하는 포인트들은 다 주혁씨 머리에서 나온 게 많아요. '아이고 날라가네' 역시 후시 녹음을 할 때 주혁씨가 그렇게 말을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학생 이름을 불렀죠. 그래서 제가 학생 이름을 계속 불러달라고 했고, 친한 친구 이름을 다 부르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주혁씨가 본인의 친구들 이름을 불렀어요. 주혁씨가 홍인표 캐릭터를 만들어냈어요.

-음악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영화 '전우치'의 음악감독과 작업을 하셨다고 하던데

▶ 프리 프로덕션 때 의상, 분장, 헤어 메이크업 등 스태프들과 이야기 할 때 '텔레토비'를 이야기 했어요. 사람들을 미치게 하는 '텔레토비'의 매력은 무엇일까 생각했어요. 아무 말 없이 몇 시간동안 '텔레토비'를 봤죠. '보건교사 안은영'에도 중독성과 눈길을 끄는 색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음악감독님께 이런 걸 공유하지는 않았지만, 샘플링을 해오셨더라고요. 사람 목소리가 많이 이용됐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초현실적인 세계를 보여주는 이야기니까 깔리는 음악들은 인간들의 목소리가 들렸으면 했고요. 여러 나라에 소개되는 시리즈니까 한국 가사를 적극적으로 이용했으면 했어요. 그렇게 '나는 보건교사다'라는 음악이 완성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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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미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원작 속 안은영과는 조금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 소설 속 은영이가 시리즈 은영이보다 성숙한 어른처럼 느껴졌어요. 소설 속 은영이는 나를 이해해주고 있다는 따뜻한 느낌이 있어요. 반면 시리즈 속 은영이는 조금 더 츤데레(쌀쌀맞고 인정이 없어 보이나, 실제로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을 이르는 신조어) 같아요. 저의 개인적인 취향도 있고요. 은영이가 장차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성장 드라마로 가져갈 때 드라마틱한 전개를 보여주기에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궁극적으로 목적을 행하는 부분은 소설 속과 시리즈 속 은영이는 같아요.

-'보건교사 안은영' 시즌 2 계획 있으신가요?

▶ 이건 제가 아니라 넷플릭스 쪽에 문의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그저 만들면서 누가 하든 밑밥을 깔아줘야 시즌 2를 만들 수 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누가되지 않게 밑밥을 잘 깔아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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