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땀·눈물 범벅' 이준기 "'악의 꽃', 나를 견고하게 만든 작품"[★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 입력 : 2020.10.03 11:00 / 조회 : 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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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준기 /사진=나무엑터스


따스했다가 서늘했다가...

배우 이준기(38)가 '피, 땀, 눈물' 섞인 '냉온 매력'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은 '14년 동안 사랑한 남편이 극악의 연쇄살인마라면?'이란 가설로 시작했고, 이준기의 묘한 눈빛과 모호한 행동이 시청자의 추리력을 자극했다. '악의 꽃'에선 남편의 정황이 의심, 또 의심을 낳았다. 그러나 남편의 알 수 없는 행동의 과거가 밝혀진 순간 이야기는 애잔한 로맨스로 귀결됐다. '악의 꽃'이 다른 서스펜스와 다른 여운을 남기는 지점이다.

'악의 꽃'은 사랑마저 연기한 남자 백희성(이준기 분)과 그의 실체를 의심하기 시작한 아내 차지원(문채원 분), 외면하고 싶은 진실 앞에 마주 선 두 사람의 고밀도 감성 추적극.

이 드라마는 도현수(이준기 분)가 아버지인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 도민석(최병모 분)의 죽음 후 15년 동안 백희성의 이름으로 살던 중, 강력계 형사인 아내에게 도현수란 정체를 들키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도민석의 살인 공범인 진짜 백희성(김지훈 분)이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나면서, 도현수는 자신의 살인 누명을 벗고 가족을 지키기 위한 사투를 벌였다.

이준기는 극 중 도현수와 백희성으로 1인 2역을 맡았다. 그는 금속공예가 백희성로서 가정적인 남편이자, 다정다감한 아빠를 보여주면서, 도현수로서는 누나 도해수(장희진 분)의 살인을 친구 김무진(서현우 분)을 이용해 자신이 책임지려는 비밀로 서스펜스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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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준기 /사진=나무엑터스


-밀도 높은 작품 '악의 꽃' 촬영을 끝낸 소감은?

▶매 작품이 그러했지만 이번 '악의 꽃'은 끝나고 나니 유독 복합적인 감정이 많이 느껴져요. 작품을 완주했다는 안도감, 초반에 느꼈던 무게감을 무사히 완결로 승화시켰다는 성취감, 그리고 현장에서 동고동락하며 달려온 모든 분들을 떠나보냈다는 헛헛함까지. 게다가 종영 후 바로 인터뷰까지 진행하니 모든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다시 느껴지면서 더욱 만감이 교차하네요.참 외로우면서도 많은 것들에 감사한 지금입니다.

-백희성과 도현수 1인 2역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줘야 했다.

▶다양한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보여지는 리액션들에 상당히 공을 들였어요. 감정을 느낄 수 없는 현수이기에 작은 표현부터 리액션 하나하나가 씬 자체에 큰 힘과 설득력을 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감독님, 스태프분들, 배우 한 분 한 분과 계속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눈 것 같아요. 그리고 자칫 잘못하면 너무 뻔하거나 단조롭게 표현돼 도현수란 인물이 단순한 무감정 싸이코패스로만 보여질 수 있었기 때문에 더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을 쓰고 집중했죠. 한 장면도 쉬운 신은 없고 정답도 없어요. 그렇게 현장을 떠나지 않고 모든 스태프분들과 함께 고민하고 주어진 상황과 감정들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려고 했던 노력들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거 같아요.

-백희성으로서는 금속공예가, 남편, 아빠 등 다양한 면모를 보여줬다.

▶금속공예가로 살아가는 백희성의 모습은 무엇보다 자연스러워야 했어요. 그래서 촬영 전 유튜브로 연기에 참고할만한 공예 작업 영상들을 찾아보며미리 상상해 뒀고, 실제 금속공예가분을 만나 짧게나마 공예가의 손길이 느껴질수 있는 디테일을 배웠죠. 한 가정의 따뜻한 아빠로서의 모습은 사실 애드리브가 많았어요. 감독님께서 그냥 여러가지를 시도해 볼 수 있게 믿고 맡겨 주셨어요. 그래서 꽤나 많은 것들을 은하와 만들어 갔던 거 같아요. 은하와 함께하는 날이면 좀 더 일찍가서 웬만하면 떨어져있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그리고 남편으로서의 모습은 문채원씨와 이런저런 생각들을 공유하면서 캐릭터들을 만들어 나갔어요. 덕분에 마지막에 가서는 차지원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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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준기 /사진=나무엑터스


-문채원과 부부 역할로 호흡을 맞춘 소감은?

▶문채원 배우와는 사실 '악의 꽃'이라는 작품을 고민하기 전에도 몇번 만나 각자 고민중인 작품 이야기라던지 인생이야기들을 나누곤 했어요. '악의 꽃'을 결정하기에 앞서 고민이 많았을 때도 채원 씨가 '오빠가 충분히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캐릭터다'라는 이야기를 해줘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죠. 현장에서의 배우 문채원은 섬세하고 집중력이 상당히 높아요. 그리고 본인이 그 감정을 해석 할 수 있을 때까지 고민하는 배우죠. 그래서 서로 연기 합을 맞춰갈 때 제가 감정적인 부분에서 더 자극 받고 도움 받기도 했어요. 차지원이 있었기에 도현수의 감정들도 더 절실하게 느껴질 수 있었던 거죠. 극의 몰입도를 매우 잘 만들어내는 배우이기 때문에 아마 이번 작품에서 차지원의 감정을 표현해내느라 정말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극 중 서현우와는 감금, 공조 과정에서 뜻밖의 브로맨스를 보여줬고, 김지훈과는 대립 구도를 보여줬다. 두 배우와의 합은 어땠나.

▶서현우 배우는 워낙 연기를 열정적으로 잘한다는 소문은 이미 듣고 있었어요. 시작 전부터 주위 분들이 저더러 긴장해야 할거다 라고 해서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첫 만남을 기다렸던 게기억나요. 그런데 실제로 만나보니 너무너무 착한데다가 성실하고, 무엇보다 배우로서의 소신이 있는 친구더라구요. 게다가 현장을 즐기는 부분도 저랑 비슷해서 촬영할 때 많은 의견을 함께 나누며 장면을 다채롭게 만들어낼 수 있었어요. 특히 극 초반에 도현수의 캐릭터를 만드는데 크게 일조해 준 친구라 너무나 고마웠고, 다른 작품에서도 자주 만나자라고 할 정도로 좋은 동료가 됐어요. 그리고 배우들 중에 저와 주량도 맞아서 더 좋아하는 배우입니다.(웃음)

지훈이 형을 안지는 7~8년 정도 됐어요. 하지만 연기를 함께 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저 역시도 기대를 많이 했죠. 예전에 다른 작품에서도 한 번 만날 뻔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결국 함께 하게 되면서 서로 신기해 했어요. '우리가 만나려는 운명인가보다' 하고요. 이번 작품에서는 지훈 형이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중후반부터 극적 긴장감을 올리는 빌런이었기 때문에 오랜 시간 촬영을 기다려야 했거든요. 정체가 공개된 이후에는 '역시나 칼을 갈고 있었구나'라고 느꼈어요. 정말 좋은 자극이 많이 된 거 같아요. 워낙 성격도 좋고즐겁게 촬영에 임하는 스타일이라 함께 연기 할 때 정말 즐거웠어요. 저에게 있어 정말 좋은 동료이자 좋은 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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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준기 /사진=나무엑터스


-'악의 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저는 정말 다 좋았어요. 그럼에도 하나를 꼽자면 현수가 처음으로 감정을 깨닫고 오열하는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이 신을 그려내기까지 저도 그렇고 감독님도 그렇고 정말 고민이 많았거든요. 리허설을 할 때조차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고민하면 할수록 막히는 부분이 생겼어요. 완급 조절에 실패해 시청자분들을 납득하지 못하면 지금까지 이어오던 전체적인 감정의 흐름을 깰 수도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결국에는 처음 제가 그 회차 대본을 받았을 때의 느낌대로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아이가 처음 세상을 향해 울음을 터뜨리는 듯한 모습으로요. 그렇게 수많은 고민과 상의 끝에 만든 신이에요. 찍고 나서도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던 게 기억나네요. 기억에 남는 대사는 마지막 회에서 현수가 지원이에게 해주는 '내가 더 잘해줄게요. 내가 더 좋아해 줄게요'라는 대사예요. 기억을 잃은 현수가 가슴속 어렴풋이 남아있는 과거 지원이 내밀었던 따뜻한 사랑을 되돌려주는 거죠. 두 사람의 새로운 사랑과 인생을 뜻하는 것 같아서 현장에서도 눈물이 마르지 않았어요.

-'악의 꽃'은 이준기에게 어떤 의미인가.

▶항상 작품에 임할 때 타이틀 롤을 맡은 배우로서 가장 최선의 이야기들을 만드는 데 일조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어요. 이번 작품은 유독 그런 부분에서 고민이 정말 많았는데, 이렇게 잘 완주한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마음 뿐이에요. 감독님과 작가님을 비롯해 모든 스태프분들, 배우분들과의 소통과 교감이 있어 가능한 결과이기에 더욱 행복감을 느끼고 있죠. 사실 저는 삶에 있어서 내가 성장하고 잘 되는 것보다는 내가 꿈꾸는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충만함과 행복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저의 삶의 의미이자 중요한 가치예요. 그래서 이번 '악의 꽃'은 또 한 번 저에게 좋은 자양분이 됐고 인간 이준기를 한층 더 견고하고 풍성하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해요.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또 생각합니다. 정말 모두에게 감사인사 전하고 싶어요.

-코로나19로 이준기를 직접 볼 기회가 적어진 해외 팬들의 갈증이 많다.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재는 아무래도 코로나로 인해 SNS를 통한 소통 외에는 방법이 없어 많이 아쉬워요. 이전에는 작품이 끝나면 차기작이 정해지기 전까지 직접 각국을 찾아뵈면서 감사의 마음도 전하고 그에 맞는 공연들을 선사하며 다양한 소통을 해왔기에 아쉬움이 더 크게 와닿더라고요. 빨리 전세계적으로 이 사태가 끝나 팬여러분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요. 그날이 오길 고대하고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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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준기 /사진=나무엑터스


-향후 활동 계획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고 있는 시국이기에 미약하게나마 즐거움과 기쁨,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어요. 특히 저는 직업이 배우이기 때문에 좋은 작품으로 즐거움을 드린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성실하게 몸과 마음 잘 준비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다음 작품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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