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일이 전하는 #담보 #방탄소년단 뷔 #개딸 #좋은 아빠 [★FULL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0.10.01 11:00 / 조회 : 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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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일은 어느샌가 존경받는 어른이 됐다. 결혼만 일찍 했어도 자식뻘일 후배들과 격 없이 지낸다. '개딸아빠'란 말은 이제 성동일을 대표한다. 성동일은 영화 '담보'에서도 그런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왔다. 스스로 '성동일'을 연기했다고 했다. '담보'는 빚 대신 담보로 잡은 아이를 딸처럼 키우게 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성동일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담보'는 왜 했나.

▶내 나이 또래가 해 볼 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했다.

-윤제균 감독의 '귀환'을 하려다가 시나리오가 바뀌면서 하차했는데. '담보'는 그 과정에서 JK필름에서 제안받은 영화인가.

▶'귀환'과 비슷한 시점에 제안받았다. 윤제균 감독과 '귀환'으로 만났을 때 나한테 딱 맞는 시나리오가 있다며 주더라. 솔직히 '귀환'보다 '담보'가 더 나한테 맞는 것 같더라. 막 멋 부리고 미쟝센 추구하는 건 자신이 별로 없다. 시켜주지도 않지만. '담보'처럼 재래시장 같은 이야기가 훨씬 나한테 맞는 것 같다.

실제로 자식 셋을 키우지만 하루는 이놈이 속 썩이고 하루는 저놈이 속 썩이고 그러다 어느 날은 너무 사랑스럽고 그렇다. 그래서 자식 키우는 이야기는 내가 유리하지 않나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빚 대신 담보로 잡는다는 설정이 누군가에겐 불편할 수도 있을텐데.

▶그렇다. 그럴 수 있다. 그런데 후배들 중에 사채업을 하다가 그만 둔 친구들이 몇 명 있다. 글마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악착 같이 하기보단 사람이 하는 일이라 사정을 봐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하더라. 여러 작품들에서 극단화해서 악마처럼 만들기도 하지만 속내는 조금 다를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사채돈은 떼먹어도 은행돈은 못 떼먹는다는 말도 있고.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 내가 하는 일은 돈이 아닌 사람에 초점을 맞춰서 하려고 했다.

-'응답하라' 시리즈들을 비롯해 그간 '개딸아빠' 연기를 많이 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담보 잡은 아기를 친딸처럼 키우는 아빠 이야기인데.

▶이번에 특히 힘들었다. 아기가 어렸을 때부터 성인 때까지 키우는 역할이니, 감정선도 그렇고 더 긴 호흡을 짧은 시간에 담아야 했다. 내가 연기를 잘하는 편이 아니다 보니 시나리오와 감독을 많이 믿는 편이다. 감독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게 20편에 한 번 정도 될까 싶다. 이번에도 시나리오와 강대규 감독을 믿고 했다.

아이디어는 김희원이 참 많이 냈다. 늘 촬영할 때 전날 밥을 같이 먹거나 맥주 한잔씩을 하면서 내일 찍을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면 희원이 아이디어를 듣고 감독님에게 전달하고 감독님이 오케이하면 찍는다. 의견이 갈릴 때면 다른 버전으로 각각 찍고 감독님이 편집할 때 알아서 쓰세요라고 한다.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했나.

▶그냥 성동일을 연기했다. 난 배역에 들어갈 수 있는 배우가 아니다. 그 시나리오가 나한테 와서 그걸 할 뿐이다. 판사하는 성동일, 아이 키우는 성동일, 이렇게 연기를 할 뿐이다. 그래서 더욱 감독과 시나리오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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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역할을 많이 하면서 점점 더 좋은 아빠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나.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하루는 이놈이 밉고, 하루는 저놈이 밉고, 아이 키우는 건 그런 것 같다. 지금도 배워간다. 부모도 성장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빠 어디가'를 하면서 느낀 건데. 귀할수록 엄하게 키우라는 소리처럼 처음에는 아이를 그렇게 키웠다. 그때가 큰애 준이가 7살이었다. 아이들끼리 있을 때 몰카를 찍은 걸 보여주는데 김성주 아들인 민국이가 준이한테 질문할 때 준이 표정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나는 아이를 혼낼 때 왜 빨리 말을 안 하냐고 또 혼을 내곤 했다. 그런데 민국이가 준이한테 질문을 하는데 준이가 답하는 속도가 나한테 했을 때처럼 느리더라. 나중에 준이한테 왜 답을 그렇게 늦게 했어라고 물었더니 어떻게 이야기할지 생각하고 있었다고 하더라. 준이는 나한테도 그랬고, 민국이한테도 그랬다. 아이의 시간대로 답을 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난 아이한테 어른의 시간대로 답을 하길 원했던 것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나의 시간대와 너의 시간대는 다르구나. 그 뒤로는 아이의 시간대를 맞추려고 노력했다. 좋은 아빠란 게 처음부터 존재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떻게 부모로 변해가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나는 한 번 부모니 부모고, 너는 자식이니 자식이다, 이런 게 아니라.

-아이들이 방송 등을 보고 아빠는 왜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을 딸이라고 해? 라고 하거나 왜 우리한테는 안 그러면서 방송에선 그래? 라고 한 적은 없나.

▶왜 아빠는 우리가 볼 수 있는 영화는 안 하느냐고 한 적은 있다. 그래서 '담보'가 '미스터고' 이후 처음으로 아내와 아이들이 극장에서 와서 본 내가 출연한 영화다. 애들이 영화 보고 아빠랑 똑같다고 하더라.

지금까지 우리집 애들이 다른 사람을 왜 딸이라고 하냐고 한 적은 없다. 집과 밖이 다르다고 한 적도 없고. 난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아니라 그냥 나를 그대로 드러낸다. 그러니 나와 다르게 연기할 수가 없다. 그게 내가 감독과 시나리오를 믿는다고 하는 이유기도 하고.

난 아이들과 여행을 많이 다닌다. '바퀴 달린 집'에 나온 장소도 모두 내가 아이들이랑 여행을 다녀본 곳이다. 패러글라이딩도 아이들이랑 타봐서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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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담보' 스틸


-'담보'에 어린 승이로 나온 박소이와 연기 호흡은 어땠나. 아역과 연기하기가 쉽지 않은데.

▶솔직히 아역과 연기하기가 힘들다. 아역이 그렇게 연기하기도 힘들고. 성인배우는 간접경험이라도 해보는 데 아역은 그러지도 못하잖나.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감독님이 소이와 같이 울고 웃고 하면서 감정을 끌어냈다. 박소이가 워낙 잘하기도 했고. 에너지가 엄청 긍정적이다. 너는 태양열로 움직이는 것 같다고도 했다. 그리고 그 에너지가 이 영화에 무척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아이가 너무 바르다. 현장에 오면 모든 스태프에게 먼저 인사한다. 갈 때도 마찬가지고. 소이가 현장에 오면 에너지가 넘칠 수 밖에 없다.

소이와 리액션이나 나 혼자 하는 독백 같은 경우는, 음 '미스터고'를 찍었을 때 허공에 대고 연기를 했다. CG로 나중에 채웠으니깐. 고릴라가 실제로 있는 것처럼 나 혼자 리액션을 했다. 그때는 그게 연기를 위한 연기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때 김용화 감독에게 '나 진짜 미친 놈 같다'고 했다. 많이 배웠다. 그걸 겪으니 리액션은 상황과 스토리가 있으면 할 수 있게 되더라.

-'담보'에서 친엄마를 찾아주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친아빠를 찾아주는 건 어떻게 이해하며 찍었나.

▶노멀하게 생각했다. 나도 호적 없이 12~13년 동안 아버지를 못 보고 살았다. 그냥 궁금하더라. 왜 해외에 입양 간 분들이 친부모를 찾을 때 왜 나를 버렸어, 이런 건 둘째고 그냥 궁금하다는 게 처음이라고 하지 않나. 나도 그랬다. 나도 얼마나 궁금한데 하물며 아이는 얼마나 아빠가 궁금하겠냐라고 생각했다. 그 장면을 찍을 때 하배우(하지원)가 정말 연기를 잘했다. 친아버지한테 걸아가는데 정말 눈물이 나더라. 그렇게 연기하더라.

-다른 이야기인데 '바퀴 달린 집'을 보면 언제나 영화 간 곳마다 지인이 음식들을 보내주던데. 정말 전국 팔도에 다 지인이 있는지, 아니면 제작진이 준비한 것인데 지인이 줬다고 한 것인지.

▶그런 걸 가짜로 하면 위험하다. 같이 찍는 사람들이 몇명인데 거짓말로 하고 그게 드러나면 무슨 민폐겠냐. 진짜 지인들이 다 보내주신 것이다. 거제도는 집사람 초등학교 동창이 보내줬고, 정은지한테 준 곱창은 마침 박신혜와 드라마를 찍는데 어머니께서 곱창을 하신다고 한다더라. 은지가 곱창을 좋아한다고 해서 신혜한테 부탁하고 신혜가 어머니한테 부탁해서 준비해주신 것이다. '바퀴 달린 집'은 조건이 콘티 없이 한다는 것이었다. 지은이(아이유) 왔을 때는 몹시 더웠는데 더우니 낮잠 자자고 했다. 그래서 2시간 동안 실제로 잤다. (공)효진이랑 (하)지원이가 여기는 뭐(대본) 없어요? 라고 물어서 없으니깐 편하게 하라고 했다.

-'담보'는 일종의 판타지다. 마지막 에필로그 장면은 아빠들의 로망이자 판타지기도 한데.

▶원래는 그 에필로그가 엔딩이었다. 그런데 그 앞에서 내 표정을 '아사모사'하게 연기했는 데 엔딩을 그렇게 가면 그 감정이 풀릴 수 있을 것 같더라. 그래서 여러 사람들이 고민해서 에필로그로 바꿨다.

-'담보'에서 딸로 호흡을 맞춘 하지원은 다른 개딸들과는 달리 이름을 안 부르고 '하배우'라고 부르는데. 어렵나.

▶아니다. 사석에서도 하배우, 지원아, 이렇게 같이 부른다. 다른 딸들보다 나이가 많다. 우리 집사람과 나이 차이가 별로 없다. 그러다보니 존중해서 그렇지 정말 좋은 친구다. 하지원은 뭐라도 그냥 해주고 싶은 사람이다. 정말 그렇게 착할 수가 없다. 정말 아무 것도 아닌 데 잘 웃어주기도 한다. 김희원이 지원이가 '바퀴 달린 집'에 나온다고 하자 이번 녹화는 거져 먹는다고 하더라. 아무것도 안해도 그냥 잘 웃는다며. 하지원과는 꼭 다시 한 번 같이 작업해보고 싶다.

-방탄소년단의 뷔도 그렇고, 박보검도 그렇고, 나이 차이가 큰 후배들과도 잘 지내는데.

▶이번 촬영할 때 머물던 호텔에 양해를 구하고 중고 냉장고를 하나 갖다놨다. 지인이 보내준 술을 가득 채워놨다. 그래서 배우들도 스태프도 술 마시고 싶은 사람들은 내 방으로 와서 다들 먹었다. 내가 있을 때도 먹고, 없을 때도 먹고, 자고 있을 때도 자기들끼리 먹고 가곤 했다.

뷔도 그렇고, 보검이도 그렇고, 다들 그런 것 같다. 나이를 먹는다는 게, 잘 먹는다는 게, 자기 이야기 많이 하기보다 남 이야기 많이 들어주는 것 같다. 그 친구들도 만나면 이야기 잘 들어주고 가끔 내가 주책 떨며 웃긴 이야기하고 그래서 그렇지 않나 싶다. 절대 연기 이야기는 안 한다. 또 내가 술에 취하기 전에 자리를 끝낸다. 술주정 부리는 사람이 세상 꼴 보기 싫다. 나부터 그러지 말아야지 한다. 그러다보니 내가 먼저 일어나면 자기들끼리 술 더 마시다가 놀고 가곤 한다.

-코로나 시국에서 개봉하게 됐는데.

▶최근에 친한 사람들 몇 명에게서 죽고 싶다는 문자를 받았다. 다들 너무 많이 힘들고 지친 것 같다. 우리 영화보고 힘내라는 말은 차마 못하겠고, 우리 영화 안 보더라도 건강하게 남의 이야기 들어주고 어깨 두들겨주고 힘들 내셨으면 좋겠다. 그러다 여유 되시면 '담보'도 보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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