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파고는 왜, 동점 찬스서 타점 1위 이원석 대신 강한울을 냈을까

잠실=한동훈 기자 / 입력 : 2020.10.08 12:03 / 조회 :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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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허삼영 감독(왼쪽). /사진=삼성 라이온즈
"데이터 정말 좋아하지만 현장 느낌도 중요합니다."

1-2로 뒤진 9회초 1사 1, 2루, 이원석(34·삼성) 타석에 대타가 나왔다. 이원석은 팀 내 타점 1위의 해결사다. 헌데 허삼영(48)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대타 카드를 꺼냈다.

삼성은 지난 6일 잠실 LG전서 허삼영 감독의 절묘한 대타 작전에 힘입어 3-2로 역전승했다. 중심타자에게 동점 찬스가 걸렸는데 과감하게 벤치가 움직인 것이다. 허 감독은 이 순간 데이터보다는 당일 컨디션에 무게를 뒀다고 설명했다.

허삼영 감독은 데이터의 대가다. 슈퍼컴퓨터 '알파고'를 따와 '허파고'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전력분석팀장 출신이다.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데이터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2018년 라이온즈파크에 트랙맨 시스템을 도입하고 운용을 주도한 주인공이다.

그런데 6일 경기 승부처에서 신선한 장면이 나왔다. 한 점 뒤진 9회초 1사 1, 2루 이원석 타석. 이원석은 득점권 타율 0.340으로 찬스에 강했다. 6일까지 시즌 타점 71개로 삼성에서 제일 많았다. 가장 믿을 만한 타자나 다름 없었다.

허삼영 감독은 그런 이원석을 빼고 강한울(29)을 내보냈다. 강한울은 LG 마무리 고우석을 상대로 볼넷을 골랐다. 베이스를 꽉 채워 LG를 압박했다. 강민호가 희생플라이를 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연장 12회 혈투 끝에 삼성은 3-2로 이겼다.

'강한울 대타'가 이날 경기를 뒤집은 결정적 한 수였다. 강한울 역시 시즌 타율 0.365에 득점권 타율 0.375(16타수 6안타), 대타 타율 0.500(2타수 1안타)로 믿을만한 카드였다. 하지만 표본이 적었다. 승패와 직결되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팀 내 타점 1위 이원석과 바꾸기는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허삼영 감독은 다음날인 7일 "제가 데이터를 정말 좋아하지만 현장 느낌도 중요합니다"라며 입을 열었다. 그는 "이원석 선수가 이날은 높은 패스트볼에 계속 스윙이 나왔다. 고우석 선수는 높은 코스로 강한 직구를 던진다. 이원석 선수가 그 공을 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원석은 이날 세 타석에서 삼진, 포수 파울플라이, 3루 땅볼에 그쳤다. 물론 이원석이 고우석을 공략했을 수도 있지만 강한울 대타도 성공이었다. 허 감독은 "이원석 선수를 못 믿어준 점은 개인적으로 미안하다. 그래도 나는 팀을 이기도록 만들어야 해서 어쩔 수 없었다"며 이원석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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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원석(왼쪽).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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